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 예정지 동굴조사

땅이 숨쉬는 구멍, ‘숨골’ 조사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온평리는 제주의 건국 신화가 깃든 마을이다. 마을 안쪽에는 제주 섬에서 탐라국을 세운 고․양․부 세 신인과 벽랑국 세 공주가 결혼했다는 ‘혼인지’와 신접살림을 차렸다는 ‘신방굴’이 있다. 마을 해안에는 벽랑국에서 배를 타고 온 공주들과 곡식, 가축이 내렸다는 황루알이 있다. 마을 전체가 신화의 장소인 셈이다. 즉, 온평리는 탐라국이 시작된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탐라건국 신화가 담긴, 제주도의 뿌리가 담긴 온평리를 포함해서 신산리,난산리,수산리에 제2공항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마을 4개와 초원지대, 오랜 시간 일구어온 밭과 과수원, 선친의 묘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와 함께 또 하나 위기에 처한 것이 있다. 바로 땅 아래 있는 동굴이다.

온평리를 포함한 이곳 일대는 ‘온평리현무암’이란 용암이 흐른 곳이다. 마을과 농경지가 용암동굴을 만드는 용암인 파호이호이용암(빌레용암)위에 형성된 마을이다. 마을 내륙에서부터 해안까지 빌레용암의 흐른 흔적이 남아있다. 마을 안쪽은 빌레용암이 흐르다가 가스 등 압력에 의해 부풀어 오른 ‘튜물러스’란 용암지형이 산재해있고 튜물러스 위에 울창한 상록활엽수 군락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밭들 주변으로는 ‘튜물러스 상록활엽수 군락’이 감싸 안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제2공항 예정부지의 모습. 밭과 ‘튜물러스’위에 형성된 상록활엽수림이 공존하는 특이한 곳이다

그래서 이 마을 일대는 ‘농경지와 용암지대 숲’이 공존하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척박한 환경을 일구고 살았던 제주민들의 피땀의 흔적과 용암대지 숲이 공존하는 제주만의 풍경과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곳인 것이다.  이처럼 파호이호이용암(빌레용암)이 흐른 지역은 필연적으로 동굴이 분포한다. 실제로 제2공항 부지 경계 주변에는 여러 동굴이 분포하고 있다. 삼성신화가 담긴 신방굴은 77m 떨어져있고 서궁굴은 불과 38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외에도 모낭굴,공젱이굴 등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제2공항 부지와 1km가 조금 넘는 곳에는 길이가 5km에 달하는 대형동굴인 수산굴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문헌자료에만 없을 뿐 제2공항 예정지 안에는 동굴이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까지 땅속을 엑스레이 찍듯이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토부는 제2공항 부지에 대한 동굴조사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조사가 아닌 문헌조사에 나온 동굴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외에 사업부지안 동굴분포 조사는 전기 파장으로 지하의 동굴 유무를 파악하는 GPR탐사는 평평한 풀밭이나 도로 위와 같은 지극히 협소한 지역에서만 형식적으로 몇 차례 실시했을 뿐이었다. 정밀조사를 위한 시추조사도 43곳만 진행하였는데, 시추한 위치의 선정 근거와 결과가 초안에 공개되지 않아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 3만 평당 1곳을 시추했다는 것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가장 집중해야 할 활주로 부지는 3곳만 실시했다.

이 때문에 작년 여름에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제주참여환경연대 3개 단체는 공동으로 제2공항 예정지 내에 동굴분포 조사를 진행했다. 동굴을 찾는 방법은 숨골을 찾는 것이다. 숨골은 빗물이 지하로 흘러 들어가는 구멍을 말하는 제주어이다. 화산지형을 가진 제주에서만 부르는 이름이다. 땅이 숨쉬는 구멍이라는 이름일 것이다. 그래서 동굴이 있는 지형에는 숨골이 있다. 그래서 숨골을 지질학적으로 접근하면 동굴의 천장이 함몰된 것을 말한다. 땅 속 동굴이 어떤 이유로 인해 천장의 일부분이 깨진 것이다. 즉, 빗물은 이 숨골을 통해 지하동굴로 유입되며 지하수의 일부가 되거나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환경단체가 지난해, 제2공항 예정부지에서 발견한 숨골. 숨골은 동굴의 천장이 무너진 곳으로서 숨골의 발견은 동굴 분포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래서 숨골이 발견되면 동굴의 분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국토부는 지난해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 제2공항 사업부지 내에서 8곳의 숨골만을 찾았다고 했다. 그런데 작년 조사에서 3개 환경단체는 조사인력과 시간이 매우 부족하고 짧았음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의 8곳의 숨골 이외에 61곳의 숨골을 찾아냈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산읍 일대는 숨골이 밭 하나마다 있을 정도로 곳곳에 분포해 있었다. 대부분 용암대지 위에 흙이 쌓인 곳에서 경작하는 상황이라, 물이 빠지는 숨골이 없으면 경작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거대한 제2공항 예정지 내에서 단 8곳의 숨골을 찾았다는 것은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3개 환경단체 공동으로 지난 4월 11일부터 15일까지 제2차 동굴 공동 조사를 진행했다. 역시 이번에도 수많은 숨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부실한지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최근 제2공항 예정지에서 발견한 숨골.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팀이 제2공항 예정부지 안에서 숨골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