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각종 학원비리로 영남학원에서 쫓겨난 이후 영남학원(산하 영남대학교, 영남이공대학교, 영남대의료원)은 20여 년간 관선이사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2009년 이명박 정부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의해 정식 재단의 복귀가 결정된 이후,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자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에 의해 7명의 이사 중 4인이 추천됨으로써 영남학원은 다시 박근혜 재단이 되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시절 수차례 자신과 영남대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바 있지만, 현재 영남학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천한 이사 체제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그러나 학원 운영의 핵심 주체인 법인의 이사들이 어떤 절차에 의해 선임되고 어떻게 구성되는지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영남학원 산하 기관들(영남대, 영남이공대, 영남대의료원)의 구성원들은 영남학원의 실질적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 깊은 의구심을 갖고 물어왔다. 영남학원은 과연 누구에 의해 운영되는가? 밀실에서 결정되어 구성된 재단 이사회는 정이사체제가 들어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영남학원 산하 대학과 의료원에 실제적인 도움을 전혀 주고 있지 못하다. 이런 와중에 영남학원에서는 기이한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많은 일들 중에 우리가 이번에 검찰에 고발하는 사안은, 박근혜재단이 복귀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박근혜 재단 정이사 체제의 초대 기조실장을 역임한 최외출 교수(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를 둘러싼 비리 의혹들이다. 최외출 교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 박근혜 캠프의 기획조정특보를 맡았고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초대 비서실장으로 거론되었던 인물로서, 수십 년 동안 박근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인사이다. 박근혜 재단이 들어온 이후 영남학원 내에서 최외출 교수의 영향력은 지대해졌고, 그가 주도하는 새마을-박정희 사업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막대한 후원에 힘입어 왕성(旺盛)하였으며, 교내에서 새마을-박정희 기관은 성역(聖域)이 되었다. 2016년 촛불민심에 의해 만들어진 탄핵국면에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 학교를 떠나고자 했던 최외출 교수는 그 이후 재기하여 여전히 영남학원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 정보들이 철저하게 차단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최외출 교수와 관련된 몇 가지 의혹들을 단서로 최외출 교수의 행태들이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인지, 아니면 영남학원의 비정상적인 구조의 핵심 문제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 최외출 교수의 문제적 일탈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검찰은 낱낱이 조사해야 할 것이며, 교육부는 최외출 교수를 비롯한 영남학원의 제 사안들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학은 시민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고, 어떤 권력이나 개인의 사적 욕망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는 공적 기관이다. 그러하기에 대학의 생명은 공공성과 투명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영남학원 산하 영남대학교와 영남이공대학교는 지역의 명문사학으로서 인재를 길러 오랫동안 지역과 나라에 기여해왔다. 교육부는 최외출 교수 사태로 드러난 영남학원의 문제들을 바로잡되, 대학과 비리 주체들을 분리하여 대응 조치함으로써 영남학원이 흔들림 없이 지역의 명문사학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처리해 달라.
(최외출 교수 검찰고발 사안)
- (대학 경비로 서울의 개인숙소 임차료 지급 건–업무상 배임)
최외출 교수는 교육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대학의 자산을 사적(私的) 용도로 사용한 이유로 2017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는 영남대 대외협력본부장에 임명된 것을 기회로 삼아 2009년 5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덕수궁 인근의 정안빌딩(서소문로 95) 802호를 학교 소정의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임차하여 매월 250만원, 약 4년간 총 1억 2천만의 임차료를 학교경비로 지급하게 하여 학교재정에 손실을 끼친바 있고, 이후 2013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광화문 인근의 르메이레르 종로타운오피스텔 A동 1703호를 임차하여 4년간 임차료 및 관리비를 포함하여 모두 1억 6천만원의 경비를 지출하게 함으로써 약 7년간 3억원 가량의 재정 손실을 대학에 입게 하였다. 이 문제가 언론에 부각된 당시 언론사 기자가 학교 당국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였을 때, 담당 부처인 대외협력처에서는 처장과 직원들 모두 서울사무소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고, 이후 이 사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 사무소를 폐쇄한바 있다.
최외출 교수가 영남대학교 서울사무소를 임차할 초기에 그는 영남대 대외협력본부장과 대외협력부총장의 직을 수행하였지만, 2012년 이후에는 직에서 물러나 있었고 특히 2012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는 연구년이어서 영남대 서울사무소를 사용할 수 있는 아무런 직위와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다. 최외출 교수는 연구년 기간에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의 기획조정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되어 선거를 도왔고, 선거운동을 하는 기간 동안 영남대 서울사무소를 이용함으로써 대학의 자산을 사적(私的) 용도로 유용(流用)하였다. 대학의 총장뿐만 아니라 담당 부서에서조차 그 존재를 알지 못하였던 사무소를 임차하여 개인적으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는가? 최외출 교수의 직권남용과 배임에 대해서 검찰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며, 교육부는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전후 상황을 살피고 그 책임을 매우 무겁고 엄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 (대구시, 경상북도 재정보조금 자부담조건 기망을 통한 편취–사기)
최외출 교수가 주도한 ‘새마을-박정희’ 사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비호 아래 막대한 사업비를 지원 받았지만 제대로 된 감사를 받은 바 없다. 영남대학교의 새마을국제개발학과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을 거점으로 최외출 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방계조직 글로벌새마을개발네트워크(GSDN), 글로벌새마을포럼, 지구촌발전재단 등은 경상북도와 대구시, 구미시 등의 지자체와 대구은행, KT 등 20여 개 이상의 민간기업으로부터 4,5년간 수백억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후원의 내역과 쓰임새의 구체에 대해서는 어떤 통제나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특히 민간기업에 대한 후원 부분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새마을-박정희 사업 내역에 대해서는 외부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새마을-박정희 사업에 참여한 교수들과 학생들의 증언을 참조하면 막대한 세금과 후원금이 투입된 이들 사업의 부실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이 사안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례 하나를 검찰에 고발한다.
최외출 교수가 대표로 있는 글로벌새마을포럼은 2015년 9월 15∼16일, 경북 경주 The-K호텔에서 열린 ‘2015 글로벌새마을운동포럼’ 행사를 명목으로 경상북도로부터 1억 5천만원의 행사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새마을포럼은 총 행사소요 예산 3억 5천만 원 중 2억 원을 자체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1억 5천만 원의 보조금 교부신청서를 경북도청에 제출하여 1억 5천만 원을 지원 받았는데, 이후 대구시에도 같은 행사를 위해 총소요 예산 3억 5천만 원 중 1억 5천만 원을 자체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2억 원의 교부금을 지원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는 이 단체가 자체 부담금을 낼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한 차례 반려한바 있지만, 추후 최외출 교수는 보조금지원요청 주체를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 명의로 다시 공문을 제출하여 대구시로부터 결국 2억 원을 지원받았다.
최외출 교수는 3억 5천만 원이 소요되는 단일 행사를 위해 경상북도와 대구시로부터 모두 3억 5천만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았지만 양쪽 지자체에 애초 보조금을 신청할 당시 분담하기로 한 자체부담금을 전혀 분담하지 않은 채, 경상북도와 대구시의 보조금만으로 행사를 진행하였다. 경상북도와 대구시에서 교부한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재정으로 최외출 교수는 두 지자체에 보조금을 이중으로 교부 신청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를 기망하고 거액의 재정을 편취하였다.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 경상북도와 대구시는 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이번 기회에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영남대학교 보직인사 등에 대한 위법–부당한 개입)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당일 기자회견에서 관련자의 구체적이고 소상한 증언을 통해 낱낱이 밝힐 것이다. 인사 관련 사안은 현재 영남대학교에서 최외출 교수의 위상과 역할을 짐작해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서 영남학원의 현재 상황, 거버넌스의 구조적 문제들을 헤아리는 데 매우 유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사안상 매우 은밀하게 진행된 것이어서 기자회견 자리에서 관련 인사의 구체적인 증언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소상하게 밝히고자 한다.
최외출 교수와 관련된 의혹들은 은폐된 박근혜 적폐 중의 하나이다. 최외출 교수는 드러나지 않은 채 실로 적잖은 학교 안팎의 일들에 관여했으며 그가 벌였던 새마을-박정희 사업은 정권의 비호 아래 막대한 지원을 받아 성세(聲勢)를 누리었다. 새마을-박정희 사업에 대한 찬반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들 사업에 대한 예산이 정당한 과정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지원되고 그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살펴야 할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을 업고 대학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대학을 사유화하고자 한 최외출 교수의 작태는 사립대학을 바로 세우기 위해 매우 무겁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그의 행태들이 단순한 개인적 일탈인지, 아니면 영남학원의 구조적 문제인지 검찰과 교육부는 철저하게 감사하고 그 책임을 매우 엄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이 사안이 제대로 감찰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모쪼록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남학원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회복되어 영남학원이 정상적인 고등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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