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2월호(629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논산 그린공동체문정자·김용학생산자

양액재배가 보편화된 시중 딸기농사와 다르게 한살림 딸기는 건강한 땅에서 키웁니다. 문정자·김용학 생산자는 2,8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설향 품종의 유기농 딸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시설하우스 안의 풍경은 그 안에 심는 작물따라 제각각이지만, 딸기가 심긴 밭은 두둑의 폭이 유난히 넓고 높이도 무릎까지 올라와서 이 골에서 저 골로 건너기가 만만치 않다. 딸기가 흙의 영양분을 충분히 받고, 땅바닥에 닿는 것을 막기 위해 두둑을 크게 만든 까닭이다. 깊은 두둑 사이로 문정자·김용학 생산자의 손자 승준이가 뛰어다니며 딸기를 따서 입에 넣는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린 딸기를 보고 있자니 나도 입안 가득 저 빨간맛을 채우고 싶다.


땅에 뿌리 뻗고 자라는 한살림 딸기

“손자가 방학이라고 와 있어요. 시중 딸기는 밍밍하다고 잘 안 먹는데 여기 오면 우리 딸기 실컷 먹으니 저 녀석이 좋아하지.” 8살 승준이도 그 맛을 알아버린 진한 한살림 딸기 맛의 비결은 보통의 딸기와는 다른 재배 과정에 있다. “한살림은 딸기를 땅에서 키워요. 흙 없이 배양액으로만 키우면 매일 물 주고 영양제 주고 액체로만 키우니까 딸기가 흐물흐물하고 물러지죠. 먹을 때도 단단함이 덜하고 따서 며칠 뒀을 때도 더 잘 물러져요.” 한살림 딸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준다. 화학비료나 호르몬제는 주지 않으니 딸기의 생명력만으로 새콤달콤한 맛이 속까지 알차고 단단하게 여문다.

“땅에서 자라는 만큼 땅심이 중요해요. 수확이 끝나면 수단그라스도 심어 주고, 여름에는 태양열 소독도 해야죠.” 한살림 모든 농사가 그러하듯, 건강한 땅을 만드는 것은 시설하우스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 녹비 작물을 심은 뒤 땅을 갈아엎어 땅심을 높이고, 뜨거운 여름철 땅에 삼중비닐을 덮어 한 달 정도 두면 높아진 온도로 균이나 충을 없앨 수 있다. 이렇게 하우스 안 토양을 정비한 뒤 8월경 골 깊은 두둑을 내는 것으로 농사를 시작한다.


1년에 15개월, 딸기 농사의 정성

“벼농사 끝나면 보통 보리를 심는데, 주변에서 소득이 좋다해 보리 대신 딸기를 심었죠. 대나무활대로 하우스를 만들던 시절이라 눈을 못 이겨 무너지기도하고, 찬바람에 딸기가 다 죽기도 했어요.” 25살에 고향으로 돌아와 형님이 하던 딸기 농사를 함께하게 됐다는 김용학 생산자. 40년 동안 시설 기술이 발달하고 품종도 개량되며 노지에서 3~4월에 열매 맺던 딸기 수확철도 앞당겨졌지만, 육묘부터 시작되는 딸기 농사의 과정은 여전히 길다.

“친환경 딸기 농사 힘들다고 공동체에서도 몇 명이 그만뒀어요. 육묘 기간이 워낙 길어야 말이지. 병 한 번 돌면 그해 농사 망하는 일이 허다한데 약을 쓸 수 없으니 쉬운 일은 아니에요.”

딸기는 수확과 동시에 이듬해 농사를 위한 육묘를 시작한다. 딸기는 새롭게 자라난 어린 줄기인 ‘런너’를 잘 키워 다음 농사에 쓰는데, 런너를 수확하기 위해 서는 육묘장을 마련해 어미 묘(모주)를 먼저 심고 키워야 한다. 2월에 어미 묘를 유기농 상토에 심어 5월 경 런너를 받은 뒤 포트에서 잘 관리해 9월 경에 본밭에 정식하면 11월부터 5월까지 열매가 맺는다. 수

확과 동시에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작업이 3개월 정도 겹쳐 딸기 농사를 흔히 15개월 농사라 부른다.

지난해는 유독 병충해가 많아 육묘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식 후 가을 더위에 생육이 안정치 못해 밭을 갈아엎는 딸기 생산자가 많았다고 하니, 지금 만나는 딸기는 열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생산자의 정성을 먹고 자란 귀한 딸기다.


논산 그린공동체를 방문한 날은 마침 딸기 포장재가 입고되는 날이었다. 공동체 선별장으로 갈색 천막을 씌운 똑같은 트럭들이 줄줄이 도착했다. 딸기는 온도에 민감한 작물이니 선별장까지 신선하게 싣고 오는 용도로 공동체 차원에서 이 트럭들을 마련했다고 한다. 9명의 생산자들이 주문한 포장재를 나눠 싣고 희망에 찬 얼굴로 떠났다. 김용학 생산자도 1kg 상자8,000개를 주문했다. “올해 이 포장재를 다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딸기는 한때 매장 앞에 긴 줄을 섰을 정도로 조합원에게 사랑받았던 물품이다. 딸기 소비량은 갈수록 줄고 있지만, 한살림 딸기에 담긴 의미를 아는 조합원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한살림 생산자는 매일 아침 허리 숙여 딸기를 따고, 또 내년 농사를 위한 육묘도 시작할 것이다. 땅에서 자라든, 배양액에서 자라든 똑같이 정부의 친환경인증을 받을 수 있고, 공판장에 냈을 때 그 차이를 인정해 값을 달리 쳐 주는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진한 맛과 향을 가득 담은 한살림 딸기,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쉬운 길과 타협하지 않고 단단하게 여문 한살림 생산자들을 닮았다.

글 윤연진 사진·영상 국명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