‘얘들아 어서와! 줄 서세요. 이름과 체온 체크하고 마스크 올바로 쓰세요’
코로나19 펜대믹시대 먹거리 교육 현장 모습이다.
미루고 미루다 어렵게 시작한 식생활 교육 계속 진행할 수 있을까? 한회 한회 별일은 없는지? 계속 가능한지? 확인해 가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진행하였다. ‘선생님 37.5도가 넘어요’ 걱정스런 마음에 다시 재고, 잠시 후 또 재었지만 ‘37.5도가 넘으니 오늘은 수업에 참여 할 수 없어’ 아이를 돌려보내며 걱정 반 놀라움 반 한 적도 있었다. 다음날 전화해 안부를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여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어떤 먹거리가 건강한 몸을 유지 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먹는 것이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를 열심히 설명한다. 간단한 대답이 나오면 크게 칭찬도 하고 천천히 쉬운 말로 설명 하지만 멀뚱멀뚱 못 알아듣는 표정은 역력했고 지루해 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힘들게 보인다. 간단히 이론 교육을 마치고 ‘손 씻고 오세요’ 라는 말에 환한 얼굴로 우르르 일어나 수돗가로 달려가는 모습은 무척 활기차다.
두리하나국제학교 친구들은 유난히 보통의 청소년들과 입맛이 달랐다. 얼큰하고 맵고 짠 음식을 유난히 선호한다. 다시마 롤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숙주, 오이채, 당근채를 일부 덜어 가져다 매운 고춧가루, 식초, 설탕을 듬뿍 넣어 새로운 요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엄청 맛나게 먹으며 좋아했다. ‘선생님도 잡숴보세요’ 한 젓가락 입에 넣어 먹어 보니 엄청 맵고 시고 짜고 달달한 자극적인 음식이다. ‘이런 건 어디서 먹던 거야? 중국에서? 네’ 고개를 끄덕인다.
두부버거 만들 때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오이 피클을 미리 만들어 갔다. 많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은 더 가져다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아무도 더 가져가지 않았고 오히려 남겨 왔다. 왜 그렇지 아! 이 아이들이 입맛이 다르구나! 어릴 때 먹었던 음식의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탈북민 학생들이라 말로 설명하면 잘 못 알아들어 앞에서 요리 시연을 했다. 눈이 초롱초롱 해져서 열심히 듣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본다. 친구들에게 중국어로 물어보기도 하고 다른 조도 들여다보며 곧잘 해 낸다. 부족한 조리도구나 잘 들지 않는 칼로 조심조심 채도 썰고 다지기도 하고, 지지고 볶고 요리를 완성해 냈다. 빨리 먹고 싶어 슬쩍 재료를 집어 먹기도 한다. 도중에 슬그머니 다가와 ‘다음 시간에는 무슨 요리를 해요? 글쎄 뭘 할까? 하면 맛있는거 해요’라며 앞서가기도 한다. 모두 완성해서 같이 먹어야 해요 라는 말은 흘려듣고 냉큼 먹어버리기도 한다.
‘오늘은 선생님들 초대해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먹기로 해요. 먼저 먹으면 안돼요’
거듭된 당부에 선생님들이 언제 오냐고 참고 참다가 이 날 만큼은 ‘감사합니다’ 큰 소리로 합창한 뒤 허겁지겁 먹기도 하며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즐거운 요리시간,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기관에서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을 포함해서 많은 인원이 먹기를 원하고 교육과정 설명을 잘 못 알아듣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생활 교육은 참으로 쉽지 않다. 또한 생협 재료로 만드는 요리는 애초부터 한계를 안고 있다. 재료 확보도 어렵고 다양한 맛을 내기도 한계가 있다. 예산은 빠듯하지만 매번 과일을 주고 싶고, 한국적인 맛의 깊이도 알게 하고 싶은 욕심이지만, 어떻게 먹는 것이 100세 시대 120세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먹는 것이 평생 건강하고 지구도 함께 지켜가는 식생활이다를 강조하며 교육했다.
그래도 맛있었다는 기억이 중요해하며 살짝 타협하기도 했지만, 강된장 쌈밥을 예쁘게 셋팅해 눈으로 맛있게 먹었기를! 채소가 듬뿍 들어갔지만 잔치 상에 오르는 전통잡채를 맛있게 먹었던 추억을 가졌기를! 복날 수박 통에 과일을 듬뿍 넣고 화채를 만들어 무더위에 지치는 여름날을 이겨낸 조상의 지혜도 느끼기를! 혹시 우리가 만들었던 음식이 힐링푸드, 소울푸드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