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책임지는 이 하나 없이 말 뿐인 대통령 담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월호 관련 대책들을 내놓았다. 우리 한국진보연대는 이번 담화 내용이 세월호 참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크게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과 요구를 밝힌다.
1. 실종자들에 대한 구조 대책이 우선이다.
대통령의 이번 담화에는 아직 남아있는 실종자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신속한 구조에 대한 언급이 없고, 구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경 해체’를 언급해 구조작업에 차질을 줄 위험을 높였다. 참사 상황에 마무리되지도 않은 조건에서 이러한 언급을 한다는 건 청와대의 관심이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고 수습’이 아닌 ‘정권 위기의 모면’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 말뿐인 대책으로, 책임지는 이가 하나도 없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최종 책임이 저한테 있다”고 했지만, 그 책임을 어떻게 질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사고의 원인을 청해진해운과 해경에게 돌리고, 정권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진정 최종 책임을 인식한다면,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며, 총체적 국가 재난안전 시스템 붕괴, 참사의 배경이 된 ‘묻지마 규제완화’ 정책기조, 장악된 언론을 통한 여론 왜곡 시도에 대해 책임을 지고 김기춘, 김장수, 남재준 등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이 모두 사퇴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책임지는 이가 하나도 없다면 ‘해경 해체’는 또다른 문패 바꿔달기가 될 뿐이다.
만약 박근혜 정권이 이러한 인적쇄신을 거부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직접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3.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를 이달(5월) 내로 구성하라!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 언급했고,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대통령이 앞서 유족들과의 면담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여전히 그 내용이 모호하다. 이미 유족들은 유족들과 유족들이 지정하는 전문가가 조사권을 가지고 진상조사단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한 특별법, 대통령을 포함하는 성역없는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러한 유족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이달(5월) 중 출범시켜야 할 것이다.
4. 참사의 배경인 ‘묻지마 규제완화’에 대한 반성과 대책이 없다.
담화에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운운하면서, 마치 이것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해 사고를 막지 못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앞으로 이를 더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것처럼, 세월호 참사 직전 이뤄진 해수부의 규제완화 대책에는 선박 안전 관련 규제가 포함돼 있었고, 이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결국 ‘묻지마 규제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이 계획들이 참사의 배경을 제공했는데, 참사의 대책으로 이 계획들을 더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이러한 여론 호도는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규제완화 정책기조의 전환 필요성을 외면하고, 일부 재벌과 자본들을 위해 ‘묻지마 규제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것이다.
문제는 ‘민관 유착’이 아니라 ‘정경유착’이고, 그것이 ‘묻지마 규제완화’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가 안전규제 무력화와 세월호 참사였다. 이러한 진실을 무시한다면, 참사의 근본적 배경의 해결이 어려워지고, 결국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부르는 단초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6. 언론 장악을 통한 여론 조작 시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이번 참사 과정에서 KBS, MBC 등 공중파 방송들이 정권 방어를 위한 보도행태를 일삼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낳았고, 이는 정권의 언론 장악이 도를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청와대는 정권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된 여론 조작 시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우리 한국진보연대는 이번 대통령 담화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정권 방어 차원에서 시간을 끌기 위한 또다른 꼼수가 아닐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향후 원탁회의를 중심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2014년 5월 20일
한국진보연대
수요일, 5월 21, 2014 - 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