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중고교·대학 등 16곳 달해.. 부산학부모연대 전수조사 결과 발표”


▲ 부산지역 교육단체인 부산학부모연대가 23일 부산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친일파 교가 사용 부산지역 학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과거사 청산하자면서 학교 행사 때마다 친일파 교가를 부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요”

23일 부산시 교육청 본관에 모인 부산지역 학부모들은 “친일파가 만든 교가를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 학부모들은 역사를 배우고, 정의를 세워야 할 학교에 친일잔재가 버젓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거부에 이은 수출제재, 경제전쟁 본격화로 곳곳에서 일본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이들의 배움터인 학교에서 일제잔재 청산은 여전히 더디다. 특히 학교를 상징하는 교가가 친일파 작곡·작사가의 손을 거쳐 현재까지 불리고 있다는 것은 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부산지역 교육단체인 부산학부모연대는 친일파 작곡·작사자들이 만든 교가임에도 이를 바꾸지 않고 있는 학교 명단을 전수 조사해 이날 부산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공개했다. 명단을 보면 친일파들의 교가를 지금껏 사용 중인 부산지역의 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16곳에 달한다.

이들 교가는 군국가요의 나팔수였던 이흥렬,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참전을 선동했던 김성태와 김동진, 일제 전쟁물자 공출의 공신인 이항녕이 각각 작사·작곡을 맡았다. 이흥렬은 일제 강점기 시기 내내 전국을 돌며 군국가요를 보급한 친일파다. 김성태 역시 ‘용사가 되는 날’, ‘우리들은 제국군인’ 등 노래로 전쟁참전을 선동했다.

김동진은 만주악단협회, 신징음악단 공동주최로 열린 ‘만주국 건국 10주년 경축악국 발표회’에서 일본을 찬양하는 내용의 작품을 내놓는 등 친일 행적을 일삼았다. 관료였던 이항녕은 경성제국대 졸업과 동시에 조선총독부에 들어가 친일 활동을 펼쳤고, 1941년 하동군수로 부임해 식량공출에 앞장선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일제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을 수록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들이다.

더 큰 문제는 친일파 작곡 교가에도 이를 칭송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A 고교의 경우 교가 소개란에 “한국의 중견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로 활동했던 이흥열 교수에 의해 (교가가) 고쳐졌다”며 “전자의 곡은 고음 위주나 후자의 것은 정중하고 장중한 느낌을 줘 힘에 넘친다”고 설명했다. 곡에는 학업정진으로 민족의식 고취 등을 노래한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성차별과 군사풍 분위기의 교가 내용 역시 문제가 됐다. ‘부덕의 선봉, 고운 요조들, 행실을 닦아, 순결한 목련처럼’, ‘대한의 일꾼, 충성의 우리의 넋, 애국충성 가슴에 새겨, 함포연기 자욱한데, 태평양에 전선을 띄우고’ 등 시대에 동떨어진 표현이 많았다. 일제 문화 통치 시기 교가 제정 확산으로 일제 군가와 비슷한 군가, 행진곡 형태의 노래도 여러 학교에서 발견됐다.

이에 대해 부산학부모연대는 “친일파가 만든 교가를 아직도 학교 행사 때마다 부르고 있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시 교육청은 우선 교가부터라도 청산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포초등학교의 학부모인 이인수 씨는 “친일파 재산조차 제대로 환수 못 하고, 국어책에는 친일 시인의 시가 있고, 친일파가 장학사업을 하고, 일제를 찬양하는 곡을 쓴 친일파의 노래를 배운다”며 “아직도 우리는 일제의 그림자 속에 있다”고 비판했다.

D고교의 졸업생인 박강우 씨도 “최근에야 우리 교가가 친일파의 손에서 탄생한 것을 알게 됐다”며 분개했다. 그는 “항일 운동을 강조하고 이를 자긍심으로 삼는 학교에서 침략전쟁을 찬양한 자의 곡이 교가라는 사실을 누구도 알려준 적이 없다”면서 “즉각 교가를 교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정은 부산학부모연대 대표는 “사회적으로 친일청산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서 친일파 교가 외에도 다수의 교가에 잔재가 남아있다”면서 “과거사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워야 할 미래세대의 공간에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그늘이 드리워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친일 작사·작곡자의 교가 사용 학교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쳐 있다. 최근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친일파 교가를 사용 중인 학교는 충남 31곳, 경북 30곳, 전북 25곳, 충북 23곳, 전남 18곳, 부산 16곳, 광주 13곳, 강원 10곳, 대구 6곳, 경기 6곳, 경남 5곳, 대전 2곳, 울산 3곳, 서울 1곳 등 전국적으로는 모두 189곳에 이른다.


▲ 광복절인 8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규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경제 도발을 일으킨 일본의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손피켓과 친일인명사전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8.15ⓒ정의철 기자

<2019-10-23>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친일파 교가를 우리 학교에서 아직도 부른다고요? 

※관련기사 

☞연합뉴스: 부산 16개 학교가 아직도 이흥렬 등 친일파 작곡 교가 불러 

☞헤럴드경제: 부산 16개校, 친일파가 만든 교가 아직도 부른다 

☞오마이뉴스: “교가, 교화, 교목에 아직도 친일 잔재 많아 … 이젠 바꿔야”. 

☞뉴시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학교 내 친일잔재 청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