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토론, 기후위기에 침묵할 것인가

-비례대표후보자 선거방송토론회 관련 성명서

21대 총선에서 정책과 공약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기득권 정치를 변화시킬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재난과 함께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과 자질을 토론하고 검증할 기회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런 과정으로 국회에 입성한들, 21대 국회의원들이 기후위기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온갖 위기와 문제점 해결에 적극 나설 수 있을지 큰 의문이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이하 방송토론위원회)는 MBC와 KBS 주관의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원내 정당의 토론회는 4월 6일과 9일에 나눠서 진행하고, 원외 정당의 토론회는 4월 7일 한 차례 진행된다. 그리고 방송토론위원회는 각계의 의견을 듣고 전문위원회와 전체회의 논의를 거쳐서 토론 주제와 질문 사항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방송토론위원회는 유권자들에게 직접 토론 주제를 제안받는 과정을 진행한 바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참여단체들과 많은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토론 주제로 삼아달라고 여러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주제가 기후위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토론위원회가 공지한 내용에 따르면, 원내 정당의 1차 토론회의 주제는 경제위기 극복 대책과 복지대책이고, 2차 토론회 주제는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과 정치쇄신 방안이다. 원외 정당 토론회는 특정되어 있지 않다. 기후위기가 토론 주제로 다루어질지 확인하기 어렵다. 오히려 경제위기를 언급하면서도 기후위기를 명시하지 않는 것에서, 이번 방송토론에서도 기후위기 의제는 외면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방송토론위원회는 이번 방송토론회에서 기후위기 주제를 다루어, 유권자에게 그 심각성과 긴급성을 일깨우고 바람직한 대책을 두고 후보자 사이의 토론을 통해서 투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방송토론위원회에게 기후위기를 토론주제로 다룰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총선토론회에서 기후위기 주제를 외면한다면, 닥쳐오는 기후재난을 방관, 침묵하였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2020년 4월 4일

기후위기비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