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붉은 수돗물 사태, 가장 안전한 수돗물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투명한 행정, 성숙한 시민, 객관적인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야
– 상수도본부, 300만의 생명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과 사명감 가져야
지난 7월 30일 인천시는 수돗물 설명회를 개최하고 ‘먹는 물 적합’이라고 발표했다. 5월 30일, 붉은 수돗물 사태 발생 꼭 두 달 만이다. 지금부터는 붉은 수돗물 재발 방지 차원을 넘어 인천수돗물이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이 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붉은 수돗물 사태를 차분하고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피해보상, 관로 정비계획만이 아닌 민관의 상호이해와 소통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인천의 6월과 7월은 온통 붉은 수돗물이었다. 환경부와 인천시의 발표 등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계전환과 역류이다. 수계전환과 역류로 인해 붉은 수돗물 발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또 사전 안내 없이 진행하다가 붉은 수돗물 사태를 자초했다. 더욱 큰 문제는 초기 대응 미숙으로 시민이해는커녕 행정과 수돗물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켰다는 점이다. 인천시가 설명회에서 밝힌 향후 계획에서처럼 앞으로도 정비 등을 위한 단수나 수계전환이 불가피하다. 충분한 사전검토와 시민 논의와 이해가 필요하고 행정과 시민들 각각의 대응 매뉴얼을 꼼꼼하게 작성하고 숙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상수도사업본부의 인적쇄신과 전문가 양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모니터링, 폭넓은 시민참여 등의 보완점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인천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대체 방안이 마땅하지 않은 도시에서 수돗물은 포기할 수 없는 공공재이다. 국가가 공급하는 수돗물은 가장 안전한, 믿을 수 있는 생활용수이고 먹는 물이어야 한다.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만큼 수돗물 기준을 현재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 특히 탁도와 냄새 등 시민들이 민감할 수 있는 항목들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행정은 투명하게, 시민들은 성숙하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가 아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의 제공자로 함께 협력해야 한다.
인천의 상수도 문제를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설치된 상수도 혁신위원회는 형식적이거나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역할, 구성확대를 고민해야 한다. 인천시는 7월25일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수돗물 적수 재발방지, 선진화 기술도입을 통한 미래발전전략 구축, 상수도 수질관리행정 전반의 진단과 처방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위원회를 구성해서 회의를 진행하고 몇몇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다고 시민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 혁신위원회가 회의의 진행 사항, 논의내용과 회의결과, 구체적인 향후 계획 등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시민들의 의견 개진 기회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청수정심(淸水淨心), 공촌정수장 계단에 걸려 있는 문구이다. 무엇보다 상수도사업본부 등 행정조직의 인적쇄신안을 제시해야 한다. 수사기관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인천시민 대다수는 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이 자기 가족이 마실 물을 만든다는 마음을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무사안일, 책임회피가 아닌 300만 인천시민들의 맑은 생명수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장인정신으로 임해주기를 바란다. 민선7기 시집행부는 자부심과 사명감의 직원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새로운 각오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상수도사업본부가 300만 인천시민들의 생명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과 한결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쇄신안을 마련하고 함께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성숙한 시민들이 성숙한 사회, 살고 싶은 인천을 만든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새로운 지역공동체-맘 카페 등 다양한 주민자치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정수장, 배수지, 배수관, 급수관, 관로, 탁도 등 생소한 용어를 시민들이 알게 되었다. 수질 현황 시민 확인 시스템 구축 작업도 반상회 보와 같은 전통적인 공보체계와 더불어 신 공동체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한 행정 정보의 공개와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여 제도적으로 공개하는 등 성숙한 시민들의 참여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소수의 수돗물 평가위원회만을 통한 시민참여와 수돗물평가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다중에 의한 감시와 의견 청취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민들도 성숙한 자세로 문제 해결에 함께 해야 한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시민들이 얼마나 건강과 안전, 환경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제는 건강, 안전, 환경이다. 이들을 최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적어도 인천에서만큼은 환경을 경제의 부속개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상하수도, 공원녹지, 소각장과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정비가 경제 살리기의 뒷전이어서는 안 된다. 경제 활성화만을 쫓다보면 이런 사태는 얼마든지 또 발생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붉은 수돗물 사태 해결이 공무원과 이해관계자들의 밥그릇 나누기가 아니기를, 관로교체, 설비개비가 꼼꼼한 점검과 논의와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되어 또 다른 토목공사의 출발이 아니기를 바란다.
2019년 8월 1일
가톨릭환경연대 / 인천녹색연합 / 인천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