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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코로나19 대응 가로막는
과도한 대북 제재 즉각 완화 혹은 중단하라

지난 3월 25일(현지 시각)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G7 등 모든 나라가 계속 단합하여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의 공중 보건, 그리고 수백만의 생명과 권리를 위해 북한 등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발언을 일축한 것이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들은 인도적 지원을 제안해도 거절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압박 정책은 유지한 채 북한의 인도적 지원 거절을 핑계 삼는 것은 현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처럼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북측과 협조하고 지원할 의향이 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가로막는 미국과 UN의 대북 제재를 완화 혹은 중단하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제재를 완화 혹은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광범위한 제재가 시급히 재평가되어야 한다며, 쿠바, 북한,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이란 등에서 제재가 의료 활동을 방해할 수 있고 이는 우리 모두의 위험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G20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의료 지원과 필수적인 물품, 음식 공급을 위해 제재를 면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도 제재가 지원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건별로 제재 면제 승인을 하고 있고 최근 승인 기간도 단축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체온계나 유전자 증폭 검사 장비, 진단 시약, 인공호흡기 등 필수적인 의료 물품 지원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면제 승인을 위해서는 지원 목적, 물품의 이동 위치, 선적 수량과 방법, 화물 이동 경로, 달러로 환산한 가치, 면제 요청 이유, 이용할 금융기관 등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는 지원을 진행하면서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면제 승인을 받더라도 금융 제재와 미국 독자 제재 등으로 지원 물품 대금 지급, 현지 NGO나 유엔 기구 운영비 지급을 위한 금융기관을 찾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