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새 학교급식이 시작되었다. 급식 단가가 500원 인상되고 중학교 3학년까지 무상급식이 확대되었지만, 학교급식에 대한 신뢰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작년 9월 19일부터 12월 23일까지 무려 3개월 동안 학교급식 비리 감사에 나섰지만, ‘물 감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이럴 거면 감사는 왜 했나?”라는 맹비난을 받았다. 이를 두고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교육청이 뭘 밝혀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업체 입장에서는 면죄부를 받은 데 대해 한편으로 감사해 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전교조대전지부가 최근 117쪽에 이르는 ‘학교급식 납품[짬짜미] 관련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면밀히 살펴본 결과, 이번 감사 결과는 이례적으로 ‘특별’했다. 양적으로만 보면 “경찰 수사 의뢰 4건, 총 89명 신분상 조치” 등 요란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제대로 밝혀낸 건 아무것도 없었고, 적발한 비리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봉산초, 대덕고 불량급식 사태를 겪고도 대전시교육청의 안일한 태도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시교육청은 초등 11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7곳 등 전교조대전지부와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한 총 20개교를 특정해 2015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의 학교급식 운영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총 92건을 적발하였고 중징계 2명, 경징계 14명, 경고 42명, 주의 31명, 변상조치 1천2백7십여만원 등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중징계 처분 대상인 A초, B초 교장과 경징계 대상자 14명 중 5명(행정실장 1, 영양사 4)은 이미 퇴직하여 징계의 실효성이 전혀 없었다. 감사 무용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대전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이번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각종 급식비리 의혹은 학교급식 종사자들이 관련 규정을 미숙지하여 비합리적인 업무처리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단적인 예로 P초등학교에서 단가 200원짜리 김을 6,000원에 구매하고, 1kg에 6,000원인 사과의 단가를 10배 가격인 60,000원에 납품받았으며, 4,800원짜리 죽염 1kg의 단가를 ‘0원’으로 kg 당 16,000원에 달하는 연어의 단가도 ‘0원’으로 책정했지만, 해당학교 교장과 교감은 ‘경고’ 처분에 그쳤고 해당 영양사 역시 ‘경징계’ 수준에서 마무리되었다. 교육청은 학교예산 손실금 1천1백4십여만원에 대해 변상조치 요구하였을 뿐, 경찰에 수사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비리 혐의자가 ‘실수’라고 주장한 것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2015년 1월 19일, 업체 선정 권한이 없는 급식소위원회에서 “서면심사 점수에 따른 변별력이 적고 민원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서류 제출업체 모두를 현장평가 업체로 임의 선정하였으며, 차기 학교운영위원회에서조차 현장평가 과정을 생략한 채 심의·의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육류의 경우, 학교장이 당초 선정된 업체 수 5개를 초과하여 G와 H업체 두 곳을 추가로 지정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학교 영양교사는 학교장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죄로 경징계 의결 요구를 받은 반면, 추가 선정된 납품업체에 총 3회에 걸쳐 3천6백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안겨준 학교장은 ‘직권남용’으로 중징계 의결 요구를 받았지만 ‘퇴직불문’에 그쳤다.

 

교육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4건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많다. C초등학교 전 교장은 2015학년도 육류 지명경쟁 업체 선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고, D학교 영양교사는 급식 식재료 선정 시 특정업체를 과다 지정하였으며, E중학교 및 F중학교 영양사는 식재료 납품업체 관계자와 가족동반 여행을 떠났는데 그 중 한 학교는 2014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지속적으로 해당 납품업체 취급 물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업체 홍보 영양사와 관내 영양(교)사들이 함께 제주도여행을 다녀온 의혹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리 혐의는 전교조와 경실련이 작년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의혹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납품업체의 부정 투찰 의혹과 업체와 학교, 업체와 교육청, 그리고 업체와 영양사협회 간 짬짜미 및 부정 거래 의혹은 물론이고 학교급식 핵심 브로커의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못 밝혔다. 무엇보다도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영양사 월회비 및 간접납품업체들이 낸 후원금 가운데 모두 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한영양사협회 대전·충남·세종영양사회의 회장이 근무하고 있고, 감사를 나간 공무원의 부인이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는 S초등학교의 경우 이번 급식감사의 칼날을 비켜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대전교육청은 ‘봐 주기 면죄부 감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이번 특별감사는 납품업체 간 담합 및 투찰 방해, 업체지명경쟁을 둘러싼 부정 거래 의혹, 납품업체의 금품․향응 제공 의혹, 설동호 교육감 최측근의 연루 가능성까지 제기된 급식 브로커의 개입 의혹 등 학교급식 비리의 구조적 사슬에는 단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하였다. 그 대신 힘없는 일선 학교 영양(교)사들의 부적정 행정 사례를 특화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제 식구가 포함된 ‘조직적 비리’는 덮는 대신, 일부 영양(교)사 ‘개인의 일탈’로 의도적으로 몰아간 의혹이 짙다. 대전시교육청 감사관실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대전교육청의 이러한 생색내기 면죄부 감사는 대전 시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2월 20일, 대전시교육청이 학교급식 관계자 480여 명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초·중·고 영양(교)사들에게 ‘반부패 청렴 서약’을 강요한 것은 얼마나 공허한가. 대전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 단가를 2,570원에서 3,070원으로 500원 인상하고 중학교 3학년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은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 500원 인상액이 우리 아이들 입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납품업체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 학교급식 비리의 ‘몸통’을 단죄할 책임은 대전 경찰로 넘어갔다. 일부 간접납품업체의 금품․향응 제공 의혹과 식재료 납품업체 간 담합 및 투찰 방해 의혹, 영양사협회의 공금 횡령 의혹, 급식 브로커의 부당 개입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 밝혀야 할 혐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대전 경찰 역시 학교급식 비리의 구조적 사슬을 끊기는커녕,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벌써 몇 명은 구속자가 생겨났을 것이고, 급식 납품업체들 사이에서 “이래서는 장사를 못해 먹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 친환경무상급식대전운동본부는 이러한 세간의 우려가 기우이길 바라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밝힌다.

 

하나, 대전 경찰은 엄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학교급식 비리의 몸통을 찾아내 엄벌에 처하라.

하나,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면죄부 감사에 대해 대전 시민 앞에 사죄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급식 시스템 구축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은 친환경학교급식지원센터를 조속히 설립하여 학교급식 시스템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학교급식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라.

 

2017년 3월 9일

 

친환경무상급식대전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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