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개악 법안들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간 정쟁 속에 지연돼 온 (그러나 예고돼 온)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법, 노조 파괴법, 최저임금 ‘또 개악’법을 빠르게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실 새까만 색이냐 시커먼 색이냐 하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데서 민주당과 자한당은 언제나 한 패였다.
비상이 걸린 노동 법안들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 파탄과 우경화를 상징하는 대표 개악 입법안으로 꼽혀 온 것들이다. 정부는 올해 초 이 개악들을 잇따라 내놓아 많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다.
가속도 내는 문재인의 친기업 반노동 공세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서로 다투던 정부·여당과 자한당이 노동개악 처리에서만큼은 하나로 힘을 합치자고 데드라인을 정하고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최근 문재인이 급격히 친기업 행보에 나서 노동개악을 재촉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문재인은 지난 4일 경제단체장과 한 간담회에서 “재계의 애로 해결”을 약속하고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서둘러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는 국무회의와 경제장관회의 등에서 연이어 탄력근로제 입법을 강력히 주문했다. 심지어 입법이 안 되면 행정 대책을 마련해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지지율 하락과 조국 사태 등 정치적 위기에 처한 문재인 정부는 기업주들에게 적극 구애를 펼치고 있다. 문재인이 최근 잇따라 삼성과 현대차를 방문해 재벌 총수들의 노고를 각별히 치하하고 각종 규제완화와 기업활동 지원을 약속한 것이 보여 주는 바다.
이 점은 2기 경사노위가 출범하자마자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통과시킨 것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개악에 반대한 비정규·여성·청년 등 계층별 위원들을 해임하는 뻔뻔한 파렴치를 무릅쓰면서 경사노위 의결을 강행했다. 역시 경사노위는 노동개악을 위한 들러리 기구일 뿐이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결정은 옳았다.
그런데 문재인은 한일 갈등과 조국 사태 국면에서 노동운동의 저항을 묶어둘 수 있었다. ‘민주당 대 자한당’이라는 진영논리 속에 민주당 차악론이 확산되고, 그 결과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이 문재인 정부에 정면 맞서지 못했다. 우파의 부상을 경계한답시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 한 것이 노동자들의 투쟁 태세를 갉아 먹는 효과를 냈다. 가령, 9월 3일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가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의 면담 요청을 수용한 것은 조국 사태로 위기를 겪던 문재인 정부에 손을 내밀어 준 셈이었다.
이번에도 문재인은 패스트트랙 문제를 이용해 또다시 투쟁을 자제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개악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에 정면 도전하며 단호히 투쟁하길 주저해서는 안 된다. 패스트트랙 등을 둘러싼 민주당과 자한당 사이에 갈등 때문에 노동 개악 처리가 늦춰질 수 있다고 안일하게 봐서도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위기 대처를 위해 확고하게 반노동 기조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실질적 저지 투쟁이 돼야
지난달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노동개악안의 국회 환노위 의결 시도 시 무기한 파업을 전개한다고 결정했다. 그에 걸맞게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 총파업을 선언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여야 3당은 이번 주부터 민생입법회의를 열어 노동개악 처리를 논의하기로 했다. 여기서 합의만 되면 환노위와 본회의 통과는 하루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개악을 막으려면 환노위 전체회의나 본회의 시기에 맞춰 국회 앞 집회를 하거나 형식적인 하루 파업을 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 당장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고 단호하게 실질적 파업에 나서야 한다.
2019년 10월 23일
노동당, 노동자연대, 노동전선, 사회변혁노동자당,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금속활동가모임, 실천하는 공무원현장조직,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사람들(교찾사), 교육노동자현장실천추진위, 평등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