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환경부정의③] 제3기 신도시 택지개발 예정지구 ‘수원 당수2지구’
수원 당수동 수달 가족의 강제이주
환경정의는 지역 환경부정의 사례 현장조사의 일환으로 지난 7월 30일, 제3기 신도시 예정지역인 수원 당수 2지구를 찾았다. 마을 입구부터 ‘죽어도 우린 못 떠난다’, ‘누가 죽나 한번보자’ 등 섬뜩한 문구의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고 낡은 철조망과 적막한 분위기는 개발에 따른 갈등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수원시 유일의 녹지지역 서수원은 지금 개발 몸살 앓는 중”
필자는 수원에서 26년째 거주하고 있다. 태어난 곳은 매탄동인데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주변은 온통 논과 밭이었다. 해가 질 때쯤 집 밖에서 개구리들이 울어댔는데 지금은 찾기 어려운 멸종 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도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옆으로는 서호천이 흐르는데 꽤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서호천을 따라 걷다보면 ‘여기산’과 ‘서호저수지’가 나온다. ‘여기산’은 백로과 조류인 해오라기, 왜가리 등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야생동물보호구역이고, ‘서호저수지’가 위치한 서수원 일대는 ‘법정보호종’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수원의 유일한 녹지지대이다.
정부는 지난 5월 7일 ‘제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신도시에 서수원 당수2지구도 포함되었다. 서수원 지역은 지난 2017년 이미 당수1지구 택지개발공사가 시작되어 2021년 말 완공 예정인데 칠보산과 1지구 사이 완충지대에 당수2지구도 추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개발이 진행 중인 당수1지구와 당수2지구는 개발행위제한구역(그린벨트)이 포함되어있는 녹지지역이다. 칠보산 자락에 위치한 당수2지구는 생태계 완충지대로 다양한 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물총새, 황새 등의 조류들이 서식한다.
당수 2지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야생생물 보호구역인 ‘여기산’이 있고 철새 도래지인 ‘왕송 저수지’도 가깝다. 왕송 저수지와 수원 당수동을 거쳐 흐르는 황구지천에는 멸종위기 I급인 천연기념물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 수달 뿐 만아니라, 삵, 맹꽁이를 비롯한 많은 법정보호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칠보산은 이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종’인 ‘칠보치마’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보호받아야 할 다양한 생물 종들이 택지개발 예정 지구 불과 몇 km 이내에서 서식하고 있다. 서식지가 직접 개발 지역이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생물 종들은 발견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 Km의 생활 반경을 가지고 있어 당수2지구 전체가 수달과 맹꽁이들의 서식처일 가능성이 크다.
“2017년에 황구지천에서 수달의 똥을 처음 발견했었어요. 지금도 발견됩니다. 지역 개발론자들은 수달의 서식처를 새끼를 낳아서 기르는 공간만 서식처로 보고 먹이 활동 구간은 서식처로 고려하지 않아요. 수달이 생활하는 반경이 넓은데 서식처만 보호해 주니 안타깝습니다.”
황구지천을 모니터링하는 수원 환경운동센터 홍은화 사무국장은 최근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수달 가족들이 당수지구 개발공사로 또다시 살 곳을 잃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다. 당수지구 개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시의 바람길 대신 아파트 숲과 인구과밀이..”
당수지구 택지개발은 수원지역의 수용 규모를 넘어서는 개발이다. 수원시의 인구는 120만 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당수1,2지구의 택지개발로 약 3만명의 인구가 더 유입되게 된다. 이미 하수처리장과 폐기물처리장 용량이 한계에 도달했다. 추가로 하수처리장을 건설 중이지만, 당수지구로 유입되는 인구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무분별한 택지 개발은 녹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거주 주민들에게도 위협적이다.
도시의 그린벨트 숲은 열섬현상을 완화 시키고, ‘바람길’을 만들어주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폭염과 미세먼지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주는 마지막 방어막이다. 국가지표가 공개돼있는, ‘e-나라지표’의 통계를 조사해본 결과 1970년대 53억 9711만 제곱미터에 이르던 그린벨트는 30%가 축소되어 2017년 말 기준으로 38억 4635만 제곱미터만 남았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개발사업은 더 이상 불필요한 것이다.
“그린벨트해제로 집값을 안정화 시킬 수 있을까??”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건설한 아파트로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주택을 보급하는 이유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다. 인구를 수도권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주택 보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화시키려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을 안정화 시킬 수 있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노컷뉴스 기사에서 분석한 통계를 보면, 2002년부터 2018년까지 23차례 그린벨트가 해제되었고 그 시기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나와 있는 주택가격동향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집값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선호되는 주거형태는 원룸과 같은 1인 주거형태이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정부는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대형아파트만 공급하고 있다. 대형아파트 공급은 주거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건설업체와 투기꾼을 위한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필요”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그린벨트 택지개발 지역은 지역 주민이 아닌 외부인이 소유주인 경우가 40%가 넘는다. 피해는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입고, 개발로 인한 지가 상승 혜택은 외지인들이 갖는 것이다.
신도시 개발은 도시구조의 전체적 맥락 이해를 통해 계획적으로 세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 환경의 고려 없는 무분별한 개발은 많은 부작 용을 낳는다. 모두의 환경권을 침해하고 삶의 질을 저하시킴으로써 소수의 자본만 이득을 보는 그린벨트 해제와 신도시 개발정책은 정의롭지 못한, 불평등한 정책이다.
‘KOSIS’ 통계에 의하면 전국 주택 보급률은 이미 지난 2010년 100%가 넘었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더 이상 주택 공급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거주의 문제를 공급으로 해결하려고 주택 건설을 늘리는 정책은 정답이 아니다. 다른 해결책도 많다.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한계를 보완하고 도심 내에 소규모 임대주택 단지를 건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대형 아파트 개발 중심의 신도시 개발을 멈추고 실질적인 주거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