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핵심협약,
조건 없이 즉각 비준해야"

ILO 100주년 총회에서 정부, 또 협약비준과 법개정 동시처리 밝혀

레디앙 / 유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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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ILO(국제노동기구) 100주년 총회 연설에서 올해 ILO 핵심협약 비준과 법개정을 ‘동시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국내 여건을 핑계 삼아 앞으로도 계속 지키지 않을 약속임을 공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ILO긴급공동행동(공동행동)은 14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노동자들이 보편적 노동권에서 더 이상 배제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이제라도 핵심협약을 아무 조건 없이 즉각 비준할 것을 촉구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재갑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ILO 총회에서 정부 수석대표로 연설을 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금년 가을 정기국회에서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위한 법 개정안과 함께 이들 ILO 협약 비준 동의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네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비준안 마련과 법 개정을 투트랙으로 진행하겠다”며, 9월 중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사진=참여연대

우리나라가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98호), 강제노동 협약(29호), 강제노동 철폐 협약(105호)이다. 정부는 105호 협약을 제외한 3개 협약에 대해 국회 비준과 관련 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작업을 동시에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노동·시민사회 등 각계 단체들은 ‘선비준-후입법’을 요구해왔다. 사용자 단체들이 협약비준에 반발하는 만큼, 국회에서의 관련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협약 비준이 국내법과 협약이 일치하는 것을 인증 받는 절차가 아니라, 노사관계에 관한 법제도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정부가 법 개정에 목매달 이유도 없다.

공동행동은 “정부는 왜 협약 비준을 어렵게 만드는 길만 택하느냐”며 “정부는 100주년 총회를 맞아 국제사회에 핵심협약 비준 의지를 천명하였다고 하나, 지난 20여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국내 여건을 핑계 삼아 앞으로도 계속 지키지 않을 약속일뿐임을 공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비준을 선행하고 법 개정은 그 후 협약이 발효되기까지 1년 동안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진행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협약 비준에 앞서 진행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비준과 법개정을 동시 처리한다고 밝히자, 사용자 단체들은 ‘사용자 공격권’에 해당하는 법 개정 없이는 협약 비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사용자 단체들은 대체근로 전면허용,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형사처벌 규정 삭제 등 5개를 요구해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이 중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파업 시 직장 점거 금지’를 수용한 권고안을 냈다.

공동행동은 “ILO 헌장과 협약에 따르면 협약 비준이 현행 법제도를 후퇴시키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되며 국내법이 협약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행법에 추가적인 개악 요소를 담고 있는 4월 15일자 공익위원안, 2018년 12월 28일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노조법개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며 “법 개정 논의는 협약의 효과적인 이행방안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진정 협약 비준과 국제노동기준 준수 의지가 있다면 모든 절차 돌입에 앞서 행정조치로 시행할 수 있는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 취소, 특수고용노동자 노조 설립신고 인정, 협약의 취지에 어긋나는 노동행정 지침 등부터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