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격차에 대한 소고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
2007년 전부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2008년 7월 시행된 이후 산업재해 인정률은 현재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은 인정률과 별개로 산재보험은 그 제도상 적용·보상·인정기준·급여·판정절차 등에서 여전히 노동자 간 실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산재가 분명한데도 제도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산재 이후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가 있는 만큼 격차를 줄일 제도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 간 산재 적용 격차가 있다. 우선 농업 등 미적용 사업장 문제다. 농업·임업(벌목업 제외)·어업·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산재보험법 시행령 2조)의 경우 산재보험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5인 미만 농업 사업장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많고,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환경이 열악하지만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둘째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 적용 문제다. 이들은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은데, 사업주 압력에 의해 적용제외 신청을 하는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특수고용직인 플랫폼 노동자 증가세 등을 고려하면 이들은 당연적용 이후 가입배제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셋째 해외파견자 적용 문제다. 해외파견은 대부분 회사가 경영상 이유로 결정한다. 사고 위험도 등 보호 필요성이 더 큰데도 산재보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넷째 중소사업주와 가족종사자 적용 문제다. 중소사업주가 임의가입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인 사업주나 위험도가 높은 직종(산재보험법 시행령 122조1항2호의 각 해당자)의 경우 임의가입이 아닌 당연가입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가족종사자는 대부분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기 때문에 산재 발생 위험도가 높으나, 실제 미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입하더라도 추후 공단에 산재를 신청할 경우 엄격한 판단지침으로 인해 근로자성이 부정돼 산재보호 대상에서 배제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다음으로 산재보험 청구에 관련된 격차다. 첫째 노동자가 산재보험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제다. 기본 권리인 산재보험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산재가 무엇인지 교육과 홍보가 부족하다. 노동자는 적법한 권리 행사를 사업주에 의해 방해받고, 여전히 온갖 눈치를 보고 산재를 신청한다. 둘째 사업주 태도 문제다. 사업주 조력 제도가 있으나 이행하지 않아도 벌칙이 없으며, 노동자나 유족의 자료 확보권은 없는 상태다. 사업주가 산재에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불평등한 현실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 셋째 조력 문제다. 산재보험법 116조는 ‘사업주의 조력’을 규정하고 있으나, 벌칙규정이 없어 사문화된 조항이다. 노동조합이 없거나 소규모 사업장인 경우 전문적 조력을 받지 못해 큰 불이익을 당한다.
마지막으로 보상 격차다. 첫째 일반적 격차와 비급여 문제다. 산재급여는 평균임금에 연동돼 있으나, 근속연수가 낮거나 임금이 낮을 때 산재를 당하면 평생 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실제 비급여 항목이 많고 치료금액이 과다해 저소득 노동자, 중대질환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가령 3등급 간병료(5만8천290원)와 실제 간병료(10만원 이상) 차이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둘째 사업주 보상의 격차 문제다. 규모가 작거나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단체보험에 가입하거나 실비보험 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산재보험과 별도로 보상이 되는 경우가 적다. 특히 사업주에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셋째 고령·저소득 노동자 휴업급여 등의 감액 문제다. 산재보험법은 고령자·저소득 노동자의 휴업급여를 감액하고 있는데, 61세 이상인 자를 고령자로 볼 여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삭감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도 않다. 최근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가동 연한을 65세로 보는 판결을 한 사실과 고령자·저소득 근로자를 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음을 고려하면, 감액 제도는 시급히 폐지해야 한다. 넷째 산재로 인한 여명, 직장 복귀 등 손실 문제다. 산재와 장기요양으로 계산 불가능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고(가족 병간호 등) 원직장 복귀율은 2017년 32.9%에 불과하다. 산재 후 비정규 노동자의 취업률은 35.7%다. 뿐만 아니라 50대의 57.7%, 60대의 80.3%가 비정규직으로 복귀하는 등 고령 산재노동자일수록 단기적이고 안정성이 낮은 일자리로 재취업한다. 다섯째 장해등급 재판정 손실 문제다. 장해는 “치유 이후 노동력을 상실하거나 감소한 상태”(산재보험법 5조5호)이므로, 개념적으로도 재판정과 모순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단 직권으로 재판정이 가능해서 실제 상위 장해등급(1급에서 2급)이 3급으로 하락해 간병급여 미지급 대상이 되거나, 연금대상자(7급 이상)에서 일시금 대상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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