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입수한 HDC신라면세점 밀수사건 녹음파일에서 이 면세점의 현 대표인 김모 씨가 부하직원을 회유, 협박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김 대표가 밀수에 가담한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은 부하직원 B씨에게 “왜 하필 피아제 밀수사실을 관세청에 알렸냐”고 질책하는 등의 내용이다. 역시 밀수에 가담한 면세점 팀장 A씨도 “증거도 없는데 굳이 다 말할 필요가 있나, 피아제 시계 밀수사실은 관세청에 알려선 안 된다”고 김 대표의 말을 전하며 B씨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
김 대표는 밀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길한 전 대표의 후임으로 지난 2017년 6월 HDC신라면세점 대표에 올랐다. 이길한 전 대표와 같은 삼성물산 출신이다.
뉴스타파가 입수, 공개하고 있는 ‘신라면세점 녹취파일’에는 HDC신라면세점 팀장 A씨가 부하직원 B씨를 회유하는 내용이 여러번 등장한다. 회유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이 면세점의 현 대표인 김모 씨의 말도 여러번 전했다. “김 대표가 ‘최고급 시계인 피아제는 관세청 조사과정에서 빼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 등이다. 관세청이 HDC신라면세점을 압수수색한 지난 19일 녹음된 ‘녹취파일’에서 확인된 팀장 A씨의 발언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김OO 대표는 ‘OO(직원 B씨)이 밀수한 시계 숫자를 줄여서 관세청에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최고급 시계인 피아제 밀수사실은 무조건 빼야 한다’고 말했다. 밀수금액이 5만불을 넘기면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관련자들이 형사입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OO 대표는 ‘물적증거가 없는데 굳이 밀수 사실을 다 말할 필요가 있느냐, 관련자들을 다 죽이는 짓이다’라고 말했다.
‘녹취파일’을 들어보면, 팀장 A씨는 B씨와의 대화 도중 김 대표에게서 전화를 받고 “B씨에 대한 회유가 통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이후 A씨는 김 대표와 스피커폰 형태로 전화를 연결한 뒤, 직원 B씨를 포함한 3자대화를 시작했다. A씨는 “B씨가 관세청 조사과정에서 시계밀수 과정을 모두 진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밀수한 피아제 시계가 7만 달러, 우리 돈으로 8천만 원 가량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뒤, “피아제시계 밀수 사실을 왜 관세청에 밝혔냐”며 부하직원 B씨를 질책했다. 아래는 3자간 대화내용을 정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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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
직원 B씨가 관세청 조사에서 몇 건의 밀수사실을 밝혔나. -
A씨:
2건에 대해 진술했다고 한다. -
김 대표:
2건의 내용은 뭔가. -
A씨:
롤렉스시계와 피아제시계다. -
김 대표 :
밀수해 온 피아제시계는 얼마짜린가. -
B씨:
비쌌던 걸로 기억된다. 거의 내 연봉 수준이었다. -
A팀장:
7만불 수준이다. -
김 대표:
왜 하필 피아제 밀수사실을 관세청에 알렸나? -
B씨:
거짓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뉴스타파는 관세청 수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한 부하직원 B씨를 질책하고 회유한 정황이 확인된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입장을 물었다. 김 대표는 부하직원과의 대화내용 자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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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부하직원 B씨가 피아제 시계 밀수사실을 관세청에 밝힌 것과 관련, ‘왜 하필 피아제를 찍어서 알려줬냐’며 직원 B씨를 질책한 이유는 뭔가? -
김 모 HDC신라면세점 대표: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 -
기자:
수사 무마를 위해 부하직원을 회유한 것 아닌가? -
김 대표:
그런 사실이 없다. 다만, 부하직원인 B씨와 변호인 선임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 사실은 있다.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취재: 강민수
촬영: 김기철 오준식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