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법성포, 조기 그리고 부세

넘치던 조기와 영광굴비가 이젠 보리굴비로 변하다

 

[caption id="attachment_199946" align="aligncenter" width="640"] 간조로 배들이 쉬고있는 한산한 법성포 ⓒ환경운동연합[/caption]

보리굴비의 고장 법성포는 한산하고 조용한 어촌 모습이었다.
5월 말 환경운동연합은 굴비 하면 영광, 영광하면 법성포라는 수식어가 이어질 정도로 유명한 현장을 답사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실린 굴비의 오랜 명성과 전통으로 “법성포에선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법성포는 명성에 비교해 한산하고 조용한 현장을 방문했다. 아침이어서 일수도 있고 간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넓은 펄 위에 놓인 어선들로 인해 어떤 문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펄이 드러난 간조여도 초여름 분주한 이른 아침의 법성포를 예상했지만, 너무 일렀던 것인지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동행한 지역 전문가는 “법성포의 명성이 옛날과 다르다”고 설명하며 “바다에서 물고기가 고갈되는 만큼 법성포도 한적해져 간다”고 안타까워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9952" align="aligncenter" width="640"] 아름답게 드러난 법성포 갯골 ⓒ환경운동연합[/caption]

칠산바다와 법성포
법성포(法聖浦)는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로 인도 출신 고승이 중국을 통해 처음 불법을 전파했다고 전해진다. 법성포의 굴비는 조기를 염장하여 말린 것으로 조기의 등이 굽어 구비(仇非)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법성포는 지리적으로 염장 물고기를 담기에 적합한 곳이다. 조기와 소금을 쉽게 수급할 수 있는 위치기 때문이다. 법성포 앞바다인 칠성 바다는 철쭉꽃이 피는 시기에 조기가 넘쳐났다고 한다. 배가 지나가면 조기들이 뛰어 배로 들어온다는 믿기 힘든 얘기가 들리는 곳이다. 5월에 철쭉이 개화하니 바다의 상황이 예전과 같았다면 조기 조업으로 북적였을 법성포를 확인하고 돌아왔을 것이다.
법성포에서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염산(鹽山)이 위치한다. 이름 그대로 염전들이 많아 산을 이루고 있던 곳이다. 법성포와 염산, 지역의 이름만으로 굴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원래 조기를 염장하던 법성포, 조기는 어디로 갔나?
영광군 내에 굴비 가공공장에 천 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 50%가 법성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글을 읽었다. 영광굴비가 지역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영광굴비의 원조인 조기를 보기 힘들다. 참조기는 30cm까지 자라지만 아직 살면서 30cm의 참조기를 구경해 본 적이 없다. 참조기의 포획 가능 체장은 15cm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참조기를 생각하며 머리와 꼬리의 길이를 빼본다. 머리 3cm와 꼬리 3cm를 빼면 손가락만 한 조기를 가끔 접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와 대만 그리고 일본 남부와 동중국해에 서식하는 회유성 어종인 조기는 한반도의 북쪽으로 이동하기 전에 대부분 포획된다.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자망이나 안강망에서 잡히는 참조기의 50% 이상이 어린 물고기라 보고된 바 있다. 혼획으로 어민과 지역민의 경제원이 사라지고 있다.
30cm 크기의 참조기로 만든 영광굴비가 얼마인지 검색해본다. 싹쓸이 조업이 되면 될수록 지금 당장 수입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 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손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차이를 부연해 설명해야 한다. 성어 참조기 1kg은 약 10만 원, 어린 참조기 1kg은 약 600원이다.

지금 영광굴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참조기 양식 성공으로 참조기의 보급도 예측되고 있다.  현지와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는 영광굴비는 부세이다. 중국에선 대황어(大黃漁)라 부르는 부세는 민어과 조기속으로 중국에서 많이 잡아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기가 많을 때 많이 유통되진 않았으나 점점 조기를 보기 어려워 지면서 조기를 대체하고 있다. 법성포에서 불리는 보리굴비가 대부분 부세조기라 불리는 부세다.

[caption id="attachment_199974" align="aligncenter" width="640"] 법성포 갯골에 정박한 실뱀장어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99947" align="aligncenter" width="640"] 물고기가 지나는 길목에 설치한 실뱀장어 그물, 생명체는 이 길을 통과할 수 없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칠성 바다에 놓인 세목망들
법성포에서도 쉽게 실장어 어선을 볼 수 있었다. 실장어는 부화기술이 없어 새끼 장어를 잡아 양식으로 키운다. 마리당 1500원에서 3000원 사이로 알려져 쉽게 불법어업 현장을 볼 수 있다. 실장어 어구는 모기장으로 대체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촘촘하다. 잡히는 어린 물고기들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도 해안선을 타고 이동하는 어린 물고기와 실뱀장어를 겨냥한 불법 어구를 지속해서 발견했다.
누구의 어구인지도 모르고 허가 여부도 알 수 없다. 연안과 섬 사이 길목에 쳐진 그물은 길목으로 지나는 모든 물고기를 다 잡을 것 같은 기세로 펼쳐져 있었다.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는 방법의 하나
환경운동연합은 사라지는 어린 물고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어린 물고기 혼획이 될 수밖에 없는 어구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어린 생명체는 밥상에 올라오는지와 관계없이 보호되어야 한다. 어떠한 목적으론 생명체에 대한 보호와 보전이며, 어떠한 목적으론 지역민들의 미래 경제 수단이다.
우리는 정부에 어구 관리의 필요성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현장을 다닐 때마다 누가, 어디서 제작되어 누구에게 유통되고 어느 배에서 사용되는지 알 수 있는 어구관리법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누가 얼마만큼의 어구를 사용하고 얼마나 많은 어구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어떻게 버려지고 있는지 알 방법이 전혀 없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 바다, 어민과 해양생물 그리고 바다가 모두 공존하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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