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자들을

너무 가볍게 처벌한 서울동부지방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1.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19. 6. 25.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종범 전 경제수석비서관, 조윤선 전 정무수석비서관의 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하여 판결을 선고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6. 25. 선고 2018고합30, 75(병합) 판결, 이하 ‘위 판결’). 재판부는 피고인 김영석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피고인 윤학배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이병기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피고인 안종범에게 무죄, 피고인 조윤선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 위 판결은 피고인들이 속한 청와대, 해양수산부 등이 주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조사활동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기 특조위의 설립 및 활동과정에서 정부차원의 대응전략이 수립되었고, 1기 특조위의 활동기간에 관한 논란을 축소하기 위해 법제처 법령해석이 철회되었으며, 1기 특조위의 의사에 반하는 축소된 직제·예산(안)이 작성되었다. 1기 특조위의 내부정보가 수집되어 보고되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행적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대응방안도 수립되었다. 나아가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1기 특조위를 비판하기 위한 여당의 성명을 작성하여 여당에 제공한 사실도 밝혀졌다.

 

3. 다만 재판부는 많은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의 문건작성 부분만이 특정된다고 판시하며 실행행위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러한 법원의 형식적 판단은 검찰의 불충분한 수사 또는 재판부의 적극적인 심리 부재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위 판결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일부로서 추가적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위 판결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확인해주었으며, 참사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수사단 설치가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말해 주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4.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진실, 정의, 배상의 권리를 가진다. 이는 국제인권 규범이 인정하는 피해자의 권리이자, 법원이 유가족들에게 인정하는 신원권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피고인들의 1기 특조위에 대한 활동 방해는 본질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방해한 행위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범행은 부당한 권한 행사일 뿐만 아니라 유가족들의 진실, 정의, 배상의 권리를 직접 침해하는 행위로 법원의 엄중한 처벌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5.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너무나 가볍게 하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1기 특조위 활동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았다는 점, 피고인들에게 1기 특조위 활동 방해의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점,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 등 이해할 수 없는 사정을 피고인들의 유리한 정상이라 인정했다. 그리고 그 결과 유죄로 인정된 피고인들 모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6. 1기 특조위는 국민의 생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 그 책임자를 처벌하고, 두 번 다시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유가족과 국민의 지지를 통해 만들어졌었다. 1기 특조위 활동 방해는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가 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아직까지도 납득할 수 없는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고통을 가한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행위이다. 또한, 1기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하고, 강제해산한 것은 친일부역자 등 반민족행위자 처벌을 위해 만들어진 반민특위를 해체하는 행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번 재판부의 지나치게 가벼운 양형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의 반헌법적 범죄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자, 그 범행으로 인해 유가족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과 좌절감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

 

7. 위 판결이 선고된 직후 법정은 유가족들의 오열과 항의로 가득 찼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련 책임자 처벌이 납득할 수 없는 수준 이라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피해자의 회복과 안전 사회 구축의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우리 모임은 불충분한 사실 인정과 지나치게 낮은 양형을 통해 피고인들의 범행에 대하여 면죄부를 주고, 유가족들에게 좌절을 느끼게 한 위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201962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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