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제주의 새 이야기 : 제주 습지의 터줏대감, 왜가리

김완병(조류학 박사/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제주시 봉성리 마을공동목장 습지 안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왜가리)

왜가리는 분류학적으로 백로과에 속하는 종으로 주로 낮에 활동한다. 수서곤충류, 물고기, 개구리들이 많은 습지에 쉽게 볼 수 있으며 먹이를 찾을 때는 단독 또는 2~4마리가 무리를 이룬다. 제주에서는 물가 주변의 곰솔 군락에 모여 쇠백로, 중백로, 해오라기 등 다른 백로류와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해안조간대, 저수지, 계곡, 논과 같은 습지에서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붉은왜가리는 단독으로 생활하며, 찾아오는 경우도 극히 드문 편이다. 왜가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백로류와 혼성 번식하는 흔한 여름철새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텃새이기도 하다. 제주도에서는 일 년 내내 관찰되나, 번식하기에 유리하지 않다. 대표적인 서식지로는 한경면 용수리 저수지 일대, 구좌읍 하도리 및 오조리 철새도래지 등 해안조간대와 내륙 습지에서 흔히 관찰된다. 간혹 한라산 어승생악 정상 분화구 습지까지 날아가 먹이활동을 한다.

특이하게도 2013년 4월 왜가리 한 쌍이 제주도에서는 처음으로 서귀포시 중문 골프장에서 새끼 2마리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보통 왜가리는 다른 백로류와 함께 숲에서 번식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나, 당시 제주도에서 단독으로 첫 번식한 사례는 이례적이었다. 골프장의 연못 중앙에 나뭇가지를 쌓아 둥지를 틀었으며, 이는 사람들의 방해요인으로부터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한것으로 판단된다. 보통 백로류의 번식지 분포는 인근의 먹이자원의 풍부도 결정되며, 먹이공급은 백로류의 번식 집단 크기를 조절하는 요인이 된다. 쇠백로는 취식 공간이 번식둥지로부터 7~27㎞ 범위, 황로는 25.6㎞, 해오라기는 13㎞ 범위 내에서 취식한다.

(제주의 해안가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왜가리)

또한 쇠백로의 경우 번식지에서 5㎞ 이내에서 집중적으로 먹이를 구하며, 제주에서 번식하는 흑로는 번식지로부터 10㎞ 이내의 취식지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당시에 제주에서 번식에 성공한 왜가리는 번식지에서 10㎞내에 있는 창고천, 색달천, 중문천, 강정천 등에서 담수성 어류를 포식하여 새끼들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도리, 종달리, 성산포, 용수리 등에서도 왜가리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데, 대부분 물가 주변에서 쉬고 있다. 주변 곰솔 군락에도 앉아 있기도 하는데, 꼭대기가 옆으로 뻗어있지 않아서 꼭대기 아래 부분에 옆으로 뻗은 가지 위에 앉는 다. 곰솔(해송, 나무껍질이 흑색)은 소나무(육송, 나무껍질이 붉은색)에 비해 위로 곧게 뻗어있어서 백로들이 둥지를 짓거나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가 어렵다. 제주에서 왜가리가 번식하기 어려운 것은 둥지수종과 먹이자원(주로 물고

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왜가리는 다른 백로들과 혼성하여 둥지를 짓는데, 워낙 많은 무리가 둥지를 짓기 때문에 배설물로 인하여 토양이 산성화되어 둥지 아래의 식생이 자라지 못할 정도이다. 제주에서 어린 새끼들이 관찰되는 것은 제주에서 번식한 개체들이 아니고 육지부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