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청년농부, 국경을 넘어 만나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총 3개국의 아시아 청년농부 9인이 지난 6월 7일부터 4일간 한살림을 방문했습니다.

태국의 대안농업네트워크 및 자원봉사협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농부 및 농업 관련 활동가 4인은 ‘농사는 혼자 짓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이라며 토종종자 보존 및 판매, 식량주권 관련 교실 운영, 유기농 영농기술 교육 및 청년농부 지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녹색공동체발전협의회(GCDA) 등에서 방문한 청년활동가 3인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양봉 등 시범농장을 운영하며 다른 나라 농부들과의 교류활동 역시 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청년들 2인도 에코투어와 녹색시장 운영을 통해 청년농업협동조합 조직을 지원하며 농촌 공동체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살림연합 사무실에 모인 아시아 청년농부들은 한살림의 역사와 가치, 그리고 주요활동을 듣는 교류의 시간을 갖고 다양한 도농교류활동과 도농직거래운동을 하고 있는 한살림이 ‘단순한 사업모델만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느껴진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방문 2일차 6월 9일, 아이사 청년농부들은 한살림청주생협과 한살림청주생산자연합회 등이 함께 출자하여 만든 팜앤키친Farm and Kitchen을 방문했습니다. 팜앤키친은 청주 지역에서 재배한 신선한 한살림 채소와 괴산 눈비산마을에서 길러낸 유정란 등을 재료로 하여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만드는 까페로, 지역의 친환경농산물 소비를 늘리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 중의 하나입니다.

 

이후 한살림청주생산연합회의 생산자들이 설립한 미호천영농조합의 통합물류센터를 방문하여 생산자교육이나 생산관리 등에 힘을 쓰고 있는 생산자연합회와는 다른 역할- 생산된 농산물의 공동선별과 출하 등을 맡는 영농조합의 설립 배경과 주요 활동을 듣고 물류센터 및 근처의 하우스 시설을 방문했습니다. 아시아 청년농부들은 친환경유기농사에 더해 생산자들이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그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산과 물류를 운영할 뿐 아니라 생산활동 외에도 공동체 기반의 도농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한살림 생산자의 공동체성이 인상적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음날인 6월 10일 한살림괴산생산자연합회 사무실을 찾은 아시아 청년농부들은 사무실 입구에 전시된 토종종자들에 큰 관심을 보이며 농부가 자신이 기르는 작물의 씨앗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고 종자회사를 통해 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씨앗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 청년농부들의 대부분이 자국에서 토종종자 보존활동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7개의 생산자 공동체와 190 여명의 생산자들로 이뤄져 있는 한살림괴산생산자연합회는 월례회의를 통해 생산관리뿐 아니라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께 만들고 위원회를 만들어 공동체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 조합원들과 단오 등 전통명절을 함께 보내고 일손나누기를 하는 등 도농교류활동으로 일 년 내내 분주하기도 합니다. 한살림괴산생산자연합회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유정란을 생산하는 한살림의 오랜 생산공동체, 눈비산마을공동체을 방문했습니다.

 

1960년대 말 가난하고 척박했던 우리 농촌을 살리고자 시작된 협동조합 설립 지원, 축산기술 교육 등의 활동을 바탕으로 이후 한살림의 유정란 생산을 담당하는 생산공동체가 된 눈비산마을은, 계사 외에도 귀농을 준비하는 도시민이나 일손 나눔을 위해 찾는 소비자 조합원들과 함께 일구는 다양한 텃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희부 눈비산마을 공동체 대표님과 마을 곳곳을 살펴본 아시아청부농부들은 잡초가 나지 않도록 밭에 부직포를 덮는 작업을 함께 하며 제초제 없이 작물을 길러내는 유기농사의 중요성과 농사를 비롯한 모든 작업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시아 청년농부 한살림 방문 마지막 날인 6월 11일, 괴산지역 생산공동체 중 하나인 감물흙사랑공동체를 찾았습니다. 옥수수, 감자 등의 농산물과 양배추브로콜리액, 절임배추 등의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감물흙사랑공동체는. 생산자 회원들이 함께 마련한 설비를 통해 생산물을 다 같이 한데 모으고 함께 선별, 또 함께 포장하여 함께 출하합니다. 또 소비자 조합원과의 다양한 교류활동과 농부시장, 유기농 행사 등에 참여하며 지역사회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시아청년농부들은 농부가 오롯이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힘을 모아 집하와 포장, 출하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시설을 갖춘 데에 큰 관심을 보이며, 생산자가 함께 이루는 공동체의 힘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우리씨앗농장은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가 토종종자를 함께 기르고 나누는 곳입니다. 아시아청년농부들은 ‘씨앗은 곧 생명’이라는 안상희 대표님의 말에 공감하며 자기 나라에서 하고 있는 종자보존활동의 내용을 나눴습니다.

 

아시아 청년농부들의 한살림 방문 마지막 일정은 괴산생산자연합회의 청년농부들과 교류회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청년농부들은 농부로서 겪는 어려움과 유기농부의 삶을 선택한 각자의 이유를 나누며 유기농부로서 자신을 긍정하고 서로를 북돋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농업인구의 고령화가 계속 되는 가운데, 청년농부는 다음 세대 농업을 이어가는 소중한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