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고 시 대피요령 모르는 인천 시민

2019년 12월 12일은 인천의 여러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화학물질 배출 사업장 주변의 환경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토론회 직후 또다시 인천 서구 소재의 화학물질 사용 공장에서 6명이 다치는 대형 화재가 발생하였다.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매캐한 연기와 냄새에 서둘러 자리를 피했고, 지역 주민들은 우려의 찬 시선으로 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 연기를 바라보아야 했다.

언론 매체에서는 위험물 주입 중 발생한 사고라고 전했고 사고현장 인근 공장근로자의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뭔가 터지는 소리도 없이 갑자기 검은 연기가 주유소 안을 가득 채워 옆 공장에 불이 난 걸 알게 됐다”며 “숨쉬기 힘들 정도로 연기가 담을 넘어와 실내로 대피해 문을 꼭 닫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내 관련법 상 화학물질 사용 사업장은 장외영향평가와 위해관리계획을 작성하고 영향범위 내 주민과 근로자에게 관련 정보를 알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화학물질이 누출되었는지 등의 정보와 대피 요령은 인터뷰한 근로자에게 전파되지 못한 것 같다.

화학물질 사용 공장의 화재, 폭발, 누출 등의 사고 시 화학물질 종류에 따라 실내로 대피해야 할 상황이 있고, 인근 지역을 빨리 벗어나야만 하는 상황도 있다. 만약, 이번 사고가 후자의 상황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대피 행위로 인해 큰 피해가 일어났을 것이다.

주민 및 근로자들이 자기 주변의 화학물질 공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대응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장외영향평가나 위해관리계획의 수립 필요성이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계획만 수립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전형적인 탁상 행정으로의 전락이다.

정부는 ‘화학물질 사업장의 관리를 강화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정기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사고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전제하에서 대응해야 하며, 사업장의 장외영향평가나 위해관리계획 수립 의무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화학물질 관련사고 시 영향 받는 주민들에 대한 관련 정보 공개 방법과 사고 시 대피요령 등에 관한 훈련 및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에, 화학물질 관계 당국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1. 주민들이 화학물질 사용 사업장의 정보를 손쉽게 접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 공개 체계를 구축하라.
  2. 사고 시 주민과 근로자들의 대응이 실효적일 수 있도록 지역 특성과 실제 화학물질 사업장 현황을 고려한 훈련·교육을 강화하라.
  3. 사고 시 주민 대피 등과 관련된 관계 기관의 대응 이력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하여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

2019. 12. 13

인천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