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와 관련해 최근 단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국가기관은 검찰이다. 검찰은 법무장관 후보자 주변에 대한 사상초유의 압수수색을, 그것도 청문회 전에, 대규모로 집행 중이다. 법무부 산하의 일개 외청에 불과한 검찰의 전격적이고도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은 시기와 방법과 범위와 대상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대통령의 국무회의 구성권에 대한 도전이자 방해

우선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방해다. 대한민국 헌법 87조 2항에 따르면 “국무위원은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 88조 1항을 보면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끝으로 대한민국 헌법 89조를 보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는데, 1. 국정의 기본계획과 정부의 일반정책, 2. 선전·강화 기타 중요한 대외정책, 3. 헌법개정안·국민투표안·조약안·법률안 및 대통령령안, 4. 예산안·결산·국유재산처분의 기본계획·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 기타 재정에 관한 중요사항, 5. 대통령의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 또는 계엄과 그 해제, 6.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 7. 국회의 임시회 집회의 요구, 8. 영전수여, 9. 사면·감형과 복권, 10. 행정각부간의 권한의 획정, 11. 정부안의 권한의 위임 또는 배정에 관한 기본계획, 12. 국정처리상황의 평가·분석, 13. 행정각부의 중요한 정책의 수립과 조정, 14. 정당해산의 제소, 15. 정부에 제출 또는 회부된 정부의 정책에 관계되는 청원의 심사, 16.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 17. 기타 대통령·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이 제출한 사항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조문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으로 구성되는 국무회의는 행정부의 중추이자 핵심기관이다. 그런데 검찰은 난데 없는 압수수색을 통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국무회의 구성권을 실질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주권자인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가장 중대한 헌법적 권한행사에 대한 도전으로 읽힐 수도 있는 행위다. 물정 모르는 사람이 보면 법무장관 후보자인 조국이 현행범이라도 되는 줄 알 정도로, 검찰의 압수수색은 필요성과 긴급성 등의 측면에서 이해가 어렵다.

 

‘정치의 사법화’를 넘어선 ‘윤리의 사법화’ 

검찰의 조국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이 납득불가인 이유 중 하나는 조국 일가에 쏟아지는 숱한 의혹들이 범죄보다는 윤리에 가까운 성격의 것들이라는 점이다. 조국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은 규모와 속도 면에서 비교할 대상이 쉽게 생각나지 않을 수준인데, 나에게는 이게 검찰이 윤리의 판단영역에 있는 사건들을 한사코 사법의 대상으로 포섭하려다 벌어지는 사태처럼 보인다. 거기에 피의사실공표에 관한 추문까지 잇따라 벌어지다 보니 검찰의 수사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에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허다한 정치행위들을 정치권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검찰과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탁하는 현상을 흔히 ‘정치의 사법화’라 부른다. 그런데 나는 윤석열 검찰의 조국 후보자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보며 ‘윤리의 사법화’라는 단어가 머릿 속에 떠올랐다.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진 검찰에 대한 통제와 견제가 긴절

윤석열 검찰이 무슨 의도와 목표를 가지고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검찰의 이번 행위가 합법의 외피를 두른 정치행위의 끝판왕이라는 사실이다. 검찰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에게 너무나 많은 권한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검찰에 대한 제도적 통제와 견제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 주권자들이 목격하고 있는 ‘검란’은 대한민국 검찰이 사람 몇명 바뀐다고 개혁될 대상이 아님을 온몸으로 증명한다는 점에서 역설적 의미를 지닌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지닌 무소불위의 권한을 다른 국가기관(공수처 및 경찰)과 나누고, 검찰과 다른 국가기관 사이에 상호감시와 견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들이 숭배하는 미국을 건국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쓴 불후의 명저 ‘연방주의자 논설’중 한 대목을 아래에 인용하겠다.

만일 인간이 천사라면, 어떤 정부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천사가 인간을 통치한다면, 정부에 대한 그 어떤 외부적 또는 내부적 통제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에 대해 인간에 의해 운영될 정부를 구성하는 데서 최대의 난점은 여기에 있다. 먼저 정부가 피치자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정부가 그 자체를 통제하게 해야 한다. 인민에 대한 종속은, 의문의 여지 없이, 정부에 대한 일차적 통제이다. 하지만 경험은 인류에게 보조적 예방책의 필요성을 가르쳐 주었다.

더 나은 동기의 결핍을, 상반되고 경쟁하는 이해관계를 이용해 보충하는 이런 방책은 인간사의 모든 공적·사적 체계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특히 권력을 하위〔직급〕에 배분하는데서 그런 방책이 발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불변의 목표는 각자가 서로에 대한 견제 수단이 될 수 있고, 모든 개인의 사적 이익이 공적 권한의 파수꾼이 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각각의 직책을 배분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빈틈없는 고안물은 국가의 최고 권력을 배분하는 데도 마찬가지로 필수 불가결하다.

연방주의자 51번  [메디슨] 1788. 2. 6.  

​제임스 메디슨의 말을 한국현실에 맞게 수정한다면 ‘천사인 검사가 검찰권을 행사한다면, 검찰에 대한 그 어떤 외부적 또는 내부적 통제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검사는 인간이므로 외부적 통제가 필요하다. 주권자는 권력을 국가기관들에게 배분함에 있어 각자가 서로에 대한 견제 수단이 될 수 있고, 모든 개인의 사적 이익이 공적 권한의 파수꾼이 될 수 있는 그런 방식을 택해야 한다’정도가 될 것 같다. 자신이 인간이 아닌 천사라고 주장하면서 외부적 통제와 국가기관 간 상호견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검사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