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상승

기후에너지팀 최화영 활동가


알렉산드리아 ⓒ By TheEgyptian – 자작,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799427

4℃가 상승하게 된다면, 한마디로 절망밖에 남지 않습니다. 해수면이 0.5m 이상 상승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물에 잠길 것이고, 치명적인 침수가 이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해안 도시들은 파도를 막기 위해 방조 공사를 해야 하고, 내륙으로 난민이 밀려듭니다. ​

또한 대륙이 아닌 해수면 아래에 떠 있는 남극의 거대한 서부 빙붕이 해체될 수도 있습니다. 해안은 빠르게 침수되고, 4000년 만에 지구 전역에 빙하 없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릅니다.​

중국 자본주의에 대한 내용도 나옵니다.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소비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면 에너지 자원이 한계에 부딪힙니다. 온도가 올라가 농업생산력은 곤두박질치고, 곡창지대가 곡물 생산을 포기하며 식량난을 겪게 됩니다. 캐나다, 러시아 북부 등 추운 곳이 새로운 농경지가 되지만, 대부분 농경지는 황폐화됩니다. ​

마야, 중국 초기 문명, 인더스 강 유역 고대 하라파 문명까지 영원할 것 같았던 문명도 극심한 가뭄 앞에 스러져갔습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약한 기후변화가 일어났고, 이주를 통해 위기에 대처했지만 이제 더 이상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세계의 기후는 갈수록 불안정해져 폭풍우는 더 많은 지역을 강타하고, 숲은 바짝 마르고, 도시는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입니다. 남유럽은 사막화되고, 지중해 지역의 열파는 65일까지 늘어납니다. 알프스 빙하는 녹아 없어져 수력 발전으로 전력의 60%를 공급받는 스위스는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게 됩니다. 영국은 폭풍우의 중심에 자리 잡을 것입니다. 텍사스는 원래 비옥한 고원이었지만 뇌우와 강우 때문에 땅이 씻겨 내려가 지금처럼 황폐해졌습니다. 북부 유럽은 잦은 강우로, 남부 유럽은 열파로 고통받고, 사하라 사막은 포르투갈과 스페인까지 북상합니다. ​

바다얼음은 전부 사라지고, 겨울이 되어도 얼음이 다시 생기지 않습니다. 눈도 사라져 동물들은 얼어 죽고, 얼어붙어있던 토양이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메탄이 나옵니다. 탄소 배출량이 700%까지 상승하고 지구 온도는 더 빨리 상승합니다. 지구 온도 3℃ 상승은 어쩔 수없이 4℃ 상승으로, 다시 5℃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인류는 전혀 손을 쓸 수 없습니다.​

읽는 내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막과 태풍의 극한 상황 속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딜 가도 안전지대는 없고, 4℃가 상승하면 인간다운 삶의 영위는 불가능하고, 오직 생존만을 목표로 살아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없는 사막과 열파를 피해 달아나면 폭풍우의 한 가운데서 고통받고, 언제 파도가 들이밀지 몰라 조마조마하며 사는 삶을 상상했더니 그냥 죽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중국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그들의 경제활동이 지구를 망치게 된다면, 중국인들은 경제발전을 하면 안 될까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여태까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나라와 지금 경제발전을 통해 막 많이 배출한 나라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는가? 하는 기후정의에 관한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5℃ 상승

기후에너지팀 이우리 활동가


ⓒ 영화 투모로우 中

이제 지구는 더 이상 우리에게 익숙한 행성이 아닙니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아버리고, 가뭄과 홍수의 위기에 쫓겨 대규모 인구가 ‘살만한 지역’으로 이주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침략과 전쟁이 난무하며 무장충돌이 일어날 것입니다. 내륙의 기온은 지금보다 10도 이상 높아졌고, 이주로 인한 농경 확산과 산불 발생 증가는 또 다시 탄소 농도상승으로 이어지고, 생물다양성을 훼손할 것입니다.


ⓒ서울신문

바다가 부글부글 끓는다..?

바다가 안정성을 잃었습니다. 바다 속 아주 깊은 심해에 엄청난 추위와 압력으로 갇혀있던 메탄하이트레이트가 균열을 일으키며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메탄을 분출합니다.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녹기 시작하는 그 때가 되면 지구는 이미 끝났습니다. 메탄하이트레이트가 폭발하여 가스를 밀어올리며 해수면이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메탄 중 일부가 타오르며 해수면이 불길에 휩싸이게 됩니다. 메탄하이트레이트 폭발로 해저에서 붕괴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강력한 쓰나미가 도시를 덮칠 것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도시는 이미 모두 바닷물에 잠겼습니다.

​아, 해수면 상승을 피해서 높은 산지로 이주를 가셨나요? 하지만 바다쪽은 늘 주시해야 합니다. 바다에서부터 언제 어느때에 쓰나미가 우리를 덮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6℃ 상승과 우리가 선택할 미래

생태도시팀 김동언 활동가

6도 상승 시나리오는 선사 시대를 참고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인류세 대멸종 사태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페름기 말의 온실효과가 발현되는 데는 1만년은 걸렸지만, 우리는 불과 한 세기 만에 같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 생명이 등장한 이후 지금보다 빠르게 탄소 배출량이 증가한 적이 없었죠. 이 책에서 저자는 “미래의 그 무엇도 확정된 것은 없다. 우리는 이 무시무시한 드라마의 결말을 바꿀 힘을 아직 갖고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은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에 2도 상승으로 멈추는 것”입니다. 지금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미 410ppm에 도달했으니, 2도 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미 늦어버린 것이지요.​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이 책이 나온 이후로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졌습니다. IPCC가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각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지구 온도 2도 올라가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 1.5도에서 멈추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물론 기후변화를 막기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각 분야에서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하던대로 하고 더욱 큰 혼란을 수십년 뒤로 미룰 것인가, 지금 당장의 혼란을 인내하면서 더 참혹한 혼란을 막을 것이가’의 차이이죠. 코로나19 사태로 지금 겪는 혼란은 지구공동체가 기후위기로 맞닥뜨릴 미래와 다르지 않습니다. 예고편인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