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용천수 여섯 번째 이야기 : 조천리의 산물

 

조근돈지물 : 임금을 사모하던 연북정 앞의 산물

◆ 위치 :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2708-3

(사진 우측의 조근돈지물. 왼쪽의 정자는 연북정.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조천의 연북정은 유배인들이 북쪽의 임금을 그리워했다는 정자이다. ‘조천’이란 의미도 임금을 알현한다는 뜻이다. 조천은 제주 섬의 중요한 방어지이며 섬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한 제주 섬의 관문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이곳에 수많은 용천수가 있기에 가능하기도 한 것이었다.

조근돈지물은 남자들이 쓰는 물이다. ‘조근’은 제주어로 ‘작다’는 의미며, ‘돈’은 ‘달다’는 뜻이다. 마을에서는 예전 돈지영감이 살았던 집터 옆에 있어서 이름이 붙었다고 하고 있다. 이 산물은 옆에 있는 큰물보다 작고 밀물 시 바다에 잠기는 위치에 있지만 물이 짜지 않고 달았던 산물이다. 밀물 때에는 주변이 바닷물로 둘러싸여 떠 있는 섬같이 보여 신비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조근돈지물 우측 곁에 방파제처럼 쌓아 만든 돌길을 따라 가면 빨래터로 사용했던 조그마한 산물인 빌레물이 있다. 빌레물은 너럭바위로 암반 틈에서 용출되는 옛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조근돈지물(남탕) 내부 모습)

족박물과 양진사물 : 절간 안에서 솟는 산물

◆ 위치 :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2430 양진사 내

(족박물)

조천리의 양진사라는 절 안에서 솟는 물이다. 절간 안에 두 군데 서 용출되는데 산물이 거리를 두고 두 군데서 용출되는데, 하나는 대웅전 뒤 우물 형태로 되어 있는 족박물과 대웅전 동측 곁에 식수통과 빨래터가 돌담으로 격리된 형태로 만들어져 절간의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양진사물이다.이 물은 빌레에서 솟아나기 때문에 빌레물로도 부른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절이나 집 마당에서 용천수가 솟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양진사물)

수룩물 : 밀물이 들어오면 담수가 솟는 산물

◆ 위치 :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3095-11 일대

(수룩물(남탕))

수룩물은 조천초등학교에서 바다쪽에 있는 산물로 남자목욕용과 여자식수용으로 두 군데서 용출된다. 이 두 용천수의 특이한 점은 인근의 제주자리물처럼 사이펀작용에 의해 물이 솟는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사이펀작용’이란 과학 용어는 몰랐지만 밀물이 들어오면 담수가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민이 말하는 ‘웃톡’이라는 것을 만들어 밀물 때 담수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주민들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수룩물(여탕))

제주자리물 : 바다에서 단물이 솟는 신비한 산물

◆ 위치 :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3091 일대, 조간대

(제주자리물로 가는 좁은길)

조천초등학교 뒷 바닷가에는 특이한 용천수가 자리잡고 있다. 바닷가에 밀물 때가 되면 샘물이 솟아나는 것이다. 바로 제주자리물다. 제주자리물로 가려면 집과 집 사이의 올레길을 지나가야 되는데 길이 참 운치가 있다.

제주자리물은 물이 솟아나는 곳이 섬 같은 암초이다. 여기서 솟는 물은 넉두리(넋두리의 제주어)하는데 주로 사용했다. 그만큼 주민들이 이 물을 신성시 했다는 것이다. 이 이름은 ‘자리(제주바다의 어류인 작은 돔의 일종)’와 같이 작다는 의미와 ‘제주’는 제사 등 의식을 행할 때 올리는 술의 의미가 합성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넉두리 할 때 제주를 올리는 작은 산물이란 뜻을 갖고 있다. 

(제주자리물 외양)

넋두리는 불만이나 불평을 길게 늘어놓으며 혼잣말처럼 하소연하는 말로도 사용되지만 죽은 이의 넋이 저승에 잘 가기를 비는 굿을 할 때, 무당이 죽은 이의 넋을 대신하여 하는 말을 넋두리라고 한다. 그러나 제주 섬에서는 ‘넉들이다’라고 하여 무당의 힘을 빌려 환자의 몸에서 빠져나간 넋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빌어주는 무속행위이다. 제주사람이면 어릴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넉두리 하러 간 적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제주자리물이 솟아나는 원리는 한라산에서 시작해서 아래로 내려오는 물의 압력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사이펀 작용’에 의해 바다 한가운데서 산물이 솟는 것이다. 이처럼 산물이 중력에 의한 사이펀 작용을 보인다는 것은, 한라산과 오름 등 산간과 중산간 지역에서 내린 빗물이 긴 시간 동안 장거리 여행을 해야 바다 밑까지 흘러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해저에서 용출되는 수중 지하수는 바닷물에 의한 강한 압력을 받기 때문에 바다 가운데 가장 압력이 낮은 경계지층에서 해수와 담수의 밀도 차에 의해 솟아난다. 

(제주자리물 내부 모습)

엉물 : 너무나 차가운 조천리의 산물

◆ 위치 : 조천읍 조천리 3093-1 일대

(엉물(남탕))

차갑기가 산지천 물과 맞먹는다는 엉물은 제주자리물 건너편 조천초등학교 바로 뒤 바닷가에서 용출된다. ‘엉’은 ‘언덕’을 의미하는 제주어로 엉덕에서 솟아나기 때문에 엉물이라 부른다. 엉물은 세 지점에서 용출되는데 남자와 여자 전용, 그리고 빨래터로 나누어 사용한다. 서쪽에 있는 남자 전용은 길가에 있지만 출입구가 주택 사이에 만들어져 있어 개인집 출입구로 착각하기 쉽다. 산물은 올레와 일인용 독탕과 일자형 대중목욕통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동측 곁에 있는 여자용은 빨래터가 있는 길가에서 출입할 수 있는데, 별도의 물통은 없고 목욕용으로 사용하면서 물통 전체가 식수통으로 사용되었다. 식수통은 길가에 있는 빨래전용 산물에 있으며 일자형 물길을 만들고 빨래터로 사용했다.

(엉물(여탕))

장수물 : 설문대 할망이 발 담갔던 조천의 산물

◆ 위치 :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2689

(장수물)

장수물은 연북정 옆 도로 사각암거 밑에 보존되어 있다. 이 산물은 옛 조천진성을 지키는 장수들이 먹었던 물에서 연유된 물이다. 이 물에 대해서는 설문대할망이 한발은 장수물에, 또 한발은 관탈섬에 발을 디디고 빨래를 했다는 전설이 있다. 설문대할망의 전설은 제주도 곳곳에 남아있다. 설문대할망이 용연에 발을 담갔더니 무릎에도 차지 않았지만 물장오리에 발을 담갔다가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나 우도를 빨래판으로 썼다는 이야기나 도내 곳곳에 남아 있다. 장수물에 설문대할망 전설이 있다는 것은 옛날 장수물의 수량이 그만큼 풍부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스토리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두말치물 : 한번 뜨면 두말인 산물

◆ 위치 :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2680-2

조천항 안쪽 연북정 서측에 두말치물이 있다. 이 산물은 한번 뜰 수 있는 물의 양이 두말 정도라고 하며, 산물 입구에 치수비가 세워져 있다. 그늘막 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며 식수통이 한라산 방향으로 역행수로 거슨물이다. 이처럼 두말치물은 조상들의 계량 단위를 학습할 수 있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장수물 바로 옆에서 솟아나면서 조천 앞바다로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