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쌍용차 해고노동자에게는 공장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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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급휴직 70% 임금 바라지 않아, 당당히 일하고 임금 받고 싶다”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원하는 건 ‘폭도’와 ‘빨갱이’로 얼룩진 지난날에 대한 명예회복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장준호 씨가 발언하고 있다. 장준호 씨는 지난 1월 7일 복직을 앞두고 있었던 복직대기자 46명 중 한 명이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email protected]

“우리의 요구는 이렇습니다. 유급휴직? 바라지 않습니다. 떳떳하게 일하고 급여를 받겠다는 겁니다. 누구는 그럽디다. 휴직하면 통상임금 70% 나오는데 뭐 하러 돌아가냐고. 우리는 그거 원치 않습니다. 10여 년 세월의 고통 견뎌냈습니다. 그 고통을 견뎌냈는데 유급휴직 70% 받는다고요? 제 동료들, 형님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떳떳하게 일해서 임금 받고 싶습니다.”

21일 열린 ‘쌍용자동차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시민사회선언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장준호 씨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해고 이후 10년의 고통을 견뎠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지 못할 고통이었고, 대신해주지 못할 고통이었다. 2018년 노노사정 사회적 합의 이후 공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지만, 마지막 해고노동자 46명에게 돌아온 건 회사의 일방적인 무기한 휴직 통보였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 해고가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정리해고 이후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 서른 명이 세상을 떠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었고, 밖으로 내보일 수 없었던 고통과 트라우마가 몸에 남아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 장준호 씨에게 건넨 “휴직하면 통상임금 70% 나오지 않냐”는 말처럼 지난 10년 동안 쌍용차 해고노동자에게는 “왜 그렇게까지 해서 공장으로 돌아가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 질문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단순히 ‘직장을 잃은 사람’으로만 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회사의 정리해고를 거부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파업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폭도’가 됐다. 희망퇴직서를 작성할지 해고통지서를 받을지 결정하라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라 불렸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에게 복직은 단순히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폭도’와 ‘빨갱이’로 얼룩졌던 지난날에 대한 보상이자,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었다.

실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187명과 복직노동자 4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고노동자가 받은 ‘차별과 소외의 경험을 포함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해고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조사됐다. 또한, 해고노동자 중 87.2%가 구직 과정에서 차별 경험을 경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10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도 평택 지역에서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줄 알았으면 안 뽑았을 텐데’ 이런 말을 하는 사장님들이 있어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라는 게 낙인이 되는 거죠.” - 권지영 심리치유센터 와락 대표(지난 2018년 7월 인터뷰에서)

마지막 해고노동자 46명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출신이라는 낙인을 아직 지우지 못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에게 “왜 그렇게 복직에 목을 매느냐”는 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장준호 씨의 말처럼 지금 해고노동자가 원하는 건 당당하고 떳떳하게 출근하고 일해서 받는 노동의 대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출처 : 참여와혁신(http://www.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