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후로 평균기온이 1℃가 올랐고, 여기서 0.5℃가 더 오른 1.5℃가 마지노선이다.

만약, 이 임계치를 넘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IPCC 특별보고서)

고작 0.5, 평균값의 속임수

2019년 러시아에서는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추위가 몰아닥쳤고, 프랑스에서는 45℃가 넘는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지만, 세계 ‘평균’ 기온의 수치 속에선 이 재앙에 가까운 혹한과 폭염은 드러나지 않는다. 인도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가뭄과 뉴질랜드의 기록적인 폭우도 ‘평균’ 강우량 개념 안에서 서로 상쇄될 뿐 큰 의미가 없다.

평균값은 기껏해야 0.5℃ 차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 세계는 ‘기상 관측 이래 최고/최저/최악, 전례 없는, 100년 만에, 기록적인’이란 수식어로 가득 차 있다. 생태계 파괴, 인명 피해, 재산 손실은 이 극단의 수사 안에서 발생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재해성 날씨와 극한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50년, 100년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했던 강력한 태풍, 가뭄, 홍수, 산불이 2~3년 이내에 새로운 기록으로 경신되고, 폭염, 혹한의 연중 발생일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다.

2019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상기후

사본 -2019년 전세계 이상기후

오세아니아 폭우

1월 말부터 2월 초 호주 북동부에는 연 강수량과 맞먹는 ‘전례 없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가 발생해 주택 2만여 채, 학교와 공항이 침수되었다. 뉴질랜드도 ‘관측 사상 최대’치인 1,086㎜의 폭우가 발생해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러시아 폭설

1월 말 모스크바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68년만’의 최고의 폭설이었다. 2월 중순에는 모스크바에 ‘140년만’에 45cm의 폭설이 내렸다.

북미 폭설

4월 미국 시카고에는 ‘58년 만의 최고’기록인 20.3cm의 눈이 내렸고, 10월 초 미국 중북부에는 때 이른 30cm 이상의 폭설이 내렸다. 이른 눈 폭풍으로 아직 수확하지 못한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보았다.

아시아, 아프리카 태풍

2019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는 태풍이 몰아쳤다. 5월 초 파니가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덮쳤고, 10월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했다. ‘위성 관측 사상’ 가장 강한 5대 태풍 중 2개로 꼽히는 이다이와 케네스가 한 달 간격으로 3월, 4월에 모잠비크에 상륙하면서 9만2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인도 가뭄

인도는 지독한 가뭄에 시달렸다. 인도의 6번째 대도시인 첸나이 지방에서는 196일 동안 한 차례도 비가 내리지 않는 ‘극심한’ 가뭄으로 생활용수 부족이 발생하여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다.

러시아 산불

최악의 폭염이 휩쓴 여름이 지나자 러시아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8월 16일 기준, 289건)했다. 남한의 1/3에 달하는 300만ha에 이르는 면적이 연소되었고, 주요 화재 지역에 비상상태가 선포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40℃에 가까운 무더위와 스모그가 뒤섞여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했고, 이 연기는 미국 알래스카까지 영향을 미쳤다.

유럽, 알래스카의 폭염

유럽과 알래스카의 7월은 폭염으로 들끓었다. 프랑스 가르주가 45.9℃를 기록하는 등 영국, 독일,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에서 모두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만 폭염으로 1.435명이 사망했고, 네덜란드,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도 폭염으로 상당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알래스카의 이상고온으로 바닷새가 집단 폐사하는 등 해양 생태계에도 큰 악재가 겹쳤다.

호주 산불

10~12월 봄철 강수량이 최근 ‘120년 최저’치 기록하면서 심각한 봄 가뭄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7월에 산불이 발생했고, 11월에는 시드니를 포함하는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2019년 초부터 계속된 장기 가뭄에 더해 12월 ‘역대 최고 기록’의 폭염까지 발생한 데다 강풍까지 겹치며 ‘사상 최악’의 산불로 발전하였다.

2019년 한반도의 이상기후

2019년 1월, 서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겨울에 눈이 사라지면서 겨울 가뭄을 맞았고, 1월 강수일수는 2.8일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봄에는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해 3년째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이어졌고, 5월엔 이상고온으로 철원이 32.5℃를 넘기고, 일교차는 20℃ 이상 차이가 났다. 기상관측 이래 평균 최고기온 1위(25.5℃)도 기록했다.

여름과 가을엔 태풍이 몰아쳤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의 영향을 받았고, 가을에만 3개의 태풍이 온 것도 사상 최고의 기록이었다. 10월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고, 동시에 전국 강수량 169㎜로 최다 1위 기록도 경신했다.

사본 -한국 태풍(1)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3~4월 이상저온, 예기치 않게 4월에 내린 대설, 5월의 서리-우박-호우-강풍 콤보, 6~10월 폭염, 7~10월에 다나스, 링링, 타파, 미탁 등 태풍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농업 분야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봄철 이상저온과 서리로 인해 과수 꽃눈이 얼고, 농작물, 밭작물이 고사했는데, 7번의 태풍과 우박, 호우, 강풍으로 인해 농작물과 과수, 축사 피해가 잇따랐다.

잦은 태풍의 내습으로 높은 파도가 치면서 양식 시설물 및 생물 피해가 발행했다. 세꼬막, 전복 등 가두리 양식장 피해액만 27억 원에 달했고, 전남 해남, 진도 등 김 양식장 시설 피해액만 100억을 넘겼다.

이상기상으로 고산 침엽수종의 쇠퇴 현상은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다. 전국 54개 고산지역 내 침엽수림 면적은 과거 20년 동안 25% 감소했고, 2019년 한 해 동안 구상나무림의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가 쇠퇴했다.

봄철 고온건조 및 강풍으로 인해 강원도에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연간 누적 산불살생 건수가 206건 증가했다. 4월 강원도 대형산불 발생으로 고성-속초 강릉-옥계, 인제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고, 집중호우와 미탁 등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산사태도 다수 발생했다.

이상기후의 경고

경향성과 평균값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후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증가하고 있고, 가뭄과 홍수가 공존한다. 국지적 적설과 한파 또한, 증가하고 있고, 한랭질환자는 평균 454명, 사망자 13.2명 발생하며, 온열질환자 2,335명 중에 17.6명이 사망한다. 태풍의 영향도 점점 많이 받고, 33℃가 넘는 폭염일수는 15.5일(최근 10년 평균)이나 된다.

그러나 평균값만으로 올 한해 기상이 어떨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룻밤 사이 서울에 26㎝의 폭설이 내렸던 2010년 같은 겨울이 올 수도 있고, 폭염일수 31일을 기록했던 최악의 2018년 여름 같을 수도 있다. 최악의 가뭄이 올 수도, 7개의 태풍이 몰아칠 수도, 이 모든 재앙이 한꺼번에 닥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올해도 기상관측 이래 최고/ 최저/최악의 이상기후는 발생할 것이고, 이런 속도라면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엔 ’50년 만에, 100년 만에 발생하는 이상기후’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 대기록들은 2~3년 만에 계속해서 갱신될 테니까.

※ 본 글은 [2019년 이상기후 보고서(기상청)]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자료: 기후정보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