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2심 판결의 의의와 서울고등법원의 역사적 의무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을 재판한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2020. 2. 19.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2년에 벌금 130억 원을, 횡령 등 나머지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다. 우리 모임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면서 본 항소심 판결의 의미와 서울고등법원의 역사적 의무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첫째,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체적 물증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강변하였으나 어불성설이었다. 다스의 실소유주에 관한 진실이 명확해졌고, 동시에 역설적으로 과거 BBK 특검이 권력에 야합하였던 사실도 드러났다. 권력에 대해 누구보다 엄정해야 할 BBK 특검이 권력에 굴복하여 특검의 취지를 몰각시킨 사실은 역사에 기록되어야 한다. 또한 김종백 씨 등 공익제보자의 용기로 구체적 물증이 확보될 수 있었다는 점 역시 역사에 기록되어야 한다.

 

둘째, 삼성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은 약 89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죄는 필요적 공범 중 대향범(범죄 참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으로 분류된다. 즉 뇌물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반대편에는 준 사람도 있으므로 뇌물을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이 반대 방향으로 공범관계라는 의미다. 대법원은 필요적 공범 중 대향범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의 정지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공범관계에서의 ‘공동의 구성요건’이란 구성요건이 동일하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의 범죄’ 즉 ‘공동의 불법’이라고 봄이 상당한 점, 대향범 역시 2인 이상이 가공하여 공동의 불법을 실현하는 공범관계라는 점, 형법 총칙의 공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대향범 사이뿐만 아니라 집합범 사이에도 마찬가지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대법원 판례는 변경의 여지가 있다. 비록 공소시효 제도가 국가형벌권의 남용을 제어하는 목적을 갖지만, 공소시효가 범죄자의 면죄부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추세에 있음에 비추어 볼 때, 대향범을 제외하는 형사소송법 해석이 사법정의를 바라는 현실에 부합하는지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검찰은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떠나,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을 위해서 서슴지 않고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이상,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

 

셋째,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엄정하게 심판하였던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도 엄정하게 재판하여야 한다. 재판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이를 다스의 직원, 함께 일했던 공무원, 삼성그룹 직원, 그 밖의 여러 사람들의 허위 진술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질 부분이 명백한 경우에도 책임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라고 보아 형량을 가중하였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일련의 재판 과정을 돌아보면, 이재용 부회장은 최초 뇌물 제공 및 횡령 범행을 부인하였고, 증거가 제시된 이후에는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 탓으로 돌렸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하여도 이러한 사정은 마찬가지로 양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며, 반대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운영 여부가 양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아니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모두 정경유착의 폐해가 명징하게 드러났다. 특히 삼성그룹은 두 사건에 모두 관여되어 있다. 정경유착을 근절하여 사법정의를 세우고, 권력형 비리를 방지하여 보다 나은 민주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거치면서 각인된 우리 사회의 역사적 과제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이러한 역사적 과제를 지고 있는 재판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022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호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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