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에 ‘20억대 국가 손배소’…복직 노동자들 10년째 ‘또 다른 수갑’

경향신문 / 이효상 기자 [email protected]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242206005&code=940702#csidx8f774ef4467b296ad26fefcbf0ee5ce 

 

작년 조사위 취하 권고에도
경찰 “대법원 판단 따를 것”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국가폭력 10년 책임자 처벌 및 손해배상 즉각 철회 쌍용차 복직 노동자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수갑을 찬 채 주먹을 쥐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국가폭력 10년 책임자 처벌 및 손해배상 즉각 철회 쌍용차 복직 노동자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수갑을 찬 채 주먹을 쥐고 있다. 권도현 기자 [email protected]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7일로 1년이 된다. 10년 가까운 해고 기간 동안 김씨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국가가 제기한 십수억원의 손해배상액은 심적 압박이 됐다. 쌍용차 해고자 119명이 내달이면 10년 만에 모두 복직하지만 국가의 손해배상·가압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손해배상을 철회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해 경찰에 권고한 국가 손배소 취하를 이행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2009년 8월 쌍용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반대해 파업을 진행했으나 공권력에 의해 강제 진압됐다. 뒤이어 노동자 2646명이 정리해고됐다. 경찰은 노조의 파업과 진압과정에서 크레인·헬기가 파손되고 경찰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쌍용차지부 등 101명의 노동자를 상대로 2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심은 이 중 11억6760만원에 대한 노조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지연이자까지 붙은 금액은 20억원대로 불어났다. 국가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며 현재까지 손배소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쌍용차 노동자 71명이 복직했지만 첫 월급의 절반가량이 압류됐다. 법무부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복직 노동자 26명에 대한 임금·퇴직금 채권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했다. 문제는 가압류 해제 조치가 일부에 한정한 일시적 조치였다는 점이다. 오는 7월1일부로 복직하는 노동자 48명 중에는 6명의 가압류 대상자가 포함돼 있다. 생활고 등을 견디다 못해 회사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류에 서명하고 희망퇴직한 이들까지 합하면 가압류가 해제되지 않은 노동자는 13명에 달한다. 특히 희망퇴직자들의 경우에는 복직 대상이 아닌 탓에 국가의 손배소 취하가 아니면 구제받기 어렵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7년 6월 이사회 보고서에서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며 한국 정부에 파업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9년 경찰의 쌍용차 파업 진압을 공권력을 남용한 과잉 진압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지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국가폭력 피해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악용된 손배가압류가 철회되지 않는 한 2009년부터 시작된 국가폭력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