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밀수 혐의로 수사 받고 있는 HDC신라면세점 이길한 전 대표가 밀수과정에서 직원들과 주고 받은 SNS 문자 메시지를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메시지에는 “홍콩 물건은 모두 무사히 가지고 왔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 2016년 5월 7일. HDC신라면세점 팀장 A씨는 이길한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홍콩 물건은 모두 무사히 가지고 왔다”, “월요일에 회사로 가지고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곧 바로 “쌩유”라고 답장했다.
두 사람은 2016년 8월 30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주고 받았다. 이 대표가 ‘홍콩 연락처’라며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를 보내자, A팀장은 “연락해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 중국인은 이길한 대표의 지시를 받아 한국 면세점에서 시계를 산 뒤 홍콩으로 가지고 나간 인물로 추정된다. 그리고 4일 후인 9월 3일, A팀장은 다시 이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홍콩 출장에서 무사히 돌아왔고, 월요일에 보고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이번에는 “수고 많았다”고 답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문자메시지 내용은 HDC신라면세점 직원들의 대화녹음파일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팀장 A씨 : 기억 나니? 몇 건 했는지는...
직원 B씨 : 네, 저는 두 개 이상 없습니다.
팀장 A씨 : 롤렉스랑 뭐?
직원 B씨 : 저는 피아제 시계...
밀수 혐의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삼성물산 출신
문자 메시지와 녹음파일을 토대로,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주도한 시계밀수 사건의 전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2016년쯤부터 중국인 보따리상을 동원해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에서 최고급 명품시계를 면세가격으로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한도제한없이 국내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후 이 전 대표는 면세점 직원을 출장을 빙자해 홍콩으로 보내, 중국인 보따리상에게서 해당 명품시계를 돌려받아 한국으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 관세청은 이 같은 밀수 혐의를 포착해 이 전 대표의 집과 사무실, 서울 용산의 HDC신라면세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명품시계 밀수 지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삼성물산 재무팀 출신으로 지난 2008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 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5년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손잡고 만든 HDC신라면세점의 대표에 취임했다. 지난 2017년 5월 면세점 대표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는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뉴스타파는 명품시계 밀수 혐의와 관세청 수사 관련 해명을 듣기 위해 이 전 대표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사무실에도 찾아갔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취재: 강민수
촬영: 이상찬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