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용천수 다섯번째 이야기 : 화북동,삼양동,신촌의 용천수

큰이물 : 화북동의 중심이었던 산물

◆ 위치 : 제주시 화북1동 1627-2 일대

화북동은 옛날 제주목사가 부임할 때 입도했던 제주의 관문이다. 600여년 이전에 설촌한 오래된 마을이다. 그 이유는 마을 포구 주변 많은 산물이 군락을 이루며 솟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북포구 일대에는 대명물, 가래물·중부락물·비석물,큰이물 등 다양한 용천수가 남아있지만, 과거 돌담으로 둘러싸였던 자리를 대부분 시멘트로 평평하게 미장해버렸다.

큰이물은 용출되는 양이 매우 크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동성창물이라 부른다. 이 산물은 주로 화북 중동과 서동 사람들이 애용했던 물로 마을 안 큰 길에 있어서 ‘큰질물’이라고도 했다. 물이 매우 차가워 얼음물이라고도 했다. 이 산물들은 얼음같이 차가워서 여름철에 목욕물로 애용했었다. 큰이물 입구에는 1958년~1959년 사이에 실시한 산물 정비를 기념한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큰이물에서 동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해신사 앞쪽에, 주로 소에게 물을 먹이던 쉐물이 있다. 쉐는 소의 제주어다. 이 물은 우마용 물로 식수통 등 칸을 가른 이용시설이 없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서 매립을 하면서 용천수는 남겨 놓았지만 남겨 놓은 방식이 문제가 있다. 시멘트로 둘러친 사각형의 웅덩이만을 남겨놓은 것이다. 쉐물 앞에는 해신제(海神祭·바다에서의 안전한 조업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가 열리는 해신사(海神祠)와 조선시대 방어유적인 화북진성, 화북동 비석거리 등 문화유적이 많이 남아있어 제주 선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샛도리물 : 삼양동을 키운 산물

◆ 위치 : 제주시 삼양1동 1938-3, 포구 일대

삼양동은 검은 모래로 유명한 삼양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용천수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 1980년대부터 삼양제1,2,3수원지를 차례로 만들었다. 지금은 지하수 오염과 해수 침입 때문에 비상용 상수원으로 전환되어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바다 곳곳에서 샘물이 솟아올라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여기서 용출되는 산물들은 동쪽으로부터 ‘남저목욕통, 큰물(여자목욕탕), 독통물, 샛도리물, 엉덕물’ 순으로 반원을 그리듯 위치해 있다. 1일 3만톤 이상의 산물이 솟아난다고 한다. 1924년에 이 산물 터에 포구를 개수하면서 치수했다는 기념비가 큰물 입구에 세워져 있다.

제주굿은 시작할 때 새를 쫓는 행위인 ‘새도림’을 지낸다. 새도림은 ‘새를 쫓는다’는 제주말로 새를 쫓음으로 모든 사악한 것을 떨쳐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샛도리물은 굿을 할 때 깨끗한 물을 뿌리며 정화시키는 나쁜 기운과 잡귀인 새(제주에서 잡귀는 까마귀라고 함)를 쫓아내는 ‘샛도림(새 쫓음)’을 하기 위해 이 물을 길어서 쓴 데서 연유됐다고 한다. 이 산물은 신성하게 보호된 물로써 맑고 깨끗하여 식수로도 선호했다. 샛도리물은 식수통, 빨래터 등으로 구분하여 사용하였는데, 기가 매우 센 물이기에 물이 빠져 나가는 출구에 고래(방아돌)를 놓아 물을 감싸듯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물을 달랜 후 용솟듯 바다로 빠져 나가게 하였다. 산물은 해안도로가 개설되면서 도로 밑 사각암거에서 솟아나고 있다.

조반물 : 아침밥을 짓기 전에 물을 떴던 신촌의 산물

◆ 위치 :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2060-1 일대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이름이 있다. 조반물이 그렇다. 조반(朝飯)은 아침밥을 말한다. 즉, 이 물은 아침을 짓기 전에 물을 뜨러 갔기 때문인데 이 물로 아침밥을 해먹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처럼 부엌에서 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는 시대가 아니라 부지런해야만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이름만 보아도 제주 선조들의 옛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문화 유산이다.

산물의 구조를 보면 바깥쪽 산물은 식수통과 일자형 음식씻기통으로 개방된 형태이며 안쪽 산물은 빨래터 및 목욕통으로 입구에 있는 식수통과 돌담으로 완전히 분리하여 만들어져 있다. 조반물 입구에 샛물인 조근물(작은물)도 솟아난다. 조반물은 여자전용이라면 조근물은 남자용이다.

큰물은 신촌리를 대표하는 산물로 신촌마을의 주 식수원이었다. 썰물 때는 담수가 되고, 밀물 때는 물이 혼합되어 기수(담수와 해수가 혼합된 물)가 되는 산물이다. 이 산물은 용출량이 많고 마르는 일이 없어 큰물이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물에서 연중 목욕을 하면 평생 건강을 유지하며 장수한다고 신성시했다.

현재는 식수통 1개를 가진 여자 전용 물로 사용되고 있다. 식수통 아래로 흘러내린 물을 받아 빨래 등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일자형 빨래터로 만들어져 있다. 큰물 옆에 있는 물은 남자 전용으로 목욕하거나 우마용 식수용으로 겸하기에 말물로 불렀다.

엉창물과 감언물 : 뱃사람들이 마셨던 신촌의 산물

◆ 위치 : 엉창물(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2034-5 일대,포구) / 감언물(신촌리 2052-2)

엉창물은 빌레라는 암반에서 솟아나는 물이다. 뱃사람들의 물로 주로 남자들이 사용했으며 지금은 비가림시설을 하여 개수되어 있다. 바로 곁에 물이 달다고 불린 돈물(단물)이 원형 그대로 길 가에 있었는데 이 일대의 도로를 확장하면서 매립되었다.

조반물에서 동측 180m 거리에 감언물이 있다. 이 산물은 새로이 돌담을 쌓고 시멘트로 바닥을 포장·개수하여 원형 우물 형태의 식수통과 3칸의 일자형 빨래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산물 입구 돌담이 허물어져 방치되어 있고 우물 식수통엔 잡석들로 메워져 있어 산물은 빨래통 바위 밑에서 솟아난다. 이처럼 제주도내에 방치되어 있는 용천수가 허다하다. 반대로 방치되지 않고 주민들의 관심을 받은 산물들은 너무 과도한 정비를 하는 바람에 옛 모습을 잃은 곳들이 허다하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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