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처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고순도 불화수소 등 관련 소재 산업들에서 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고 한다.

그 하나로 7월 22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은 “수출 규제 품목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제3국 대체 조달 관련 테스트 등의 관련 연구 및 연구지원 등 필수인력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경우, 제한 없이 노동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그 대상이다.

이는 7월 14일 경제부총리 홍남기가 예산·세제 지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을 천명한 것의 후속 조처다. 이날 홍남기는 해당 기업 탄력근로 확대 적용 등도 고려한다고 밝혔었다.

게다가 이재갑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대상 업종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1000개가 넘는 품목에 대한 무역보복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사실상 한국 전체 노동자에게 특별연장노동을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항일” 운운하며 애국주의적 국민 단합 애드벌룬을 띄우고는 그것을 기업 지원을 정당화하는 데 쓰려 한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민적으로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노동시간 연장이나 임금 억제는 앞으로도 더 많은 곳에서 요구될 수 있다. 이를 용인하면 사실상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으로 이루려는 노동시간 연장이 기정사실화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와 그 괘씸한 조처에 반대한다고 애국주의에 단순히 편승해서는 이 편법 노동개악에 맞서기 불리해지는 것이다.

이런 기만이 바로 문재인이 우회적으로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올 7월부터 1주 52시간 규제를 적용받는 기업군 대상으로 처벌 유예 조처를 발표해 이미 탄력근로제 개악 효과를 부분적으로 기업주에게 제공해 왔다.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조처의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업주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우호적인 이유이다.

기업주들도 애국주의 수사를 이용한다. 언론은 반도체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R&D에서 노동시간 규제를 하면 안 된다, 투자 의욕 떨어뜨리는 안전 규제를 줄여야 한다고 떠든다.

그러나 고순도 불화수소(일명 에칭가스)의 경우, 그 안전 규제 대부분이 2012년 경북 구미시 불화수소가스 유출 사고 이후 생겨난 것이다. 기업주의 안전 투자 부실로 일어난 이 사고로 노동자 5명이 죽고, 1만 명이 넘는 구미 주민들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맹독성 때문이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안전한 작업 환경과도 관계 있을 것이다.

노동운동은 애국주의 열풍을 이용한 문재인의 교활한 친기업 행보에 반대하고 저항해야 한다. 노동시간 연장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이 점차 기정사실화되면, 법 개악을 막기가 더 어려워진다. 문재인과 함께하는 식으로는 제국주의에 맞설 수도 없고 노동자들의 삶을 방어할 수도 없다.

2019년 7월 23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