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진주같이
2019년 11월 논평입니다. **

- 지질학과 자연유산, 관광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팀 구성이 시급하다 -

지난 8월 22일 문화재청은 진주시 정촌면 공룡화석 산지를 현지 원형보존하기로 결정했다.
1억1천만 년 만에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 백악기 공룡들의 생생한 활동 흔적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후대에 길이 보존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은 좋은 시설로 옮겨 잘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물이 형성된 바로 그자리에 원형 보존하는 것이 훨씬 의미있다. 그리스 판테온 신전과 이집트 고대 유물들이 약탈돼 영국 대영박물관에 보관 전시되고 있는 현실이 비판을 받고, 반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문화재의 현장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35만 진주시민들의 바람대로 정촌 공룡화석들이 현지에 그대로 보존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긴 했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보존과 개발, 관리 문제를 놓고 문화재청과 진주시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촌 화석산지의 보존과 개발에 국비가 지원되려면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1차적인 관문은 ‘천연기념물’이라는 지위 확보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9월말쯤 문화재청이 2차 평가회의를 열어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하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

1차적인 걸림돌은 돈 문제다. 화석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문화재청은 국비로 토지 매입 절차에 들어가는데, 원형지 기준 평당 36만 원 선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뿌리산단 측은 조성원가를 기준으로 평당 121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1만 평을 기준으로 85억 원의 차액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 문제에 대해 문화재청은 진주시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는 반면, 진주시는 토지감정으로 보상가를 재산정하고, 모든 비용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차적인 걸림돌은 진주시의 의지 문제다. 정촌뿌리산단 개발 사업에 40% 지분을 갖고 있는 진주시는 공룡발자국 화석 발견 초기부터 개발과 보존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보존 문제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현지 원형 보존 결정 이후에는 ‘개발, 보존, 향후 관리 책임까지도 모두 국가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화석의 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국비는 70%만 지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화석보존 문제는 사업 시행자와 최종 관리 단체가 될 진주시가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정촌화석산지의 원형 보존과 관광자원화 문제는 아직도 불투명하고 불안하다.

우리는 진주시 행정이 정촌 공룡화석 보존과 개발 문제에 왜 이토록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묵과할 수 없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물려받은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이 없어서 고민인데, 오히려 진주시는 문화유산 자연유산이 넘쳐나서 고민인가?
인근 함안과 합천은 자치단체가 앞장서서 가야 시대 매장 문화를 발굴하고 관광지로 개발해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인구 5만에 불과한 고성군은 2천여 점의 화석이 발굴되자 공룡테마파크를 조성하고, 국내 최초로 공룡 박물관을 지었다. 또한 공룡엑스포를 유치해 회당 15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2천억 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내고 있다.
모든 자치단체들이 문화 유산이나 자연유산 하나라도 발견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살려 미래의 먹거리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주시는 틈만 나면 ‘지역경제활성화’를 입에 올리면서도 어쩐 일인지 문화유산, 자연유산, 역사유물들을 보존하고 가꾸는 일은 뒷전이다.

전문가들은 진주시가 이미 확보된 자연자원을 활용해 관광전략을 제대로 짠다면 국가지질 공원 인증도 어렵지 않게 따낼 수 있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나아가 인근 사천과 고성 등과 연계한다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선정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질학과 고생물학, 관광개발 등 외부전문가를 활용해 우리 지역 자연유산을 보존하고 개발하는 장기 비전을 제시할 전담팀을 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모든 것에 앞서 진주시는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방수포로만 덮어두고 있는 정촌 화석산지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1억1천만년 만에 드러난 소중한 자연유산을 미래 세대에 훼손 없이 전해줄 책임이 있다. 진주시가 그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