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복직 “손배 가압류도 풀렸으면…”
경향신문 / 정대연 기자 [email protected]
쌍용차 마지막 48명 해고 끝나는 날 ‘감사잔치’
함께한 시민 안고 웃음·눈물
“투쟁 노동자·가족들 찾아와 무료 진료 의사들에게 감사…인위적 구조조정 사라져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30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마지막 남은 해고자들의 복직을 하루 앞두고 ‘10년 해고 끝나는 날 감사잔치’를 열었다. 행사에 앞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해고자와 그 가족들을 진료하고 있는 모습(위 사진). 행사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와 가족들,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기념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아래). 권도현 기자
“처음 진료를 시작할 때는 1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꼭 7년이 걸렸습니다.”
치과의사 정성훈씨가 진찰 도구를 만지작거리며 소회를 털어놨다. 30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쉼터 ‘차차’에서 ‘마지막 진료’가 이뤄졌다. 정씨를 비롯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소속 치과의사들은 2012년 7월부터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치아를 무료로 진료해왔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해고된 노동자 2646명 중 마지막 남은 48명이 이제 7월1일부로 10년 만에 복직한다.
복직을 하루 앞두고 해고노동자들이 마련한 사은잔치인 ‘10년 해고 끝나는 날 감사잔치’가 열렸다. 해고노동자들은 10년간 고통과 외로움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들이 홀로 싸운 것은 아니다. 건치는 이날까지 7년간 전국 곳곳 쌍용차 가족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동치과병원을 타고 다니며 총 1523명을 진료했다. 무료진료에 참여한 의사 수만 연인원 644명이다.
정씨는 “2012년 한 출근길에 쌍용차 해고자의 22번째 사망 소식을 듣고는 아무것도 안 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회원들에게 치과 진료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며 “길고 어려운 투쟁의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여유를 드릴 수 있었다면 영광”이라고 말했다. 건치는 복직을 기념하는 떡을 한아름 쪄와 돌렸다.
‘문턱없는 한의사회’ 전 대표를 지낸 한의사 김원식씨도 2012년 대한문 앞 농성 때부터 해고노동자들을 진료했다. 해고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일 때는 송전탑에 올라가 진료를 하기도 했다. 그는 “돌아가시는 노동자들이 생기면 내가 먼저 손쓰지 못해 숨졌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며 “이들에게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복직인데, 좋은 결과로 끝이 나서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감사잔치에는 해고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시민들의 웃음과 눈물, 감사와 작별의 인사가 교차했다. 점심 때가 되자 이번엔 심리치유공간 ‘와락’ 식구들이 점심식사를 만들어 왔다. 메뉴는 갖은 나물을 넣은 비빔밥과 오이냉국이었다. 권지영 와락 대표의 남편 이금주씨도 쌍용차에서 일하다 해고 당한 뒤 재작년 복직했다. 권 대표는 “쌍용차 사태가 잘 해결된 것만 기억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인위적이고 폭력적인 구조조정의 폐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고노동자들도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새긴 이윤엽 판화작가의 작품 ‘와락’과 해고노동자 아내들이 직접 담근 김치였다.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큰돈이 필요한 진료를 그간 무료로 해주셔서 해고노동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이제 저희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투쟁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직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복직을 해도 일단은 올해 말까지 무급휴직 상태로 대기하다 내년 1월이 돼야 정식으로 ‘출근’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노조원들을 옭아매는 국가와 회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2009년 경찰이 노조에 제기한 손배소액은 24억여원으로 불어났고, 회사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액도 76억원에 달한다. 김 지부장은 “출근 전 손배 가압류 문제가 해소되면 정말 후련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