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년 간의 길고 고된 작업 끝에 드디어 [97년 외환위기 아카이브] 가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업 담당자인 김조은 활동가는 막바지 작업으로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ㅠ_ㅠ
'만민보' 라는 이름으로 10년째 사회 각지의 인사들을 인터뷰하고 있는 민중의 소리에서 688번째 인터뷰이로 김조은 활동가의 외환위기 아카이브 작업기를 다루었습니다. IMF 세대의 한 사람으로, 외환위기 아카이브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는 김조은 활동가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아카이브를 준비했는지,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미리 살펴보세요!
정보공개센터의 [97년 외환위기 아카이브]는 8월 30일에 첫 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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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97년 외환위기는 ‘헬조선의 근원’, 제대로 알아야…기록 모아 보여드릴게요”
김조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주제로 디지털 아카이브가 오는 8월 공개된다.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해온 김조은(27)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를 만났다.
그는 당시 불안한 사회 상황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른바 ‘IMF 세대’로 “외환위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양극화, 불안정한 노동의 문제, 우리 사회 전반적인 ‘불안’이 많잖아요. 그 근원이 외환위기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외환위기 자료를 찾아보면 경제위기가 찰나의 순간이었던 것처럼 남아있어요. 주로 금모으기로만 기억되고…. 한국이 위기를 크게 겪었다가 극복한 사례, 그런 식으로만 각인 돼있구나…. 왜 그런 위기를 겪었는지는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제기구 IMF는 20년을 주기로 비밀이 해제된다. 이에 따라 김조은씨 등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은 지난 2017년, IMF에 한국 외환위기(Korean Crisis)에 대한 문서들을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2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조은씨에 따르면 IMF는 2017년 말 ‘2018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자료를 송부해주겠다’고 답변했으나, 아직까지 자료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때부터는 국내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들이 보유한 외환위기 관련 기록들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우리가 아카이브를 만들거라면 이미 공개가 돼있지만 흩어져있는 자료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조은씨 등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은 우선 국가기록원에 공개로 분류된 자료들을 모두 훑어보고 모아오고 복사해오고 정리했다. 한국의 공공기관 자료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다.
그러나 국가기록원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의미 있는 외환위기 관련 자료가 딱 문서형태로 남은 게 많이 없었어요. 공공기록물 관리법은 노무현 정부 때가 돼서야 만들어졌고, 외환위기 당시였던 김영삼 정부 때는 문서들을 마대자루에 담아 갖다 태우던 시기라고 해요.”
부족한 자료는 ‘회고록’을 참고했다고 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강만수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이나 강경식 경제부총리의 회고록이 굉장히 중요한 참조자료가 됐어요. 또 2017년 당시 외환위기 20주년 기획으로 당시 경제관료들의 회고록이 많이 나왔었더라구요. 그런 것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확실히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기에 생생한 사실을 들을 수 있었어요. 절판된 책도 많아서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최대한 모은 자료를 풀어내려고 노력했어요.”
김조은씨는 “사실 당시 관료나 공무원이었던 그런 분들이 저희를 기쁘게 만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추후 자료 기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당시 보고서, 신문기사, 민주노총 보도자료 등의 정보자료들이 다수 모아진 상태다.
모은 자료들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 고민은 ‘IMF 외환위기 자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고민과 맞닿았다. “외환위기가 단순한 경제 불황은 아니었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우리 사회의 크고 다양한 변화의 중요한 과도기였기 때문에….”
김조은 씨는 아카이브 작업에 있어 ‘흐름’에 집중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외환위기 당시에 멈춰 연표를 구성하고 사건을 설명하는 기본적인 것에 그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들을 잘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세계적인 변화, 그 속에서 한국의 위치, 또 한국이 어떤 선택들을 했고, 그게 만들어낸 변화들이 뭐였는지….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경제적 지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국내외 정치, 사회 변화를 아우르는 관점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김조은씨가 자문을 구하거나 협업 중인 전문가들은 경제학자보다는 사회학자가 많았다고 한다.
이처럼 ‘흐름’을 보여주는 큐레이팅의 일례로 한국 경제정책의 변화를 보여주는 페이지가 마련됐다. 신자유주의 초기단계인 자유화 정책이 시작됐다고 본 70년대 말부터 외환위기가 오기까지의 개방화 흐름이 어땠는지, 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주요한 경제정책들을 꼽아 그 의미와 다양한 해석들을 설명하는 구성이다.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민중의 삶이 어땠는지도 보여주고 싶었다.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 실업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한스밴드의 ‘오락실’ 등 대중가요도 중요한 자료다.
또 자살률이나 노동임금 격차 등 양극화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외환위기로 인한 사회 변화를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경제 위기를 겪은 이후 위인전의 주인공이 이순신, 을지문덕, 강감찬 등 장군에서 기업가, CEO 등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로 변화했다는 점, 자기계발서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점 등도 주목했다.
김조은씨는 곧 공개될 아카이브가 ‘공론장’의 역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주제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한 디지털 아카이브이기 때문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희가 아카이브를 만들며 중요하게 생각했던 한 축은 자료를 모아서 연구자, 기자 등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도 있었지만, 젊은 세대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포탈 지식인 서비스에 중고등학생들이 과제라면서 외환위기에 대해 묻는 글이 많더라구요. 과제하면서 아카이브에 들어오면 단순 지식이 아니라 외환위기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미가 있구나 통찰을 얻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