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아래의 칼럼 내용은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강경한 대응정책이 중국의 실리에 입각한 비상식적 상술과 국제적 규범을 벗어난 행위에 대한 교정적 조치로서 ‘새로운 현실주의’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과장된 비난의 동의여부를 떠나, 미중 관계가 ‘자유와 민주적 가치’라는 허식적 논리가 아닌 강대국 간의 파워게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정부의 상호주의 정책은 우선 미-중 관계에 존재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 주요 표적은 균형이 무너진 경제 관계였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정치인들은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면 서서히 무역 방식을 자유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중국은 상업주의 정책을 한층 강화했고 이들의 지적재산권 침해는 프리패스를 받고 더 활발해졌다. 동시에 중국이 WTO에 가입하며 발생한 일명 “차이나 쇼크”로 인해 미국의 심장부에서는 제조 및 기타 경제 활동이 급격히 감소했다.
트럼프 정부는 전임 대통령들이 주창한 “공정무역”을 추구하면서도 전통의 오랜 교리에 도전했다. 1980년대 일본과의 협상 시 그랬듯이, 수개월간 5천억 달러 이상의 중국 제품에 대해 다양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중국 내수 시장으로의 접근권을 확대하여 미국 제품의 판매를 높이고자 함이었다. 팬데믹 사태 이전에 체결된 “1단계” 무역합의는 양국 무역 관계의 지속적인 재조정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었다.
중국의 WTO 표준준수 또는 이후 무역 거래를 보장하기 위해, 그리고 향후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시장 제한 정책이 도입될 수 있다. 중국 내 미상공회의소 등 꾸준한 교류를 옹호해온 재계 그룹들조차 이제는 그들이 부르짖는 “경쟁중립성”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행동을 지지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또는 기술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도 실시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가 미국 반도체 칩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미국의 5G시장의 진입을 금지했다. 또한 화웨이와 ZTE 모두 미국 정부 조달업체에 설비를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국가안보, 향후 디지털 데이터 침해 예방 등을 근거로 하거나, 좀 더 구체적으로 화웨이가 세계 최대 통신사가 되는 것을 막는 수단으로 도입되었다.
다만 중국은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이 중국 내에서 자유롭게 영업하도록 허용할 의지가 없고, 오랫동안 미국의 기술을 훔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행동은 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처우에 대해 중국에 비용을 청구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미국이 중국 내에서 공정한 기술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종종 중국 정부와 관계된) 중국 회사와 파트너가 되도록 하는 명령 등 미국 기업에 중국이 부과한 규제와 부담스러운 요구조건 때문에 미국 정계가 골머리를 앓은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 상호주의적 조치는 5G 갈등처럼 미국이 해결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문제와 관계되어 있다. 특히 올해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항공사의 입국을 막겠다고 위협한 것뿐 아니라 특정 문제에 대한 상호주의적 접근의 증거가 많았다. 지난 3월에는 포팅어와 스틸웰의 주도 하에 미국에서 활동하도록 허용된 중국국영 언론기자의 수를 100명으로 제한했다. 중국의 미국 기자에 대한 추방과 규제 강화에 대한 대응이었다.
중국이 외신 기자에 대한 비자 규정을 강화한 것을 반영하여 미국 내 중국 기자에 대한 취업 비자 기간도 단축되었다. 5월에는 인민해방군 학교 및 단체와 연관된 중국 대학원생의 학생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 연구실에서 지적 재산과 자재를 절도한 혐의로 보도 및 체포되어 수년간 많은 우려를 낳은 결과다.
이러한 상호주의 접근방식은 아직 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 지난 40년간 이어져온 대중(對中)정책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불필요한 도발로 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최근 항공편 사례에서 보듯이 상호주의 정책이 꼭 관계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불평등을 시정하는 더욱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상호주의는 정책을 실제 상황에 맞추는 신중한 노력이다. 균형을 쫓는 상호주의의 본성은 화해나 반목 중 하나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을 방지한다. 목표는 양측이 상호관계를 통해 동등한 이익을 얻는 것이 분명할 때에 한해 관계의 강화를 독려하는 것이다. 그럴 때 중국은 행동을 통해 양국 관계의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고,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며 대응할 수 있다. 상호주의는 미국의 비현실적 기대에 대한 제동장치이며,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나 미국의 희망이 실현되지 않을 때 생기는 실망이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호주의 정책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자유무역이 아니라 서구인들이 당연시하는 개방 사회 등 보다 심오한 자유적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오랫동안 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사회를 온전히 여는 것이 정치적 긴장 완화, 상호 이해의 증진, 과학 및 기타 지식의 고취, 나아가 외국의 자유주의적 발전이라는 네 가지 주요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어왔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을 넘어 꾸준히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한다면 중국도 그들을 따를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미국 정부는 중국과 활발한 공식 교류를 전개했고, 중국 관광객, 임시 거주자, 학생 등은 아무런 제약없이 미국에 머무르며 미국의 시민으로서 많은 자유를 누렸다.
이와는 달리 미국인들은 중국 전역에 자유로운 접근을 거부당하거나 사업, 교육, 문화 교류 등에서 많은 제약을 받았다. 일례로 미국 대학교나 중고등학교 캠퍼스에는 중국 정부가 후원한 공자학원과 “공자수업”이 600개가 넘게 개설되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중국 대학에 존재하는 미국 센터는 20곳뿐이었고, 그 마저 중국 측이 미국 외교관의 출입을 거부하거나 각 대학에 운영 중단을 압박하면서 문을 닫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진핑의 통치 아래, NGO와 기타 서구사회로부터 영감을 받은 시민단체들은 억압이나 규제의 대상이 되었다.
40년을 노력했으나 이제는 수백만 중국인이 (물론 그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에 들어와 살고, 공부하며, 일한 것이 중국 공산당의 자유화에는 철저히 실패하였고, 긴장고조를 불러온 중국 정책의 조정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인정할 때이다. 이는 오히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동한 시민단체를 더욱 억압하도록 만들었으며, 미국과 다른 자유 국가에 공격적 태도를 갖도록 만들었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이 1970년대부터 1990년까지 지속한 중국 정책이 실무적인 외교/경제 기회를 창출했는지, 그래서 미국이 더욱 안전하고 부유해졌는지는 차치하고, 이미 오래 전에 미국의 경제적 또는 정치적 안보의 이익은 실종되었다. 그렇다고 중국과의 관계를 모두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더욱 현실적인 접근법을 재고해야 한다. 그 주인공이 트럼프이든 다른 누구이든, 오바마 임기 중반이 되자 미-중 관계의 재조정은 이미 불가피해 보였다.
반세기에 가까운 교류 이후, 중국과 미국의 좋았던 계획은 양자관계도 수많은 미국 지도자들이 바라던 중국도 실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중국공산당은 자신들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리라 믿는 길, 중국의 독재와 관료주의 역사와 일치하는 길을 택했다. 이는 분명 1919년 5·4 운동을 통해 빛나던 민주주의의 찰나는 아니었다.
미국의 새로운 현실주의는 중국을 향한 다른 접근방식을 알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과거 수십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호주의야 말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양국관계의 재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출처: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2020년 07월 07일
마이클 오슬린(Michael Auslin)
스탠포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후버연구소(Hoover Institution)에서 아시아 현대사를 연구하는페이슨 J. 트리트(Payson J. Treat) 학자로 아시아의 새로운 지정학(Asia’s New Geopolitics)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