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junodong.org/./files/attach/images/222/139/004/4f38d326c603060dd... alt="0107-어선원이주노동자실태조사결과발표.jpg" style="" />

 

이주 어선원

우리나라에서 공장이나 농촌에서 일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다에 일하러 온 많은 이주 어선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낯설지도 모릅니다. 한국으로 노동을 하러 오는 이주어선원들은 현재 E-10 또는 E-9비자를 받고 입국합니다. E-10비자는 선원취업비자로 20톤 이상의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주어지고, E-9비자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비전문취업 비자로 20톤 미만 연근해 어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주어진다고 합니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과 차별적 임금

20톤 미만 연근해 어선원은 하루 평균 12시간, 길게는 15시간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 기상 악화로 조업을 나갈 수 없을 때는 선주가 본인의 밭에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20톤 이상의 원양어선의 경우 평균적으로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일을 하고, 때에 따라 20~21시간 일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에 따라 하루에 3~4시간 정도 밖에 취침하지 못합니다. 20톤 이상의 원양어선은 대부분 송출계약과 노동계약에서 노동시간에 관한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아 일하는 시간, 노동의 강도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으며 연장 근무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주어선원들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어선원의 임금과 확연하게 다른 차별적인 임금을 지급받기도 합니다. 20톤 이상의 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이주노동자들은 가입돼 있지도 않은 선원노동조합과 선박소유자단체 간의 단체협약에 의해 결정됩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결정된 선원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일반적인 법정최저임금 보다 낮다는 것입니다. 내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노동강도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최저임금 보다 높게 책정됩니다. 내국인 선원노동자와 이주 선원노동자의 임금격차가 큰 이유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계약서가 그저 종이쪼가리로 둔갑하여 임금이 지속적으로 체불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송출비용 자기부담과 올가미가 된 이탈보증금

본래 송출비용은 이주자에게 부담시키지 않는다는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주 어선원들은 다양한 항목의 송출비용을 모집과정에서 지불하고 있고, 그 비용 대부분을 빚을 져가며 지불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또한 그들이 지출하는 비용 중 이탈보증금이 올가미의 역할을 합니다. 이주 어선원들 대부분은 고액의 이탈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까봐 착취와 학대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배를 떠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욕설, 폭행, 그리고 열악한 환경

<2012년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169명중 158명의 이주 어선원이 한국 어선원에게 거의 매일 욕설을 듣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특히 술에 취했을 때 더 심한 욕설을 하며, 더 나아가서는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주 어선원의 42.6%가 최소한 한번 이상의 폭행을 당했다고 하며 주로 손과 발로 얼굴, 머리 등을 가격당했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물고기나 어구 칼이나 가위 등 도구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폭행의 정도가 심해 피를 흘리고 며칠씩 누워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폭력 때문에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이주 어선원들까지 있었습니다.

생활조건과 관련해서 이주 어선원들은 한국인 어선원들과 차별되는 음식, 화장실, 숙소 등을 제공받기도 합니다. 20톤 미만의 연근해 어선의 경우, 대부분 선주가 마련한 숙소에서 지내는데 숙소의 위생 상태, 특히 주방과 화장실의 환경이 형편없습니다. 심지어는 숙소가 컨테이너이거나 화장실을 인근 선주의 집에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에어컨이 없는 양식장에서 24시간 머물게 하는 경우도 있다.

원양어선의 경우 남은 음식을 데워주지 않고 주는 등 음식의 양과 질 모두 부족한 형편이다. 물의 경우 담수, 정수한 바닷물을 마시거나, 심지어는 녹슨 물이나 깨끗하지 못한 물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20톤 이상의 연근해 어선의 경우 화장실이 부족하고, 물 내리는 장치가 없을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목욕, 샤워, 빨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담수가 없어서 바닷물로 샤워와 빨래를 할 수 밖에 없고, 심지어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서 씻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조업을 마치고 정박할 때에는 이주 어선원이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해주지 않아 배의 침실이나 컨테이너에서 잠을 자게 하는 등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부족한 교육과 여권 압수

원양어선의 경우 바다로 나가기 전 이주 어선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수협 교육시설에서 진행됩니다. 한국어, 한국문화, 어선에서 나기 쉬운 사고, 물고기 이름과 어구 이름들을 외우게 하는 등의 교육이 진행되지만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할 뿐더러 심지어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바다로 나가는 이주 어선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출입국관리법과 여권법에서는 계약 이행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여권 등 개인서류를 빼앗는 경우 엄하게 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선주들은 입국과 동시에 이주 어선원들의 여권과 개인서류를 압류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여권을 되돌려 주지 않으면서 여권을 그들을 묶어 놓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관심

이주 어선원 실태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한 이유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걸스카우트빌딩에 열린 어선원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집담회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이주어선원이 모집과 고용단계에서 겪는 어려움은 단순한 인권침해를 넘어 강제 노동에 해당하는 수준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법과 제도들은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마련되어 있더라도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는 등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선주나 한국 어선원이 선원법과 형법 등을 위반하여 이주 어선원 인권을 침해해도 해수부나 수사당국의 처벌과 제재는 미약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주 어선원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힘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어선원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집담회에 참석하면서 이주 어선원 분들의 존재와 그분들의 상황에 대해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주 어선원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이주어선원과 관련한 이슈는 그동안 언론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그들을 위한 제도는 그에 걸맞게 변화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이주 어선원과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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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양가혜 (이주노동희망센터 대학생 인턴)

- 양가혜씨는 2019년 12월23일부터 2020년 2월7일까지 7주간 이주노동희망센터에서 대학생 인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