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완화는더 큰 위험사회를 초래한다
–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법 규제완화 반대-
우리사회는 최근 십년간 화학물질 평가 및 관리방안의 허술로 인해 안방의 세월호라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겪었다. 현 세대의 경제이익을 위해 아무런 결정권도 선택권도 없는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경우를 보며 화학물질관리강화 필요성에 온 국민이 공감했다. 또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이윤 챙기기에 급급한 기업에 강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각계각층의 자정노력과 보완책이 강구되어 화학물질 평가법(화평법) 및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이 실효성 있게 재편되어 가는 중이다.
그러나 최근 애꿎게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국내화학물질관련 과잉규제 논란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 7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관련 기업간담회를 필두로 화평법과 화관법이 기업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라는 주장들이 제기되었고, 연이어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집권여당마저 부화뇌동으로 화학물질 관련 규제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업이 주장하는 화학물질 과잉규제가 산업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주장은 명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과다하다고 주장하는 화학물질 등록비용은 최소 8천만원, 많게는 4~5억원이었으나 환경부에서 확인한 실제 평균 1천2백만원정도로 나타났다.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기술 개발을 막는 문턱으로 언급되고 있는 R&D용 화학물질 사용도 면제 및 특례 제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국내 화학물질 규제는 결코 유럽과 일본의 화학물질 규제에 비해 강력한 상황이 아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통해 환경과 인체에 대한 위해성을 낮추고 EU 화학 산업경쟁력이 확보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제 제대로 된 화학물질 관리 제도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를 꾀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다.
또한 문제원인이 강화된 규제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구조에 있다는 것을 기업들 정부와 기업들 역시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수출규제 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필수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에 준할 국내생산이 불가능하고 이를 타계할 기술투자나 지원이 정부, 기업으로부터 모두 외면 받아 왔기 때문이다.
주장처럼 국내 화학물질의 생산과 수입유통 규제가 완화되었을 때 국내 기업이 저렴한 중국 화학물질과 경쟁할 수 있는 대안은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논란은 명확한 관계성이 부족한 사회 이슈를 가지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기업의 전략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일부 발생되는 화학물질관련 중복 규제 문제 역시 완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도 문제이다. 중복 규제의 근본적 원인은 환경부, 식약처, 노동부, 산업부 등 나누어 복잡하게 관리되고 있는 화학물질 정책과 통합 관리 책임의 불명확함에 있다. 신규 화학물질이나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발생한 문제의 경우 서로 책임 미루기 급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중복 규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 관리 기본법을 중심으로 관리를 일원화하여 책임을 분명히 하는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화평법의 기본법으로서의 위상에 대한 논의가 우선 되어하며, 일원화된 통합 관리를 통해 정부 각 부처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해결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수출규제 대안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화학물질관련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정부, 기업, 일부 언론의 논리는 얼토당토않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대기오염물질 배출정보 조작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비윤리적 기업경영에 통째로 곳간 열쇠를 맡길 수는 없다. 기업은 규제완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비윤리 경영으로 인해 무너진 사회적인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우선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메시지로 던질 때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이 난국을 타계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2019년 7월 23일
한국환경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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