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의 밀수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19일 오전 서울 용산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본부와 이 면세점 전 대표 이 모 씨의 자택,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면세점에서 중국 도매상에게 명품 시계를 대신 구매하게 한 뒤, 면세 물품을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시내 면세점 대표가 밀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지난 2016년 4월부터 이 전 대표는 자신의 부하 직원 황 모 씨 등을 시켜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에서 중국인들에게 시가 수천만 원 상당의 까르띠에, 롤렉스 등 이른바 명품 시계를 구매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씨 등 직원들은 중국인들과 함께 홍콩으로 건너가 시계를 건네 받은 뒤 국내로 반입했다. 이 전 대표가 이런 식으로 부하직원을 통해 밀수한 시계는 2억여 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물건 잘 가지고 왔다. 월요일에 가지고 가겠다” 문자 확인
관세청은 이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전 대표와 황 씨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확보했다. 황 씨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물건 잘 가지고 들어왔고, 오늘이 토요일이라 회사로 가기는 어렵다, 일단 집에 가지고 갔다가 월요일 출근때 가지고 가겠다”는 내용 등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밀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표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지난 2017년 5월 대표직을 사임했다. 이후 신세계그룹으로 옮겨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널 화장품 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 전 대표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뿐만 아니라 호텔신라가 운영하고 있는 신라면세점에서도 밀수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밀수한 시계 중에 신라면세점에만 입점된 명품 시계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 관세청은 신라면세점 마케팅본부장 출신인 이 전 대표 뿐만 아니라 신라면세점 내부인들도 이 밀수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첫 면세점 대표 밀수 사건...신라면세점 특허권 위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현대그룹 계열사인 HDC와 손을 잡고 50대50의 지분으로 합작한 회사다. 지난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개장 이후 급성장했다. 2018년 매출액은 6516억여 원이었다.
면세점 운영인의 비리나 부정 여부는 면세점 특허 갱신 심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3월, 관세청이 발표한 면세점 특허 갱신 심사표에 따르면, ‘임원진의 비리 및 부정 여부’ 항목의 배점은 100점(전체 1000점)이다. 만약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대표의 밀수 혐의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면세점은 특허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취재:강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