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본의 재난 대응은 세계의 귀감이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리적 조건 속에서 일본의 재난 대책과 매뉴얼‧지침은 견고했고, 그 체계가 모범사례로 손꼽히던 적도 있었다. 2011년 ‘그날’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최고의 선진 기술로 대비하더라도 핵발전은 통제 불가능

2011년 3월 11일, 안전신화를 자랑하던 원전대국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원전 1,2,3,4기가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검출되었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고의 내진설계를 자랑하던 일본의 기술은 강진과 해일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인간이 만들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원자력은 빵점짜리 기술!

원전사고 없이 자연재해만 겪었다면 진작 회복했을 후쿠시마는 9년이 지난 지금도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원전사고에는 과거가 없다. 현재뿐이다’는 말을 증명하듯  체르노빌, 후쿠시마 모두 방사능은 여전히 누출되고 있고 누출된 방사능의 죽음의 위력 역시 수백, 수만 년간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9년 동안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 물질을 제거해왔지만 오히려 주변 지역으로 오염이 확산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그린피스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확산:기상 영향과 재오염])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운좋게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핵발전소 폐기물 문제는 영구히 남는다. 폐기물의 관리와 책임, 피해는 미래세대가 무려 10만 년*동안이나 떠안아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선량이 자연 상태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기간이 최소 10만 년’)

10만년

인간이 만들고, 활용하고 있다고 해서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원전과 핵은 안전하게 관리할 수도, 우리 세대 안에서 온전히 감당할 수도 없다.

바꾸자, 국회부터 바꾸자

1급 발암물질인 세슘이 검출되고,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하고, 제3원전의 비상 냉각장치가 멈추고, 주민 수십만 명이 대피하고, 수소 폭발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잊어선 안 된다.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대부분 원전이 동해 바닷가 쪽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월성의 경우 인근 바다 밑에 활성단층이 존재하고 있어 지진 발생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애초에 우리의 내진설계는 일본(0.3g)보다 한국원전(0.2g)이 낮게 설계되었으며, 기후위기로 인해 태풍의 영향도 갈수록 더 많이, 강하게 받는다(2019년 한반도 영향 태풍 9개)는 사실도 쉽게 넘겨선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어디 숨을 수도 없을 만큼 우리 국토는 너무나도 좁다.

원전 3관왕

3년 전 오늘, 촛불은 승리했다. 이제 그 힘을 모아 국회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탈핵에너지전환+기후위기대응법을 법제화하는 탈핵X기후 국회로 변화시켜야 한다.

노후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지진, 태풍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핵발전소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핵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전소 내에 쌓여가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에 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버린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안전’만큼 중요한 가치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설령, 그 어떤 이익이 있다고 해도 미래세대의 10만년을 저당잡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전보다 안전과 생명이 우선이다를 외쳤던 9년전 그날을 기억하자.

정책팀 전세이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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