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에 시작된 미중 간의 통상전쟁을 중단하고자, 1단계 경제 및 통상에 대한 합의가 지난 2020년 1월 15일에 체결되었다. 미국이 추가적인 관세의 인상을 보류하는 대신,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수입량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약속했다. 싸움은 일시 중단되었지만 수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품에 가하는 추가적인 관세를 완전히 철폐할 것이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미래에 있을 협상에 거래할 게임의 칩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기의 협정에서 약속하였듯이,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중국의 수입확대는 무역불균형을 줄일 뿐만 아니라, COVID-19의 충격으로 영향을 받은 중국경제의 성장속도를 낮추는 압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협상 내용에는 ‘중국제조MadeinChina-2025’의 산업정책이나 중국공기업(SOE)의 지원에 대한 제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사실 이것들이 미국의 주요한 관심이었다. 이들 사항은 추가적인 협상과정의 주요의제에서 배제되었기에,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기둥으로서 이들 주제가 향후 협상과정에서 추가적인 양보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채결된 협상내용이 2001년 WTO 가입 당시 취해졌던 경제개혁과 유사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여전히 희망하지만, 당시의 상황과는 확연하게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

WTO시스템은 다자간의 합의체제로 회원국들 간에 가장-선호하는-국가의 원칙(most-favored-nation principle)을 적용한다. 이와는 반대로 미중 간 통상합의 조치는 양자간에 이루어진 것으로 제3국에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의 WTO가입은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낮추어 자유통상을 촉진하는 것인 반면에, 양자간의 합의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대한 수량적 확대를 위하여 관리적 통상조치를 담고 있다. 미국에 대해 유리한 조치는 가장-선호적-국가의 원칙을 위배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통상에서 기술이라는 주제로 확산되었다. 미국은 ‘화웨이’같은 중국의 첨단기술기업의 활동을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금지하고 있고 미국의 첨단기술기업을 중국이 매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더구나 동맹국들에게 같은 조치를 강요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속도는 이미 인구의 노령화와 농촌노동력(農工)의 고갈로 늦추어 지고 있다. 성장속도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수입하지 못하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이 굴기를 지속하는 동안에는 미국이 이를 전략적 경쟁자로 견제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분명하게 중국의 포용정책에서 단절(decoupling)정책으로 전환하였고, 통상과 투자 기술과 인적 교류 등 흐름을 제한하면서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였다.

이러한 전략은 즉시 효과를 나타내면서 미국과 교역대상 국가 순위가 2018년에는 1위였으나 2019년에는 3위로 내려 앉았다. 미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투자는 현저하게 줄어들어(금지되어) 중단상태에 이르렀다.

거대한 경제대국 간의 단절이라는 흐름은 현재 진행중인 COVID-19 팬데믹으로 더욱 격화될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염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미국은 단순히 소비재만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기계제품과 의료기자재 역시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여 미대통령의 경제고문인 Larry Kudlow는 미국기업이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정부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4월30일 트럼프는 COVID-19가 우한에서 시작되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는 핑계로 관세를 높이겠다고 협박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단절은 세계경제를 양단으로 해체하여 지난 시기에 대공황을 초래한 블록화를 형성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샬 플랜을 실제적으로 설계한 Charles Kindleberger는 대공황은 미국이, 영국을 대체한 국제사회의 지도국가로서, 주요한 공공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금융시스템을 개방적으로 운용하지 못한 실패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한세기가 지난 후, 세계는 다시 ‘Kidlerberger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주도권의 전환시기에 국제사회를 이끌어 갈 지도력의 부재로 국제질서가 붕괴되고 혼란이 다시 야기될 조짐이다.

퇴조하는 패권국가인 미국은 외교정책를 고립주의로 퇴각시키고, 합의로 구축된 국제기구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킨다. 팬데믹이 한창인 가운데 트럼프는 WHO가 중국편을 든다고 비난을 하면서 지원금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반면에 굴기하는 중국은 명목상(nominal) GDP기준으로 미국의 2/3수준으로, 미국이 떠난 국제사회의 공백을 채울만한 힘을 갖추지 못했다.

국제적 질서가 혼란한 상태에서 COVID-19가 발발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COVID-19의 위기와 ‘Kindleberger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갈등을 협력으로 전환하고 특히 두 개의 거대 세력간에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출처 : East Asia Forum of ANU, 2020-05-05.

C H Kwan

노무라 증권의 자본시장연구센터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