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습지에 사는 병아리,논병아리

김완병(조류학 박사)

논병아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철새이나 일부는 텃새이며 제주에서도 번식한다. 겨울철에는 용수리 저수리, 하도리 및 성산포 철새도래지 등에서 흔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한라산 사라오름(해발 1,324m)에서도 관찰된 적이 있다. 성산포에서는 많게는 100~200마리가 무리생활을 하며 그 외 지역에서는 3~5마리에서 수십 마리 정도가 월동한다. 보통 3~4월이 되면 북쪽 지방에서 내려온 무리는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가지만 텃새화된 일부 개체는 번식기에 들어간다. 겨울깃이 여름깃으로 변하고, 암수가 서로 바라보며 춤을 추는 구애행동을 한다. 하도리에서 확인된 둥지는 갈대밭 주변에서 물위에다가 갈대줄기나 파래를 이용하여 만들며, 하얀색의 알을 4~6개 정도 낳는다. 암수가 번갈아가며 알을 품으며 둥지를 떠날 때는 파래 등으로 알을 덮어준다.

(사진:김기삼)

논병아리는 일단 월동지가 정해지면 외부의 방해요인이 있더라도 다른 오리류나 백로류처럼 장거리 비행을 하지 않는다. 하도리나 성산포에서 탐조를 하다보면, 논병아리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있다가도 사람들이 다가가면 잠수를 하거나 물위를 빠르게 헤엄쳐 달아나는 때가 많으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경우도 거의 없다. 잠수는 보통 2~10미터이며 잠수시간은 10~25초 사이이며 최고11m까지 잠수한 기록도 있다.

다리는 꼬리 쪽에 위치하며 발가락은 오리처럼 물갈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발가락이 독립적으로 좌우로 나뭇잎처럼 퍼져 있고 서로 겹쳐있다. 이를 판족이라 부르는데 물갈퀴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각 발가락 사이가 완전히 합쳐지지 않았지만, 헤엄치는데 적합하다. 다리가 몸 중앙에 위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뭍으로 올라와서는 거의 걷지를 못한다.

(사진:김기삼)

간혹 논밭이나 모래밭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대부분 바다에서 선박 폐유에 의해 깃털이 심하게 엉켜 깃털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속적으로 잠수하거나 헤엄치는데 지장이 많아 결국 굶어 죽은 것이다. 부리는 아비류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데, 잠수를 통하여 물고기를 잡아먹는데 유리하다.

새끼들은 알을 품은지 20~25일 지나면 부화하기 시작하며 일주일 정도 지나면 어미 등에 올라타고 따라다니며 헤엄도 곧잘 치기 시작한다. 간혹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9월에도 번식중인 쌍이 관찰되는데, 2차 번식에 들어간 경우이다. 이는 1차 번식이 실패한 경우로, 보통 번식 중에 만난 태풍이나 폭우로 알을 잃거나, 누룩뱀이나 다른 맹금류에 의해 알과 새끼들이 희생당했을 확률이 높다.논병아리류는 전 세계적으로 아프리카, 북유럽, 아시아 일대에 넓게 분포하며 제주에는 5종이 찾아온다. 몸집의 크기를 보면, 논병아리, 귀뿔논병아리, 검은목논병아리, 큰논병아리, 논병아리 순이다.

<뿔논병아리>(사진:김기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