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봄나물이 왔어요!
봄은 어디서 올까요. 겨우내 바짝 몸을 낮춰 맵찬 바람을 견디어 내고, 작은 잎 몇 장으로 애써 끌어 모은 봄볕을 건네는 봄나물을 보니 봄이 왔음이 느껴집니다. 봄나물을 한 광주리 캐서 담은 봄날의 푸릇한 밥상은 매년 새봄을 기다리게 합니다. 사시사철 생나물을 얻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자연의 때에 맞춰 농사짓는 한살림에서는 봄철이 되면 밥상이 그 어느때보다 풍성해집니다. 맑은 햇살과 건강한 땅의 기운을 머금고 자란 한살림 봄나물로 우리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을 건네주세요.
봄을 건넵니다
생명을 전합니다
봄나물을 생각하면, 호미를 들고 집 밖을 나섰던 어머니의 바구니에 담뿍 담겨 있던 냉이와 달래가 먼저 떠오릅니다. 길가며 밭둑에서 제 스스로 피어난 봄나물을 더는 찾기 어려워진 요즘, 겨울 삭풍에 맞서 보듬어 키워낸 봄나물을 건네는 생산자가 있어 다행입니다. 함평 천지공동체 정성욱 생산자의 바구니에, 그에게서 건네받은 냉이와 달래 봉지 안에 봄이 폈습니다.
생명력 가득하기에 봄나물
“냉이와 달래 모두 생명력이 어마어마해요. 겨울 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고 눈이며 서리도 많이 맞는 데도 끄떡 없이 버티고 봄에 꽃을 틔우잖아요. 웬만해서는 죽지 않고, 그 과정을 거치며 오히려 향이 더 진해지니까.”
정성욱 생산자는 이야기 내내 그것들의 강한 생명력을 강조했다. 아주 오래전, 처음으로 봄나물을 먹기 시작한 사람들도 어찌 보면 그 작은 생명이 겨울 찬바람을 끝내 이겨내는 모습이 경이로워 보여서 손 뻗지않았을까.
시골에서는 작은 품만 들이면 한 광주리씩 딸 수 있는 봄나물이지만, 뿌리내릴 흙이 없는 도시에서는 누군가의 수고가 뒤따른다. 봄나물은 겨울 추위를 이길 수 있다지만 정작 그것을 거두는 생산자에게는 이만저만한 노고가 아니다. 재배하는 냉이와 달래를 봄나물이라 하지 않고 굳이 겨울채소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야생에서는 봄에 캐서 먹지만 농사지을 때는 겨울에 수확해야 해요. 나물로서 맛과 향이 충분히 들고 부드러워야 상품성이 있으니 봄 전에는 캐야 하죠. 근데 겨울에는 땅이 얼어 뿌리의 흙도 뭉쳐서 잘 안 털리니 수확이 힘들어요. 그나마 하우스 시설에서는 괜찮은데 노지농사는 몸 버리기 십상이에요.”
땅과 나를 살리는 농사
“한살림 냉이와 달래는 약을 전혀 뿌리지 않고 키워요. 원체 병이나 충이 없는 데다 풀이야 손으로 뽑으면 되니까. 땅을 해치지 않는 농사인 거죠.”
냉이와 달래 모두 생명력이 강해 약을 치지 않더라도 병충해가 거의 없는 편이다. 맵고 쓴 맛을 싫어하고 추위에 웅크리는 것은 벌레나 세균도 마찬가지인가보다. 그러나 풀은 다르다. 흔히 잡초라 불리는 것들의 생명력은 봄나물 못지않아서 밭에서도 제가 주인공인 양 고개를 쳐든다.
“그래서 관행 농사에서는 제초제를 꼭 쳐요. 냉이와 달래는 제초제를 치더라도 살아남으니까 오히려 다른 작물들보다 쉽게 치더라고요. 근데 그게 결국 땅에 스며드는 것인데 괜찮을 리 있나요.”
땅을 살리는 또 하나의 비법은 돌려짓기다. 냉이와 달래를 수확한 밭에는 완두콩을 심고 그것을 캐낸 다음에는 깨를 뿌린다. 작물을 일 년에 세 차례 윤작하니 자연히 땅심은 강해지고 그만큼 작물들도 더 잘 자란다.
봄나물 맛있게 먹는 방법
봄 기운 듬뿍 품은 봄나물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매번 먹는 나물을 똑같은 방법으로만 무치면 아쉽지 않을까요. 나물에 따라 때로는 된장 양념으로 주물주물, 가끔은 액젓 양념으로 조물조물, 두부도 으깨 넣어보고, 살살 볶기도 하며 건강한 나물 밥상을 차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