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산물’의 저자 고병련교수님과 함께 하는 제주 용천수 기행 –

용천수를 제주사람들은 살아있는 물이라는 뜻으로 ‘산물’이라 불렀듯이 제주도민들에게는 생명수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원래 1000개가 넘는 용천수는 각종 개발로 인해 수백 개의 용천수가 매립되거나 원형을 잃어버려 현재는 700개도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용천수 마저도 지나친 지하수 취수와 오염 그리고 토목중심의 정비사업으로 인해 용천수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오랫동안 용천수의 보전을 위해 연구와 보전활동을 펴 오신 고병련 교수님을 모시고 지난 11월 9일에 용천수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20명의 회원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고병련 교수님은 현재 인터넷 신문 ‘제주의소리’에 용천수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섬의 산물’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하였습니다.

* 신촌의 큰물

이번 기행은 조천과 신촌의 용천수를 찾아나섰습니다. 이날 몇시간동안 거의 20개 가까운 용천수를 만났습니다. 조천은 화북과 함께 조선시대 2대 관문이었습니다. 그만큼 큰 마을이 형성되었었습니다. 그것은 풍부한 용천수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용천수는 마을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천의 생이물

조천은 천자(임금)을 배알(알현)한다는 뜻입니다. 조천리의 물과 관련된 기록을 보면 “성 안에는 우물이 없고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도 없어서 외적이 침입했을 때 성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기술되어 이습니다. 김상헌의 ‘남사록’에도 “우물은 없고 동문만 있을 뿐인데 문 위에는 망루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조천의 용천수는 성 밖, 그러니까 조간대에 위치하고 있었기때문입니다. 조간대 위에 성을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용천수는 성 밖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날 조천 용천수 기행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갔습니다.

되물 → 새물 →제주자리물 → 엉물(빨래터, 여자물, 남자물) → 앞빌레물 → 수룩물(여자용) → 수룩물(남자용) → 빌레물 → 절간물

조천의 절간물  앞에서

되물은  한번 뜰 수 있는 곡식을 계량하는 ‘되’ 정도의 물이 나온다고 이름붙여졌습니다. 새물은 새처럼 작다라고 해서 생이물이라고도 불립니다. 생이물이란 이름은 도내 용천수에 많이 있ㅅ브니다. 제주자리물은 넉두리(넋두리의 제주어) 물이라고도 하는데, 넉두리 할 때 제주를 올리는 작은 산물을 말합니다. 이 용천수는  사이펀현상에 의해 솟는 물로서 제주 용천수의 시스템을 잘 보여주고 있는 귀한 용천수입니다. 썰물 때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조천의 제주자리물

엉물은 차갑기가 산지천 물과 맞먹는다는 물이었습니다. 별도의 물통은 없고 통 전체가 식수통으로 쓰였습니다.  ‘엉’은 ‘언덕’의 제주어입니다. 앞빌레물은 빌레(너럭바위) 앞에서 나는 물이라는 뜻입니다. 수룩물(여자용)은 식수통과 일자형 빨래터입니다.  수룩물(남자용)은 코지(곶)에 있는 산물입니다. 빌레물은 용암의 암반 틈에서 솟는 병출수입니다. 절간물은 숭어통이라고도 하는데 예전에 이곳에 사찰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지금은 개인주택이 들어섰는데 용천수 앞으로 문을 만들어 개인 샤워장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촌은 중산간에 있던 사람들이 이곳에 새로 마을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름붙여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신촌주민들은 신촌을 새마슬이라고 부릅니다. 마슬은 마을의 제주어로 새로 만든 마을을 말합니다. 신촌의 용천수는 다음과 같은 코스로 갔습니다.

(대수동) 큰물 → 말물 → 동편물 → 남당물 → (섯동네) 수물 → 숭물 → 안갯물 → (동동네) 조반물(조근물) → 감언물 → 엉창물(돈물)

* 신촌의 감언물

큰물은 서편물이라고 하는데 서쪽에 있는 물이라는 뜻입니다. 연중목욕을 하면 평생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하는 산물로 화향수(花香水)로 여겼습니다. 여자전용이었고 1개 식수통을 갖고 있습니다. 아래는 일자형 빨래터입니다. 말물은 가운데물이라고 부릅니다. 남자전용이었고 목욕과 우마 식수용으로 쓰였습니다. 동편물은  동쪽에 있는 물로서 여자전용 빨래터였습니다.

 

신촌의 큰물

남당물은  어선과 해녀의 일을 관장한 ‘남당하르방’을 모신 당의 물이었습니다. 수물은 수물원(숭물원)안에 있었는데 일부 매립되고  파손되고 방치되었습니다. 숭물 숭어 등 많은 고기들이 모여 드는 곳의 물이었다고 이름붙였습니다. 남자용 물이었습니다. 안갯물은 갯가 안쪽에서 솟는 물입니다. 여자용이었고 2칸의 식수통과 빨래통으로 나눈 일자형 구조로 쓰였습니다. 조반물(조밤물, 조바물)은 여자용이었고 조바원에서 솟는 용출수입니다. 식수통과 돌담으로 완전히 분리되었고 아침을 짓기 전에 뜨는 물이라고 해서 이름붙였습니다. 조반물 입구에 조근물(작은물, 남자용)이 있습니다. 울타리가 없는것이 특징입니다.  감언물은 병출천으로서 원형의 우물형태의 식수통과 3칸의 일자형 빨래터가 있습니다. 원형의 우물에서 물이 나오고 있지 않고 쓰레기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엉창물은 동동 포구의 물인데 뱃사람(남자용)이 쓰던 물이었다고 합니다.

 

조천의 ‘제주자리물’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