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시리즈를 2018년 8월부터 2019년 하반기까지 계속해서 보도합니다. 올해는 1919년 3.1 혁명 100년,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100년을 보내고 새로운 100년을 맞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 특별기획을 통해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을 지배해 온 세력들을 각 분야 별로 분석하고, 특권과 반칙 및 차 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통찰을 99% 시민 여러분과 함께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뉴스타파는 프로젝트를 통해 일제와 미 군정, 독재, 그리고 자본권력의 시대를 이어오면서 각 분야를 지배해온 세력들이 법과 제도를 비웃으며 돈과 권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그들만의 특권을 재생산한 현재의 지배계급 시스템을 가감없이 들춰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미래 세대가 과거 지배 체제가 극복된, 그래서 보다 정의롭고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며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함께 모색해 나가려 합니다. -편집자 주 |
“설립자 일가 친인척을 먹여 살린다” ‘가족회사’ 동의대학교
‘가족 회사’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은 대학이 있다. 설립자의 일가·친인척 34명이 이 대학 법인, 또는 소속 학교와 병원에서 근무했거나 재직 중이다. 설립자의 장남, 차남, 삼남이 각각 이사장과 병원 행정원장, 총장 자리에 올랐다. 이사장을 물려받은 장남은 이사장 재직 당시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학교 법인 사무소를 드나들며 여전히 ‘이사장’으로 불리고 있다. 바로 부산에 있는 동의대학교다.
뉴스타파는 프로젝트 일환으로 ‘족벌 사학과 세습’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4편에서는 족벌사학 동의대를 무대로 벌어진 설립자 일가·친인척들의 학교 취업실태를 고발한다.
설립자 김임식, 이사장만 ‘50년’... 이후 세 아들에게 골고루 물려줘
동의대학교는 박정희 정권 시절 공화당 4선 의원을 지낸 김임식(金任植)이 설립했다. 1977년 경동공업전문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뒤, 동의대학교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임식은 1966년 학교법인 동의학원을 만들고 초대 이사장이 된 후, 2010년 사망 때까지 50년 넘게 이사장직을 유지했다.
그는 학교법인 설립 이후 동의중학교, 동의공업고등학교, 동의과학대학(옛 동의공전), 동의대학교, 동의의료원을 세웠다. 또 한국대학법인협의회 회장과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김임식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교육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의미인 ‘교육보국’의 일념으로 학교를 설립했다고 회고했다.
2010년 1월 김임식 사망 이후, 장남인 김인도 씨가 동의학원 2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차남 김형도 씨는 동의대학교 부속 동의의료원의 행정원장을 지냈고 삼남인 김영도 씨는 현재 동의과학대 총장을 맡고 있다. 김임식의 아들 3형제가 나란히 동의학원에서 한자리씩 맡은 것이다. 김영도 총장은 세습과 관련해 “설립자의 아들이 대학 총장을 맡고 있는 현실”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이메일 질의에 “임명권자인 학교 재단 이사회 이사들에게 문의하라”고 답했다.
대학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세 아들 만이 아니다. 김임식의 아내 구수연 씨는 동의학원 이사를 지냈고, 김임식의 셋째 사위인 이인길 씨는 현재 동의의료원 원장으로 있다. 장남 김인도 씨의 아내이자 김임식의 첫째 며느리 이인옥 씨는 현재 동의학원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다.
장남 김인도의 자녀들, 전부 교수로 채용
김임식의 장손자, 즉 김인도 씨의 자녀들도 모두 동의대와 동의과학대 교수로 채용됐다. 김 전 이사장의 장남 김현규 씨는 동의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했고, 장녀인 김주연 씨는 동의과학대 교수로, 차녀인 김성희 씨는 동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밖에 김임식의 둘째 며느리 문혜리 씨 역시 동의과학대 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임식의 직계존비속과 그 배우자를 합하면 설립 학교와 병원에서 근무했거나 재직 중인 일가는 모두 11명으로 집계됐다.
족보 확인하니, 동의학원 취업 일가 친인척 34명으로 늘어
설립자 김임식의 친인척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뉴스타파는 김임식이 편집에 참여해 1997년 만든 를 확보해 동의학원 소속 학교와 기관에 근무한 사람들을 모두 집계했다. 족보에 나오는 인물마다 근무지가 기재돼 있었다.
그 결과, 동의공전(동의과학대 전신), 동의중학교, 동의의료원, 동의대 등 등 동의학원 소속 기관에서 근무한 김임식의 친인척은 모두 23명이었다. 직책은 동의대 교수, 동의의료원 의사, 동의공업고등학교 서무과장 등이다. 앞서 확인한 설립자 일가 11명과 족보로 확인한 친인척 23명을 합하면, 무려 34명이 설립자가 세운 학교와 소속 기관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온다. 학교를 세워 일가친척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닐 정도다. 그 어떤 곳보다 투명하게 운영돼야 할 교육기관이 폐쇄적인 가족기업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족벌경영의 부작용... 장남, 비리 운영으로 징역형 선고
이 같은 족벌 경영은 비리와 범죄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설립자의 장남인 김인도 이사장은 2016년 동의대 캠퍼스 건물 신축 공사 과정에서 리베이트 명목 등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김인도 이사장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고 2심과 대법원에서도 같은 형이 유지됐다.
멈추지 않는 ‘일가의 이사회 지배’...남편 사퇴하자 아내를 상임이사로
그렇다면 현재, 학교법인은 누가 운영하고 있을까? 김인도 씨는 2심에서도 징역 2년 형이 선고되자 2017년 6월 10일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딱 하루 뒤인 6월 11일, 김 씨의 아내 이인옥 씨가 이사로 선임됐다. 이사 선임 당시 이 씨의 경력은 동의대 부설 어린이집 원장이 전부였다.
이후 이 씨는 “상임이사의 왕성한 대외활동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매월 1,200만 원 씩,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동의학원 설립 이후 상임이사를 맡은 사람은 김인도 씨와 부인 이인옥 씨 단 2명뿐이다. 김인도 씨 역시 부친이 생전 이사장으로 있던 당시 상임이사를 맡아 매월 1,000만 원이 넘는 월급을 수령했다.
김인도 전 이사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대신해 아내가 상임이사가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배경이 왜 궁금하냐”, “내가 (이사장직을) 관두게 됐으니까 (아내가 상임이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내가 어린이집 원장을 오랫동안 운영해 경력도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학교법인 분사무소에서 ‘개인비서’ 두고 ‘이사장 행세’ 의혹
2년형이 확정돼 복역을 마친 김인도 전 이사장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김인도 씨는 불과 세 달 전 학교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월 30일 동의대 명예의전당 완공식 행사장에 나와 앞 줄 총장 바로 옆자리를 차지해 기념촬영을 했다.
학교 주변에서는 그가 최근까지도 학교법인 사무실에 출근하는 등 대학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김 씨가 동의학원의 분사무소 명목으로 낸 사무실에 드나들며 개인 비서까지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동의학원은 2018년 4월 이사회 승인을 거쳐, 부산 서면에 있는 메디컬센터에 학교법인 분사무소를 마련했다. 메디컬센터의 관리를 한다는 명목이었다.
취재진은 분사무실이 있다는 메디컬신테를 방문했다. 건물 입구 어디에도 학교법인 분사무실이 있다는 안내표지는 없었다. 빌딩 맨 위층인 14층에 들어서자 동의학원 간판이 있었다. 이 곳에 30평 쯤 되는 동의학원 서면 사무소가 있었다.
직원 “이사장님(김인도 씨) 사무실…현 이사장은 한번도 온 적 없다”
한 직원이 취재진을 맞이했다. 이 직원은 “이 사무실이 어떤 사무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사장님(김인도 전 이사장) 사무실”이라고 명확히 말했다. 이 직원은 김인도 전 이사장을 ‘이사장님’으로 호칭했다. 그러면서 자신 역할은 “김 전 이사장을 보좌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에게 구체적으로 맡고 있는 업무를 묻자, “이사장님(김인도 전 이사장)이 사무실에 올 때는 손님을 맞는다. 손님이 오면 이사장님에게 안내를 하고 안으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김인도 씨의 비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사무실에 현재 이사장인 구영수 이사장은 출근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고 답했다. 서면 빌딩 관리소장도 “김인도 전 이사장이 드나드는 걸 수차례 봤다”며 “다른 사람은 그 사무실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설립자의 장남이 공식 직함도 없이, 개인 비서를 두고 학교 법인 사무실을 드나들면서 학교 경영에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동의대 “김인도 출근하지 않는다”... 대학 “명예이사장으로 대우”
취재진은 김인도 씨에게 사실 관계를 물었다. 그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내가 무슨 비서가 있냐. (그 직원은) 아르바이트생”이라며 “해당 사무실에 드나들지도 않는다”고 했다. 동의대 측도 취재진에게 “김인도 전 이사장이 서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이사장은 해당 사무실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김인도 전 이사장을 단지 명예이사장으로 대우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교육기관을 사적인 이익추구 기관으로 생각하는 사고를 가진 나라는 다른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그것(사적 이익추구)을 막아주는 게 사립학교법인데 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설립자 일가들이) 그런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국100년 특별기획] 족벌사학과 세습① 대학교는 망해도 설립자는 잘산다
-[민국100년 특별기획] 족벌사학과 세습② 사학은 왜 정계로 진출했나?
-[민국100년 특별기획] 족발사학과 세습③ 교육용 매입 18억짜리 주택, 알고보니 설립자 일가 거주
데이터: 최윤원
데이터 시각화: 임송이
가계도 분석: 신학림 전문위원
자료조사: 최유리
편집: 정지성
CG/타이틀: 정동우
웹디자인: 이도현
촬영: 신영철, 최형석
취재: 강혜인, 박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