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가 경찰에게 살해됐다. 플로이드 씨가 “숨을 못 쉬겠어요”라고 절규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8분 46초 동안 그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그를 숨지게 했다.

이 잔혹한 인종차별적 살인에 분노한 시위대가 미국을 휩쓸고 있다.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시위대가 백악관 코앞까지 진입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하 벙커로 잠시 숨기도 했다. 워싱턴 DC뿐 아니라 뉴욕,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등 미국 200여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행진을 벌이고 소요를 일으켰다.

처음에 관계 당국들은 살인범들을 감싸려 했다. 사건 직후에는 살해 현장에 있던 경찰관 4명 중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위가 격화하자 정부는 그제서야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른 데릭 쇼빈을 3급 살인과 과실치사로 기소했다. 최근 부검결과가 밝혀진 뒤 데릭 쇼빈에게 2급 살인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고, 체포에 가담했던 나머지 전직 경찰관 3명은 2급 살인 공모 및 2급 우발적 살인에 대한 공모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사실 자국 패권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생명·인권·민주주의를 위협해 왔다. 인종차별은 미국 정치인들이 자국의 패권적 대외 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도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그에 따른 폭력을 묵인하고 있다.

경찰의 흑인 살해는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인종차별의 단면일 뿐이다. 미국에서 흑인은 코로나19 확진자 대비 사망률이 모든 인종을 통틀어 가장 높다. 흑인은 미국 사회 전반을 가로지르는 불평등과 빈곤으로 가장 고통받는 집단이다.

그래서 흑인뿐 아니라 라틴계·백인 등 인종을 불문하고 가진 것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번 항의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불평등과 불의로 가득 찬 현실에 맞서 이들은 자신의 삶과 안전을 지키려고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금 미국 경찰이 시위대에 휘두르는 폭력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미 진압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최소 2명이 사망했다. 사망 소식이 계속 추가되고 있기도 하다. 경찰이 쏜 고무탄에 한쪽 눈을 실명한 기자도 있다.

반면, 한 달 전 극우 시위대가 중화기로 무장하고 주의회 건물을 점거했을 때, 미국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들을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추켜세웠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미국 연방군까지 투입하겠다고 한다. 자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셈이다.

인종차별과 전쟁에 반대하는 우리는 미국 정부의 이런 행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이미 영국, 독일, 캐나다, 브라질, 프랑스 등지에서도 대규모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우리도 미국 흑인 사망 항의 운동에 연대하며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바다. 미국 정부는 탄압을 중단하고, 플로이드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자들 모두를 처벌하라.

인종차별 반대한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미국 정부는 탄압 중단하라!

2020년 6월 5일
흑인 사망 항의 운동 연대, 미국 정부 규탄 주한 미국대사관 앞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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