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4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국회의원들의 기록관리와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정보공개센터의 오픈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과 국회기록관리소 김장환 아키비스트가 각각 의원의 의정 활동을 감시하는 입장에서, 또 국회의 기록들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난점들과 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국회 정보공개의 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한 정진임 소장!
정진임 소장의 경우 먼저 국회의원들의 부실한 기록관리 행태를 꼬집었습니다. 국회의원 하나 하나가 헌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생산한 자료들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회의원실은 정보공개 청구의 대상이 아니지만, 만약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실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시스템적으로 기록관리가 되어야 정보공개도 가능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 정보공개'가 아닌 '국회의원 기록물관리'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보통 국회의원을 감시한다고 할 때, 그 감시를 '선거로 심판하자'라는 것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선거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정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떤 정당 소속인가, 얼마나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는가 등의 이미지 만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물론 최근 데이터 저널리즘이 확대되면서 의원 재산, 입법 내역, 회의 참석율, 본의회 발언, 국정감사 계획서나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에 관한 내용을 보여주고, 이를 다른 의원들과 비교할 수 있게 만든 사이트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이는 정량적인 수치에 불과하고, 정말로 의원들이 어떤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기엔 부족한 정보들입니다.
정말 제대로 된 의정 활동 감시를 위해서는 국회의원실에 대한 정보공개가 가능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라도 국회의원기록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정보공개센터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비해 국회의원 기록관리를 촉구하는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이 정진임 소장 발표의 요지였습니다.
국회에서 일하는 아키비스트들의 고충을 토로한 김장환 아키비스
국회기록보존소 김장환 아키비스트는 무엇보다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행정부를 견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국회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국회는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이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정 통제 기관이면서 국가 예산 전반을 결정하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그뿐 아니라 정당 정치가 주로 이루어지는 정치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국회와 행정부, 예산 관련 자료, 정당과 주고 받는 자료 등 굉장히 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있고, 국회의원의 활동을 서포트하는 국회사무처나 국회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 역시 다양한 기록들을 생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현행 법규에 따르는 '국회기록'의 범위는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은 기록관리를 하게 되어 있고, 국회나 대법원 같은 헌법 기관은 별도의 규칙으로 기록관리를 하게 됩니다. 국회기록관리규칙에는 국회기록물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국회사무처나 국회도서관 등 국회의 각 부서에서 나오는 기록들만 관리하게 되어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기록들은 2016년에 국회도서관법이 개정되면서 이를 수집할 근거가 생겼는데, 이는 말 그대로 '수집'할 수 있는 근거이지, 법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록을 이관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하나하나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야 하며, 의원실에서 기록을 폐기하더라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셈이죠.
강의실을 가득 채운 참석자들!
이번 오픈 세미나는 1년 만에 열린 만큼 많은 참석자들이 오셔서 매우 보람 있었는데요, 국회기록관리 현실에 대한 관심 역시 뜨거웠습니다. 특히 여러 참석자들이 현재 국회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료들의 경우 DRM이 걸려 있어 공개적 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들의 속기록 역시 그 형식을 데이터화 하여 활용하기 어렵다고 문제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기록 폐기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국회가 보존하고 있는 기록들을 디지털 데이터로 파싱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식은 무엇일지 등등 국회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센터가 제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쉽게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서, 오픈 세미나에서 발표한 정진임 소장과 김장환 아키비스트의 발제문을 공유하니 많이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발제문 다운로드
20190614_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오픈세미나_정진임.hwp
투명하고 책임있는 국회를 위해 국회기록관리가 필요하다_20190614_김장환.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