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월호참사 보고시각 조작 등 사건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사실상 포기한 법원의 판단을 엄중히 규탄한다.

 

1.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형사부(재판장 권희)는 2019. 8. 14.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장수,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의 ‘세월호 참사 보고시작 조작 및 등 사건’ 판결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14. 선고 2018고합306 판결, 이하 ‘위 판결’). 재판부는 피고인 김기춘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피고인 김장수, 김관진에게 각 무죄, 피고인 윤전추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우리 모임은 위 판결이 사실상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포기한 판결로서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민과 유가족의 분노, 국회의 질책 및 언론의 비판의 핵심은 첫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 탑승한 400여 명이 넘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여 구조가 절박한 그 순간, 특히 오전 10시 13분경 세월호 승객의 마지막 탈출로 사실상 구조가 불가능한 시점으로부터 한 참 지난 10시 25분경 공허한 대통령의 구조지시가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 국가안보실 및 청와대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서 대통령이 참사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는 점에 있었다.

 

따라서, 국가안보실 및 청와대는 대통령과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거나 완화시키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구조가 가능했던 시점에서 서면보고가 있었고, 대통령의 구조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허위로 만들어 낼 동기는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그 인식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긍되지 않기 때문이다.

 

허위 조작의 시각 차이가 불과 7분에 불과하여 범행동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인식은 생사의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7분은 절체절명의 시각이고, 국가안보실과 청와대의 책임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시각이라는 점에서 이해되지 않는다.

 

2. 재판부는 피고인 김기춘의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 혐의 관련 공소사실 중 대통령비서실이 세월호참사 당일 실시간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허위사실을 기재한 서면답변서를 작성하고, 국회에 제출하여 행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에서 작성한 상황보고서 기재 발송시간이 수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과 범행동기 사이에 어떠한 논리적 연관성을 찾을 수 없고, 작성자들 간의 모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직권으로 범죄사실에서 삭제했다. 또한 재판부는 비서실이 작성한 서면답변서와 같은 내용의 허위사실이 기재되어 있는 ‘예상질의 응답자료’를 허위공문서로 볼 수 없다며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와 같은 피고인 김기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세월호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이 보고시각을 조작해왔다는 심각한 범죄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상황보고서에 기재되어 있는 시각이 수정된 사실이 범죄와 연관성이 없고, 국회의 질문에 어떻게 응답할지를 정하기 위해 작성된 ‘예상질의 응답자료’가 허위공문서가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단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은 상황보고서 기재 시각 수정의 동기가 와 ‘예상질의 응답자료’ 문건의 실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불충분한 심리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 김기춘의 범행은 세월호참사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기본권을 보호해야할 국가기관이 그 책임을 철저하게 은폐하려한 반헌법적 범죄행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피고인 김기춘이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 이해할 수 없는 사정을 유리한 정상으로 들며, 피고인 김기춘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가벼운 형을 결정했다. 이러한 재반부의 판단은 피고인 김기춘에 대하여 사실상 처벌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3. 피고인 김장수의 혐의사실은 세월호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전 10:15 최초로 통화했다는 허위사실을 국회답변서에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 청와대와 국가안보실은 세월호참사 당일 오전 10:15 대통령과 최초로 통화하여 지시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세월호가 침몰하기 이전부터 대통령의 구조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피고인 김장수의 혐의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김장수가 세월호참사 당일 대통령과 최초로 통화한 시간이 오전 10:15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 김장수의 범죄 성립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장수가 2014. 5. 22 국가안보실장직에서 퇴임하여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의 작성 권한자가 아니고, 피고인 김장수와 그의 지시를 받은 국가안보실 공무원과의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고인 김장수에게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와 같은 피고인 김장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합리적인 사실인정에 기초한 판단인지 의문이다.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안보실 공무원들의 각 증언을 살펴보았을 때, 피고인 김장수는 퇴임 전후로 허위 통화사실을 국가안보실 공무원에게 알려주며 작성에 반영할 것을 지속적으로 지시했고, 국가안보실 직원들은 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봤을 때 피고인 김장수와 그의 지시를 받은 국가안보실 직원 사이에 ‘공모’가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부당하다.

 

4. 재판부는 피고인 김관진이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를 청와대로 규정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변개한 혐의사실에 대해서도 범죄의 성립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피고인 김관진이 국가안보실장으로 부임한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위법한 국가위기관리지침 변개를 승인한 것일 뿐이므로, 피고인 김관진에게 공용서류를 손상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직권을 남용한 행위로도 볼 수 없다며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피고인 김관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또한 부당하다. 국가위기관리지침 수정을 위해서는 주관기관의 장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위법한 국가위기관리지침의 수정에 있어 피고인 김관진의 역할은 결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피고인 김관진은 국가안보실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수차례 보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위법한 국가위기관리지침 수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 김관진의 혐의사실에 대해 형식적으로 범죄의 성립을 부인한 재판부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5. 재판부는 피고인 윤전추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허위의 사실을 진술한 점을 모두 인정하여 위증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피고인 윤전추의 위증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전추의 형을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으로 정하였다.

 

피고인 윤전추가 위증한 내용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전 9시에 관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집무실’로 갔다는 증언, 세월호참사 당일 국가안보실의 서면보고서를 오전 10:00에 정도에 전달했다는 증언, 점심식사 시간인 12시까지 ‘집무실’에 있었다는 증언 등은 세월호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제 행적을 철저하게 왜곡·은폐한 것으로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서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 윤전추의 위증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재판부의 정상참작과 형의 결정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6. 위 판결은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부당한 사실인정과 양형을 통해 세월호참사의 핵심 책임자들에 대해 가벼운 처벌 또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보고시각 조작 등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자, 범행의 피해자인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외면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임은 피해자를 외면하고 세월호참사의 관련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위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항소심 과정에서 위 판결의 부당성과 관련 책임자들의 범행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원한다.

 

7. 한편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위 판결의 선고 당일 재판부로부터 위 판결의 이유조차 듣지 못했다. 재판부로부터 당일 선착순으로 배부한 방청권을 배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재판부에 법정에 서서라도 방청하고 싶다는 요청을 전달하였지만 재판부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 채 판결을 선고했다. 우리 모임은 위 판결의 부당성뿐만 아니라 선고 당일 피고인들의 범행의 피해자인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었던 재판부의 태도에도 유감을 표한다.

 

2019년 8월 1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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