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배제를 넘어서자”
:지금 필요한 건 존엄, 평등, 연대
지난 5월 7일, 이태원의 한 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국민일보 보도 이후 머니투데이와 매일경제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게이 클럽’, ‘블랙 수면방’ 등 확진자 동선 파악과 감염 예방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자극적으로 전파되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와 정부가 “차별과 혐오는 질병 예방과 공중보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언급을 했지만, 언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지금도 혐오를 선전하고 있다.
언론이 보도를 통해서 혐오를 촉발했다면, 지자체는 정책을 통해서 혐오를 확산했다. 각 지자체에서 발송한 재난문자는 상호명을 포함한 ‘게이 클럽’을 언급하며, 마치 성 정체성 때문에 전염병이 확산되었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졌다. 또한, 지자체는 긴급 대응이라는 이름으로 경찰력 투입과 기지국 수사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진행 중이다. 강력한 방역을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는 동시에 고스란히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사회구성원에게 정책이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행정의 특성상, 방역을 이유로 사회적 소수자들을 비정상적인 집단으로 치부하고 불필요한 개인정보 공개를 통해 혐오를 조장한 것이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와 평등의 기준에 대해 시민들에게 끼친 영향력 또한 그 책임이 매우 무겁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역량이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방역을 이유로 시행되는 정책들의 기본권과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감염병 확산이라는 위기 앞에서, 인권은 한가로운 이야기처럼 취급된다. 방역과 인권이 서로 상충한다는 인식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러나 배제와 차별을 조장하는 정책은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다. 확진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정책은 검진률을 낮추는 등 오히려 방역을 약화 시킨다. 방역을 위한 강제적 조치가 필요할지라도 그 시한과 한계는 명확히 하고,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존엄한 인간임을 기억하며 인권의 원칙에 기본 한 정책을 펼칠 때 우리는 안전해질 수 있다. 감염병 위기와 그에 따른 방역은 한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안전을 위해 정말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는 과정에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평등한 연대가 자리 잡아야 한다.
몇몇 지자체에서 익명 검사를 시작하고, 중대본에서도 확진자나 접촉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낙인찍기를 멈춰달라고 호소하며 동선공개 방식을 변경했다. 정책에 있어,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이 있고 나서야 문제를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에서 언제나 인권의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감염병 위기에서 방역 대책은 권리 침해의 근거가 아니라, 권리 보장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인권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그를 시행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그리고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확진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엄한 인간임을 기억할 때 우리는 더욱 안전해질 수 있다. 혐오와 배제를 넘어서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평등과 연대이다. 이는 곧 우리가 존엄한 이유임을 잊지말자.
- 지자체와 언론은 코로나19 예방을 저해하는 혐오 조장을 멈춰라!
- 인권과 방역은 양자택일의 가치가 아니다. 차별을 멈춰라!
- 우리는 차별에 맞서는 성소수자들과의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평등으로!
- 차별을 멈추자! 혐오와 배제를 넘어, 존엄.평등.연대로!
2020년 5월 14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