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주최로 ‘용천수 정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워크숍’을 잔행했습니다. 얼마전 용천수가 도로로 뿜어져나온 화북동 현장을 찾아 현장워크숍을 진행하고 용천수 정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월 21일에 용천수 보전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1차적으로 용천수 보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과제를 점검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이 내용을 이어 용천수 정비에 대해 좀더 세부적이고 실천적인 방안들을 논의해보고자 워크숍을 마련한 것입니다.

* 화북의 금돈지물을 찾은 워크숍 참석자들. 사각형의 시멘트로 정비되어 버렸다

이날 참석자는 좌장으로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님이 오셨고 참석자는 김태수 한라생태체험학교 대표, 류성필 제주도의회 전문위원,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장희영 제주도 물정책과 수질관리팀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강성의 제주도의회 의원입니다.

제주사람들은 용천수를 ‘산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산에서 나오는 물이 아닌 ‘살아있는 물’이란 뜻입니다. 이 단어 하나에서 제주인들이 용천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제주인들에게 용천수는 병을 고치는 약수였고 곤란한 일이 닥칠 때, 마음을 기대는 성소이기도 했습니다. ‘할망물’이란 이름이 붙은 용천수들은 마을에서 제사때만 쓰던 신성한 물이었습니다. 이렇게 신성시한 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용천수들은 식수와 피곤에 지친 몸을 풀어주는 냉수욕을 할때 쓰였습니다. 그래서 용천수를 가보면 물팡 등 물 유적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마시고 빨래하고 쓴 다음 밑으로 내려간 물은 마소의 식수로 쓰였습니다. 그 식수가 모여 습지를 이뤘습니다. 습지에는 습지식물과 각종 수생생물이 서식을 했고 이를 먹기 위하여 백로나 왜가리, 흰뺨검둥오리같은 다양한 새들이 날아옵니다. 그뿐이었을까요? 밤이 되면 오소리나 노루, 족제비같은 포유류과 동물들이 목을 축이러 오는 오아시스이기도 했습니다.

* 화북의 쇠물을 찾은 워크숍 참석자들

용천수 하나가 인간의 문화를 담은 그릇으로서 역할과 뭇생명들의 오아시스 역할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주의 보물인 용천수가 그동안 많이 사라졌습니다. 문헌자료까지 포함한 전수조사 결과 1025개소이던 용천수가 현재는 661개만이 실질적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도로건설과 택지개발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화북의 용천수 현장을 찾고 화북동주민센터에서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남아있는 용천수도 무사하지는 않습니다. 방치된곳도 부지기수이고 마을이나 행정에서 관심있는 용천수들은 오히려 과도한 정비로 옛 모습을 잃고 사각형의 웅덩이로 변하는 곳도 많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날 다양한 의견들을 나눴고 용천수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도 물정책과에서 세부과제들을 점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