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IMF 신임총재는 취임하면서 첫번 째 내린 지시가 초저금리 또는 역부하 금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일 만큼, 선진경제권의 저금리 현상이 심상치 않다. 장기채권의 금리가 단기채권금리보다 낮아지고, 유럽권에서는 은행간 금리가 공식적으로 마이너스로 내려앉으며, 시중금리 역시 인플레를 감안하면 제로에 가깝다. 이에 대한 많은 이론과 찬반 논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미국경제를 다룬 아래의 칼럼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10년 만기 중기국채 실질 수익률(인플레이션 조정)은 현재 제로(0)이며, 지난 8년간 역시 매우 낮은 수익률을 보여왔다.

미국 외 국가에서는 투자 등급 채권의 40%의 명목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앉은 실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경제 부양책의 일환으로 은행간 예금금리를 -0.5%로 추가 인하했다.

지금껏 저금리는 경제성장을 촉발하는 긍정적 지표로 여겨졌지만, 그러나 최근 연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금리를 극도로 낮추면 시장독점도의 증가로 인해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 이 주장이 맞다면 금리를 더욱 인하하더라도 세계경제가 침체위기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전통적 견해는 장기금리 하락 시 미래 현금흐름의 순 현재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기업측에서 생산성 향상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더 매력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저금리는 생산성 증가를 통한 경제 확장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가 반대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 기업이 생산성 향상에 투자할 동기가 줄어들게 된다. 장기 실질 금리가 제로(0)에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전략적 긴축의 모순 효과가 우세해 진다.

오늘날의 저금리 환경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경우, 생산성 하락으- 로 인해 경제 성장이 더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전략적 모순 효과는 산업 경쟁을 통해 작동한다.

저금리 정책은 특정 분야의 모든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장려하겠지만, 그에 대한 동기는 시장 후발기업보다는 기존의 선점기업들에 더 크게 작용한다. 그 결과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업계는 점차 독점구조로 변화한다.

우리들의 연구에 따르면, 선점기업 및 후발기업은 결정을 내릴 때 각자 상대방의 투자정책을 신중히 고려한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업계의 선발 독점 그룹이 금리 인하에 더 강하게 반응하므로, 후발 추종 그룹은 선발 그룹이 너무 앞서가는 데에 낙담하고 투자를 중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심각한 경쟁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므로 그들 역시 결국엔 투자를 중단하고 “게으른 강자(lazy monopolist)”가 되는 것이다.

두 명의 주자가 끊임없이 트랙 주위를 도는 경주를 벌이는 상황이 가장 좋은 비유가 될 것이다. 각 바퀴를 먼저 완주한 주자가 상금을 받게 된다고 할 때, 잠재적 기대 상금의 현재 할인가치가 주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향상시키도록 고무하는 동력이 된다. 이제 경주 중에 때때로 미래의 상금을 할인하는데 사용되는 금리가 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두 주자는 미래의 상금이 오늘보다 더 가치 있기 때문에 더 빨리 달리고자 할 것이다. 이것이 전통적 경제 효과다. 그러나 앞서 달리는 주자가 상금에 더욱 빨리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동기가 더 크고, 따라서 상금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선두 주자는 페이스를 높이고 경쟁자와의 거리를 더 넓히게 되는데, 경쟁자는 이제 따라잡을 가능성이 적어지므로 낙담하게 된다.

낙담 효과가 어느 정도 커지면, 추종자는 그냥 포기하고 만다. 일단 그렇게 되면 경쟁 위협이 사라지므로 선두 역시 속력을 늦추게 된다. 우리 연구는 금리가 제로(0)에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전략적 낙담 효과가 우세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물경제에서는 업계 선도기업과 후발기업들에게 실제로 같은 금리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전략적 효과는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다.

후발그룹은 시장 선도그룹이 지불하는 금리에 대한 가산금리(spread)를 지불하며, 이 가산금리는 금리 인하와 함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업계 선도자들에게 이 같은 자금조달비용의 이점은 저금리의 전략적 모순효과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긴축의 모순효과는 많은 중요한 세계 경제 패턴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로, 1980년대 초에 시작된 금리하락은 시장집중 심화, 기업이익 증가, 비즈니스 역동성 약화 및 생산성 감소와 관련되어 있다.

모든 사례가 우리 모델과 일치한다. 또한 집계추세 시기 역시 이 모델과 일치한다. 데이터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2000년까지 시장 집중 및 수익성 증가가 있었으며, 2005년부터 생산성 향상이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이 모델을 통해 우리가 데이터를 테스트하는 몇 가지 독특한 실증적 예측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선도자들에게는 많고 후발 추종자들에게는 부족한 주식 포트폴리오는 금리가 하락할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효과는 금리가 처음부터 낮을 때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 역시 모델이 예측한 바와 일치한다.

초저금리의 긴축이 가져오는 모순효과는 세계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미 금리가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시장 집중 및 생산성 증가세의 감소를 가져오고 결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저금리 정책은 세계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더 큰 고통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어니스트 리우(Ernest Liu), 아티프 미안(Atif Mian), 아미르 수피(Amir Sufi)

어니스트 리우는 프린스턴 대학의 밴드하임 금융센터(Bendheim Center for Finance) 교수

아티프 미안은 프린스턴 대학 교수로, 우드로 윌슨스쿨의 줄리스 라비노비츠 공공정책금융센터 소장을 역임

아미르 수피는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의 경제 및 공공정책 교수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