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일당 5억원’이라는 법원의 황당한 재벌 특혜 판결

 

 법원이 횡령 및 탈세 혐의로 기소된 허재호 대주그룹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내지 않는 대신 1일 노역의 대가로 무려 5억원을 산정했다. 이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은 49일만 일하면 벌금 254억원을 면제받게 된다. 1일 일당 5만원을 적용받는 일반 국민들의 경우, 벌금 254억원이면 약 50만 8천일, 햇수로 약 1,392년을 살아야 한다.

 

 이는 누가 봐도 분명한 법원의 전형적인 재벌 특혜 판결이며,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잘못된 사회 현상을 법적으로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는 부당한 판결로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횡령과 탈세는 중범죄로, 강력히 처벌되어야 하는 범죄다. 400억원을 횡령했음에 비해 형이 너무 가벼운 것도 모자라, “회장님이 돈이 없으시니, 두 달만 살게 해주겠다”는 식의 법원의 친재벌 행태에 국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향후 49일간 쇼핑백과 두부 등을 만드는 노역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거에 그가 무슨 일을 했건 그 노역이 창출하는 가치에 따라 일당이 산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같은 두부와 쇼핑백을 만드는 데 다른 노역자들은 일당 5만원을 받고, 그는 일당 5억원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간 일당 5억원을 받고 만드는 두부와 쇼핑백은 다른 이들이 일당 5만원을 받고 만든 물건들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정 당국은 실질적으로 49일간 매일 4억9995만원씩 손해보는 것이 되며, 그 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벌충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그의 벌금을 대신 내는 꼴이다.

 

 차제에 이런 부당한 재벌특혜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 이전에도 벌금 2,340억원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회장이 노역을 3억원으로 산정받았고, 벌금 1,110억원을 선고받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억1000만원을 산정받은 적이 있다. 액수만 조금 적었을 뿐, 재벌특혜 판결인 것은 마찬가지다.

 무죄 판결에 따른 배상에 대해 과거의 경력과 급여 수준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유죄 판결, 그것도 횡령과 탈세라는 중범죄에 따른 노역에 대해 그러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며 부당하다. 법원은 부당한 노역일당 산정을 철회하고, 허재호 전 회장에게도 역시 일당 5만원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2014년 3월 24일
한국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